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KRC)가 산재 최다 준정부기관이라는 불명예를 얻으면서 '산재 근절'을 외치는 이재명 정부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김인중 사장(사진)의 부담이 커졌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국농어촌공사(KRC)가 지난 5년간 연평균 2.4명의 사망자를 내며 산재 최다 준정부기관에 오르는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 5월 취임한 김인중 KRC 사장은 '윤석열 정부 낙하산'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반복되는 산재 사고를 막고 안전관리 체계를 바로잡아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 대한민국 공공기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KRC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사망자는 12명으로 전체 준정부기관 57곳 중 가장 많다. 지난해 기준 KRC의 안전관리등급은 3등급(보통)에 그쳤다.

부실한 안전관리로 인해 산재사고에 포함되지 않은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2023년 6월 전남 함평군 엄다면에서 한 수문관리원이 시간당 71㎜의 폭우에 수문관리에 나섰다가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사고 현장에는 난간 등 안전시설이 없었고 숨진 수문관리원에게 구명조끼가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KRC는 도급계약을 이유로 해당 수문관리원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동계는 사고 직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KRC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청은 무혐의로 판단했으며 현재 검찰에서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고 있는 사망사고와 현장의 안전관리 미비 사례는 임기 초반 김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전 정권 코드 논란과 함께 산재 예방 책임까지 짊어지게 된 상황이라서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이주호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임기는 2028년 5월13일까지다.


김 사장이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이재명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산재 근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하며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를 예고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상당 기간이 지나도 산재가 안 줄면 직을 걸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도 정부 기조에 맞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산재 등 안전 관련 배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RC의 지난해 경영평가 등급은 '보통'(C)으로 전년보다 한 단계 낮아졌다. 올해 평가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김 사장 입장에서 산재 예방 대책은 어느때보다 중요한 과제다.


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사람 중심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모든 노력이 '무사고·무재해'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산재 예방을 위해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KRC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노동부의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에 맞춰 700개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사고가 났던 곳 등 고위험 현장 140곳 정도를 따로 추려 집중관리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지역본부에 안전관리센터를 설치해 전담 인력을 둬 관리 중"이라며 "올해는 아직 사고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