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재계 지각변동 '총성없는 전쟁'



재계에 인수합병(M&A) 시장 문이 활짝 열렸다. 연초부터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을 사고파는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대형매물이 잇달아 시장에 나오면서 인수기업들의 위상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올 초 대형 M&A의 스타트를 끊은 주인공은 롯데다. 지난 1월 롯데는 국내 최대 렌터카업체인 KT렌탈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시장에서 6000억원으로 평가받던 KT렌탈 인수를 위해 롯데가 써낸 것으로 알려진 금액은 1조원.

KT렌탈 인수로 롯데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이 높아지는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인해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있지만 롯데로서는 단숨에 렌터카업계 1위로 도약하게 됐다. 앞서 인천공항 면세점의 절반을 따내고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 투자를 발표하며 위세를 드러냈던 터라 KT렌탈 인수로 롯데가 ‘재계 4강’ 진입의 첫 단추를 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호산업을 둘러싼 인수전 역시 한껏 달아올랐다. 현재 금호산업 인수를 놓고 원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호반건설,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자베즈파트너스간 첨예한 신경전이 진행 중이다. 당초 신세계도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으나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가 뛰어들지 않자 최종입찰을 포기했다.

금호산업은 상반기 M&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는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여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금호사옥, 아시아나개발 등의 지분을 갖고 있어 금호산업 인수가 곧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권을 갖는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데워진 M&A 열기는 재계 1위 삼성도 끌어당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이후 최근까지 8개 해외기업을 차례로 사들였다. 매월 1개 기업을 인수한 꼴. 지난 2007년부터 8년여에 걸쳐 인수한 기업이 전부 22곳인 점을 감안할 때 삼성의 M&A 시계추는 확실히 빨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비디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셀비를 시작으로 사물인터넷(IoT)업체 스마트싱스, 시스템 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 모바일 프린팅기업 프린터온을 잇달아 사들였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프린터 유통업체인 심프레스 코메르시우, 2월 모바일 결제업체 루프페이, 3월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사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규모는 797억달러(87조3000억원)로 전년 418억달러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삼성과 한화 간 ‘빅딜’이 성사되면서 잠잠하던 M&A 시장이 꿈틀거린 셈. 이 같은 M&A 시장의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 전문가들은 2015년판 M&A가 한동안 굳어진 재계지도를 뒤바꿀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