[이건희칼럼] 아파트 전세보다 싼 빌라
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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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방곡곡 어디를 가든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시골의 한적한 동네는 물론 관광지에도 있다. 그런데 산 좋고 경관 좋은 곳에 고층아파트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보면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파트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내 주택공급이 아파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부터다. 1980년대 이전에는 단독주택 비중이 압도적이었고 공동주택 중에서는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의 비중이 더 높았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연립주택이란 명칭은 이후 빌라로 바뀌었다.
빌라는 원래 시골의 큰 저택이나 교외의 고급주택을 뜻하는 말로 건축법에서는 나누지 않는 주택이다. 그러나 이제는 도시의 평범한 연립주택도 으레 빌라라고 부른다. 법적으로 연립주택은 다세대주택 및 다가구주택과 구분된다.
◆빌라 거래량, 2년새 두배로
빌라(연립)는 건축 연면적이 660㎡(200평)를 초과하는 4층 이하의 주택으로 분양이 가능한 공동주택이다. 다세대주택은 건축 면적이 660㎡(200평) 이하인 4층 이하의 주택으로 분양이 가능한 공동주택이다. 즉 빌라와 다세대주택은 건축 연면적에서만 차이가 나 흔히 연립·다세대를 묶어서 얘기한다.
다가구주택이란 전체 층(3층)의 바닥면적이 660㎡ 이하인 주택으로 1층이 주차장인 경우에는 4층까지 허용된다. 2세대 이상부터 19세대 이하로 건축할 수 있으며 분양이 불가능한 단독주택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빌라는 아파트의 인기에 밀려 점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부동산카페 등을 둘러보면 빌라 매수를 문의하는 사람에게 대부분 “빌라는 사지 말라”고 답한다.
아파트는 사면 가격이 오르는데 빌라의 경우 가격이 떨어지고 매물로 내놓을 때 매수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또 아파트보다 빌라가 주거하는 데 불편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빌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빌라 거래량은 4만177건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경향은 올해도 이어지는 추세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빌라 거래량은 지난해 1월 거래량을 넘어섰고 2013년 1월 거래량의 두배에 달한다. 빌라 거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은평구(4344건), 강서구(3152건), 송파구(2178건), 관악구(2176건) 등으로 나타났다.
계속 하락하던 빌라시세도 지난해 8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거래량과 가격이 함께 살아난 만큼 추세적 반전이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경매시장에서도 빌라의 인기가 높아져 지난 1월26일 기준 서울 빌라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평균(76.8%)보다 높은 77.7%를 기록했다.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전보다 높은 가격에 입찰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낙찰가율이 올라간 것이다.
공인중개업소 종사자들은 2~3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방 2개짜리 빌라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한다. 서울에서도 재개발·뉴타운이 취소된 지역의 경우 대단지아파트 건립이 어려워지자 빌라 건립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졌다. 예전에는 빌라를 구입할 때 아파트보다 대출한도가 낮았지만 최근엔 신축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70%까지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다.
◆빌라 사서 남는 돈으로 여가를
빌라가 살아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아파트 전세난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빌라가격은 2억3268만원으로 같은 시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3억1864만원보다 8000만원 이상 싸다.
즉 아파트 전세를 얻는 것보다 빌라를 구입하는 것이 돈이 적게 든다. 상당기간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올라가고 빌라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하면서 그만큼 가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현재 아파트 전세난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전세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보증금을 더 넣어야 하는 아파트 전세살이를 지속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빌라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월세로 살면 이사하는 것도 번거로울뿐더러 중개수수료와 이사비용 등을 감안할 때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찮다.
지난해 말 정부는 빌라를 1만가구 이상 매입해 임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빌라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서민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 등을 꾸준히 공급해야 하는데 새로운 택지개발이 서울 안에서는 여의치 않은 편이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철로 위에 인공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임대하는 이른바 ‘행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래된 아파트단지를 재건축할 때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일정세대수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빌라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아파트가격이 오르더라도 과거와 같이 가파르게 오르기 힘들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젊은세대에서는 아파트를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도 나타난다. 특히 주거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삶의 다른 부분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다. 자기계발을 하거나 좋아하는 자동차를 사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자녀교육비를 늘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주택을 투자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를 선택할 경우 자금을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 비싼 아파트를 구입해 높은 대출이자를 내느라 다른 생활비를 줄일 필요도 없다. 또 빌라는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적은 만큼 저축할 여지도 더 커진다.
◆보안·택배·고급 내장재까지
신축빌라는 주거의 질에서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예전 빌라의 경우 주차가 힘든 곳이 많았지만 요즘은 1세대 1주차 공간을 확보해놨다. 방범이 취약한 점도 빌라의 약점인데 신축빌라는 건물 출입문에 번호키를 설치하고 CCTV도 장착해 보안상태가 양호하다.
경비원이 없어도 무인택배시스템을 설치, 물건을 받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한 빌라도 등장했다. 외관을 세련되게 디자인하고 내장재도 고급으로 사용해 젊은 층도 선호할 만한 수준으로 꾸미기도 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은퇴 후 노후경제에 대한 염려가 커짐에 따라 투자용이 아닌 임대용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더욱이 빌라는 임대할 때 전세가 아닌 반전세나 월세로 계약하는 비중이 아파트보다 더 높다. 따라서 매달 고정수입원으로서 임대수입을 얻고자 한다면 빌라가 더 유리하다.
주거비용이 전체적으로 올라갈수록 아파트보다 가격이 낮은 빌라가 임대수요를 늘리기에 유리하다. 빌라 주거의 실질적인 질은 개선되고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높아질수록 빌라를 선택하는 수요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아파트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내 주택공급이 아파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부터다. 1980년대 이전에는 단독주택 비중이 압도적이었고 공동주택 중에서는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의 비중이 더 높았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연립주택이란 명칭은 이후 빌라로 바뀌었다.
빌라는 원래 시골의 큰 저택이나 교외의 고급주택을 뜻하는 말로 건축법에서는 나누지 않는 주택이다. 그러나 이제는 도시의 평범한 연립주택도 으레 빌라라고 부른다. 법적으로 연립주택은 다세대주택 및 다가구주택과 구분된다.
◆빌라 거래량, 2년새 두배로
빌라(연립)는 건축 연면적이 660㎡(200평)를 초과하는 4층 이하의 주택으로 분양이 가능한 공동주택이다. 다세대주택은 건축 면적이 660㎡(200평) 이하인 4층 이하의 주택으로 분양이 가능한 공동주택이다. 즉 빌라와 다세대주택은 건축 연면적에서만 차이가 나 흔히 연립·다세대를 묶어서 얘기한다.
다가구주택이란 전체 층(3층)의 바닥면적이 660㎡ 이하인 주택으로 1층이 주차장인 경우에는 4층까지 허용된다. 2세대 이상부터 19세대 이하로 건축할 수 있으며 분양이 불가능한 단독주택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빌라는 아파트의 인기에 밀려 점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부동산카페 등을 둘러보면 빌라 매수를 문의하는 사람에게 대부분 “빌라는 사지 말라”고 답한다.
아파트는 사면 가격이 오르는데 빌라의 경우 가격이 떨어지고 매물로 내놓을 때 매수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또 아파트보다 빌라가 주거하는 데 불편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빌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빌라 거래량은 4만177건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경향은 올해도 이어지는 추세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빌라 거래량은 지난해 1월 거래량을 넘어섰고 2013년 1월 거래량의 두배에 달한다. 빌라 거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은평구(4344건), 강서구(3152건), 송파구(2178건), 관악구(2176건) 등으로 나타났다.
계속 하락하던 빌라시세도 지난해 8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거래량과 가격이 함께 살아난 만큼 추세적 반전이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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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에서도 빌라의 인기가 높아져 지난 1월26일 기준 서울 빌라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평균(76.8%)보다 높은 77.7%를 기록했다.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전보다 높은 가격에 입찰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낙찰가율이 올라간 것이다.
공인중개업소 종사자들은 2~3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방 2개짜리 빌라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한다. 서울에서도 재개발·뉴타운이 취소된 지역의 경우 대단지아파트 건립이 어려워지자 빌라 건립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졌다. 예전에는 빌라를 구입할 때 아파트보다 대출한도가 낮았지만 최근엔 신축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70%까지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다.
◆빌라 사서 남는 돈으로 여가를
빌라가 살아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아파트 전세난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빌라가격은 2억3268만원으로 같은 시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3억1864만원보다 8000만원 이상 싸다.
즉 아파트 전세를 얻는 것보다 빌라를 구입하는 것이 돈이 적게 든다. 상당기간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올라가고 빌라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하면서 그만큼 가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현재 아파트 전세난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전세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보증금을 더 넣어야 하는 아파트 전세살이를 지속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빌라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월세로 살면 이사하는 것도 번거로울뿐더러 중개수수료와 이사비용 등을 감안할 때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찮다.
지난해 말 정부는 빌라를 1만가구 이상 매입해 임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빌라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서민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 등을 꾸준히 공급해야 하는데 새로운 택지개발이 서울 안에서는 여의치 않은 편이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철로 위에 인공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임대하는 이른바 ‘행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래된 아파트단지를 재건축할 때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일정세대수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빌라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아파트가격이 오르더라도 과거와 같이 가파르게 오르기 힘들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젊은세대에서는 아파트를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도 나타난다. 특히 주거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삶의 다른 부분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다. 자기계발을 하거나 좋아하는 자동차를 사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자녀교육비를 늘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주택을 투자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를 선택할 경우 자금을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 비싼 아파트를 구입해 높은 대출이자를 내느라 다른 생활비를 줄일 필요도 없다. 또 빌라는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적은 만큼 저축할 여지도 더 커진다.
◆보안·택배·고급 내장재까지
신축빌라는 주거의 질에서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예전 빌라의 경우 주차가 힘든 곳이 많았지만 요즘은 1세대 1주차 공간을 확보해놨다. 방범이 취약한 점도 빌라의 약점인데 신축빌라는 건물 출입문에 번호키를 설치하고 CCTV도 장착해 보안상태가 양호하다.
경비원이 없어도 무인택배시스템을 설치, 물건을 받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한 빌라도 등장했다. 외관을 세련되게 디자인하고 내장재도 고급으로 사용해 젊은 층도 선호할 만한 수준으로 꾸미기도 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은퇴 후 노후경제에 대한 염려가 커짐에 따라 투자용이 아닌 임대용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더욱이 빌라는 임대할 때 전세가 아닌 반전세나 월세로 계약하는 비중이 아파트보다 더 높다. 따라서 매달 고정수입원으로서 임대수입을 얻고자 한다면 빌라가 더 유리하다.
주거비용이 전체적으로 올라갈수록 아파트보다 가격이 낮은 빌라가 임대수요를 늘리기에 유리하다. 빌라 주거의 실질적인 질은 개선되고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높아질수록 빌라를 선택하는 수요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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