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대 시대] 시장에는 '긍정 이벤트'
Special Report (하) / 증권시장 영향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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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서 금리인하는 대부분 호재로 작용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변동금리로 대출받는 경우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이 경우 기업들은 대출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고 이익은 늘어난다. 실적이 좋아지면 대체로 해당 기업의 주가는 상승한다.
또한 저금리는 투자자산으로 돈을 흐르게 만든다. 개인들은 은행의 예·적금으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증권시장 등의 투자처로 돈을 넣는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금리인하는 증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통설이 지난 12일 뒤집혔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25bp 내린 1.75%로 정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인 기준금리 1%시대를 맞아 주식시장도 화답하는 것처럼 보였다. 장 초반 등락을 거듭하며 보합권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가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상승세로 전환됐기 때문. 이후 내내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코스피는 장 막판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24포인트(0.52%) 내린 1970.59로 마감했다.
◆ 마녀의 심술에 무너진 증시
이날 증권시장 하락의 배경으로 지목된 것은 ‘네마녀’다. 한국은행의 금통위가 열린 이날은 국내시장에서 주가지수선물, 주가지수옵션, 개별주식선물, 개별주식옵션 등 4가지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치는 날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이를 가리켜 ‘네마녀의 날’(Quadruple Witching Day)이라고 칭한다. 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이 장 막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당일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발목을 잡은 요소가 이뿐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양 센터장은 “금리인하가 실제 채권시장이나 시장금리, 주식시장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더불어 외국인에게 국내 금리인하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국내 증권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20거래일 누적 투자자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의 누적순매수 금액은 1조9020억원이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219억원, 1조5904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에 투자를 고려할 때 환율도 살핀다.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해서 투자했는데 달러가치가 상승한다면 주식이 오른다 해도 수익을 많이 올리기 어려워서다. 일반적으로는 한 나라가 금리를 인하하면 돈 가치는 떨어진다. 즉 달러 등 타국의 화폐가치가 더욱 올라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금리를 인하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 우려가 불거질 수 있고 돌아온 외국인들이 다시 떠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 했던 외국인들은 오후 2시40분께 순매도세(1050억원)로 돌아섰다.
하지만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금리인하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변 센터장은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정부는 증시와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미국이 빠르면 6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 금통위가 지금 금리를 내려놔야 다음달, 혹은 그 다음달에 다시 한번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하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시장에는 확실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이벤트”라고 말했다.
◆ 전통 수혜업종 외 은행 ‘뜻밖 반등’
통상적으로 금리인하 수혜주는 건설과 IT, 증권 등이다. 건설업종이 수혜를 보는 이유는 대출이자 부담이 줄면 주택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서다. 수출 중심의 IT업종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며 수익성이 강화될 수 있다. 증권업종의 경우 증권사들이 투자한 채권의 평가이익이 높아져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가 증권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은 덤이다.
은행업종의 경우 대표적인 금리인하 피해주지만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혜택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인하되면 은행업종의 순이익은 5~8% 내외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인하 자체는 기본적으로 은행업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금리인하로 인해 부동산경기 회복세가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가 회복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 또한 금리가 낮아지며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즉 대손비용이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는 것. 게다가 장기적으로 금리가 올라간다면 실적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의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은행업종지수는 전거래일대비 3.43% 오른 227.90으로 마감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금통위의 금리인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맞다”며 “하지만 금리인하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당분간은 금리인하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며 “오는 6~7월에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이벤트가 대기하는 등 앞으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은 종목을 선정할 때 실적 등을 잘 살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또한 저금리는 투자자산으로 돈을 흐르게 만든다. 개인들은 은행의 예·적금으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증권시장 등의 투자처로 돈을 넣는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금리인하는 증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통설이 지난 12일 뒤집혔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25bp 내린 1.75%로 정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인 기준금리 1%시대를 맞아 주식시장도 화답하는 것처럼 보였다. 장 초반 등락을 거듭하며 보합권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가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상승세로 전환됐기 때문. 이후 내내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코스피는 장 막판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24포인트(0.52%) 내린 1970.59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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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의 심술에 무너진 증시
이날 증권시장 하락의 배경으로 지목된 것은 ‘네마녀’다. 한국은행의 금통위가 열린 이날은 국내시장에서 주가지수선물, 주가지수옵션, 개별주식선물, 개별주식옵션 등 4가지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치는 날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이를 가리켜 ‘네마녀의 날’(Quadruple Witching Day)이라고 칭한다. 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이 장 막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당일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발목을 잡은 요소가 이뿐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양 센터장은 “금리인하가 실제 채권시장이나 시장금리, 주식시장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더불어 외국인에게 국내 금리인하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국내 증권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20거래일 누적 투자자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의 누적순매수 금액은 1조9020억원이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219억원, 1조5904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에 투자를 고려할 때 환율도 살핀다.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해서 투자했는데 달러가치가 상승한다면 주식이 오른다 해도 수익을 많이 올리기 어려워서다. 일반적으로는 한 나라가 금리를 인하하면 돈 가치는 떨어진다. 즉 달러 등 타국의 화폐가치가 더욱 올라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금리를 인하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 우려가 불거질 수 있고 돌아온 외국인들이 다시 떠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 했던 외국인들은 오후 2시40분께 순매도세(1050억원)로 돌아섰다.
하지만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금리인하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변 센터장은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정부는 증시와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미국이 빠르면 6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 금통위가 지금 금리를 내려놔야 다음달, 혹은 그 다음달에 다시 한번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하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시장에는 확실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이벤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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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영태 기자 |
◆ 전통 수혜업종 외 은행 ‘뜻밖 반등’
통상적으로 금리인하 수혜주는 건설과 IT, 증권 등이다. 건설업종이 수혜를 보는 이유는 대출이자 부담이 줄면 주택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서다. 수출 중심의 IT업종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며 수익성이 강화될 수 있다. 증권업종의 경우 증권사들이 투자한 채권의 평가이익이 높아져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가 증권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은 덤이다.
은행업종의 경우 대표적인 금리인하 피해주지만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혜택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인하되면 은행업종의 순이익은 5~8% 내외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인하 자체는 기본적으로 은행업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금리인하로 인해 부동산경기 회복세가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가 회복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 또한 금리가 낮아지며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즉 대손비용이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는 것. 게다가 장기적으로 금리가 올라간다면 실적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의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은행업종지수는 전거래일대비 3.43% 오른 227.90으로 마감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금통위의 금리인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맞다”며 “하지만 금리인하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당분간은 금리인하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며 “오는 6~7월에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이벤트가 대기하는 등 앞으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은 종목을 선정할 때 실적 등을 잘 살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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