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 뉴스1 박세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 뉴스1 박세연 기자
국내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1%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단행한 두차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연 2.0%에서 0.25%포인트 낮춘 1.75%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과감한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 인하는 현재 국내경제가 처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1% 내외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0.4% 성장률에 그쳤다. 한은은 올해 1분기에 경기가 반전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현재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물경기 지표가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절실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금리 인하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 위험으로 인해 경기부양이 가계부채나 금융안정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2% 오르면서 3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 부분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물가다. 한은의 지난 2013~2015년 물가안정 목표가 2.5~3.5%인 점을 고려하면 저유가 등을 감안해도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부추겼다. 지난 1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결정을 비롯해 스위스, 중국 등 올해에만 20개국 정도가 통화완화 정책을 내놨다. 이에 한은도 금리를 낮춰 원화 강세를 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기업들의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탓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가 미약한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 높은 금리 때문은니라는 것이다. 또한 경기 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상태에서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자본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8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그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근거가 된 성명서 문구인 ‘인내심’(Patient)을 삭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오는 6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된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면 국내 금융시장 자본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 이 경우 금리 인하는 쉽지만 다시 인상하기는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