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날개 잃은 에이스침대, 과학으로 설명 안되네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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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지난 1993년 가구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광고 문구. 에이스침대는 당시 이 문구로 단숨에 침대시장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혼수를 마련하는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침대는 과학’이라는 농담이 자주 들렸을 정도. 에이스침대는 이렇게 수십년간 침대시장의 왕자 역할을 해왔다. 높은 가격 결정력과 브랜드 파워, 원가경쟁력 등이 주요 성장 포인트. 이를 기반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 그랬던 에이스침대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고수한 고급화·고가 전략이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 고객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은 데다 후발주자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출까지 뚝뚝 떨어졌다. 지난해 8년 만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재기를 하기엔 역부족. 오랜 시간 업계를 장악해 온 ‘침대는 과학’이란 불문율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국내 침대 매트리스 1위, 에이스침대가 예전같지 않다. 경기침체와 후발주자에 쫓기며 매출이 몇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2%대에 그쳤다. 주요 가구업체들이 두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일궈낸 것과 대조적이다. 침대업계 최초로 매출 2000억원 고지를 넘겠다던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의 야심찬 포부가 1600억원대에 갇혀 물거품 될 위기다.
◆ 매출 ‘뚝뚝’… 영업이익률 ‘뚝뚝뚝’
최근 가구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매출액 1693억원, 영업이익 2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매출은 2.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 줄었다.
이는 최고 매출액을 달성한 지난 2011년 1890억원 대비 9.7% 감소한 수치로, 에이스침대는 2012년 매출이 1700억원대로 떨어진 뒤 2013년부터는 1600억원대 고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대에 이르던 영업이익률도 10%대로 주저 앉았다. 지난 2011년 4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3%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보였지만 2013년 17%대로 내려왔고 지난해에는 1.6% 하락한 16.1%에 그치고 말았다.
매출 하락의 원인을 내수 침체로만 보기도 힘들다. 같은 기간 한샘 매출액은 1조69억원에서 1조3249억원으로 31.5%, 리바트는 5546억원에서 6429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매트리스시장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사업 다각화와 유통망 강화 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의 고가 전략 포인트를 패인으로 꼽는다. 저가·고품질 위주로 재편되는 매트리스시장에서 기존 가격정책을 고수한 채 품질만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을 하나둘 놓치게 됐다는 것.
실제 한샘은 그동안 에이스침대와 독점 제휴를 맺어왔던 침대 스프링 제조업체 스위스 레멕스사와 손잡고 에이스침대와 동일한 스프링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지만 가격은 100만원가량 저렴하다.
에이스침대에서 매트리스만 구매할 경우 평균 가격은 180만~200만원, 반면 한샘에선 90만~100만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다. 여기에 한샘 프레임과 옷장, 화장대, 협탁 등을 함께 구매할 경우 할인 폭은 더 크다.
한샘뿐만 아니라 코웨이도 저렴하게 매트리스를 렌털할 수 있는 공급체계를 구축하면서 가격 경쟁에 가세했다. 현재 코웨이는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시장을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에이스라는 자체만으로도 브랜드 경쟁력이 있었지만 매트리스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은 굳이 비싼 침대를 원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위생을 고려해 매트리스 렌털업체를 이용하거나 저렴하게 구입한 뒤 10년 이내에 매트리스를 교체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산도 변할 10년, 매장은 그대로
높은 대리점 판매 의존도도 에이스침대의 추락에 한몫했다. 에이스침대는 그동안 전국 매장 300여곳을 일반 대리점 형태로 운영하면서 대면 영업에 주력했다. 대리점을 통한 판매 비중이 약 95%에 달한다.
반면 침대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다양한 유통망을 갖췄다. 온라인몰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선보이거나 팝업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공간 구성을 재현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이 대형 체험 매장 등을 열어 소비자 공략에 집중하는 데 반해 에이스침대 매장은 디자인, 가구 배치 등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선택의 폭도, 구매 창구도 넓어지는 상황에서 고집스러울 만큼 변화를 주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뒤늦은 수습… 실적 개선은 ‘글쎄’
철옹성일줄로만 알았던 1위 자리가 흔들리자 다급해진 에이스침대는 뒤늦은 실적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4월, 8년 만에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안 사장은 당시 오랜만에 신제품이 나온 데 대해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 침대기업의 자부심’이라고 해명했지만 거창한 구호만큼 신제품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최근에는 변화에 더 적극적인 모양새다. 혼수시즌을 맞아 신제품 3종을 출시하고 온라인 판매채널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가 가진 브랜드 인지도를 볼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도, 여전히 기존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실적 개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에이스침대 한 관계자는 “그동안 큰 변화는 없었지만 내부적으로 품질 개선이나 연구개발들은 지속적으로 해왔다”면서 “과거에는 침대 브랜드가 몇개 없어 자연스럽게 에이스침대 매출이 높았지만, 현재는 경쟁업체가 많이 들어와 실적 변동이 낮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가격 정책 고수에 대해선 “에이스침대의 가격 범위는 100만원 이하부터 다양하게 있어 가격이 비싸다고만 볼 수 없다”며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 등 변화를 주려는 부분들은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사안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킬 것이냐, 뺏길 것이냐. 7000억원대 매트리스시장의 왕좌 자리를 지키려는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판세가 어느 쪽으로 재편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그랬던 에이스침대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고수한 고급화·고가 전략이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 고객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은 데다 후발주자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출까지 뚝뚝 떨어졌다. 지난해 8년 만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재기를 하기엔 역부족. 오랜 시간 업계를 장악해 온 ‘침대는 과학’이란 불문율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국내 침대 매트리스 1위, 에이스침대가 예전같지 않다. 경기침체와 후발주자에 쫓기며 매출이 몇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2%대에 그쳤다. 주요 가구업체들이 두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일궈낸 것과 대조적이다. 침대업계 최초로 매출 2000억원 고지를 넘겠다던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의 야심찬 포부가 1600억원대에 갇혀 물거품 될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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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 매출 ‘뚝뚝’… 영업이익률 ‘뚝뚝뚝’
최근 가구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매출액 1693억원, 영업이익 2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매출은 2.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 줄었다.
이는 최고 매출액을 달성한 지난 2011년 1890억원 대비 9.7% 감소한 수치로, 에이스침대는 2012년 매출이 1700억원대로 떨어진 뒤 2013년부터는 1600억원대 고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대에 이르던 영업이익률도 10%대로 주저 앉았다. 지난 2011년 4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3%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보였지만 2013년 17%대로 내려왔고 지난해에는 1.6% 하락한 16.1%에 그치고 말았다.
매출 하락의 원인을 내수 침체로만 보기도 힘들다. 같은 기간 한샘 매출액은 1조69억원에서 1조3249억원으로 31.5%, 리바트는 5546억원에서 6429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매트리스시장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사업 다각화와 유통망 강화 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의 고가 전략 포인트를 패인으로 꼽는다. 저가·고품질 위주로 재편되는 매트리스시장에서 기존 가격정책을 고수한 채 품질만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을 하나둘 놓치게 됐다는 것.
실제 한샘은 그동안 에이스침대와 독점 제휴를 맺어왔던 침대 스프링 제조업체 스위스 레멕스사와 손잡고 에이스침대와 동일한 스프링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지만 가격은 100만원가량 저렴하다.
에이스침대에서 매트리스만 구매할 경우 평균 가격은 180만~200만원, 반면 한샘에선 90만~100만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다. 여기에 한샘 프레임과 옷장, 화장대, 협탁 등을 함께 구매할 경우 할인 폭은 더 크다.
한샘뿐만 아니라 코웨이도 저렴하게 매트리스를 렌털할 수 있는 공급체계를 구축하면서 가격 경쟁에 가세했다. 현재 코웨이는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시장을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에이스라는 자체만으로도 브랜드 경쟁력이 있었지만 매트리스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은 굳이 비싼 침대를 원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위생을 고려해 매트리스 렌털업체를 이용하거나 저렴하게 구입한 뒤 10년 이내에 매트리스를 교체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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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DB |
높은 대리점 판매 의존도도 에이스침대의 추락에 한몫했다. 에이스침대는 그동안 전국 매장 300여곳을 일반 대리점 형태로 운영하면서 대면 영업에 주력했다. 대리점을 통한 판매 비중이 약 95%에 달한다.
반면 침대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다양한 유통망을 갖췄다. 온라인몰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선보이거나 팝업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공간 구성을 재현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이 대형 체험 매장 등을 열어 소비자 공략에 집중하는 데 반해 에이스침대 매장은 디자인, 가구 배치 등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선택의 폭도, 구매 창구도 넓어지는 상황에서 고집스러울 만큼 변화를 주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뒤늦은 수습… 실적 개선은 ‘글쎄’
철옹성일줄로만 알았던 1위 자리가 흔들리자 다급해진 에이스침대는 뒤늦은 실적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4월, 8년 만에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안 사장은 당시 오랜만에 신제품이 나온 데 대해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 침대기업의 자부심’이라고 해명했지만 거창한 구호만큼 신제품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최근에는 변화에 더 적극적인 모양새다. 혼수시즌을 맞아 신제품 3종을 출시하고 온라인 판매채널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가 가진 브랜드 인지도를 볼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도, 여전히 기존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실적 개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에이스침대 한 관계자는 “그동안 큰 변화는 없었지만 내부적으로 품질 개선이나 연구개발들은 지속적으로 해왔다”면서 “과거에는 침대 브랜드가 몇개 없어 자연스럽게 에이스침대 매출이 높았지만, 현재는 경쟁업체가 많이 들어와 실적 변동이 낮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가격 정책 고수에 대해선 “에이스침대의 가격 범위는 100만원 이하부터 다양하게 있어 가격이 비싸다고만 볼 수 없다”며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 등 변화를 주려는 부분들은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사안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킬 것이냐, 뺏길 것이냐. 7000억원대 매트리스시장의 왕좌 자리를 지키려는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판세가 어느 쪽으로 재편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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