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돌 사고 현장 /사진=뉴스1 DB
추돌 사고 현장 /사진=뉴스1 DB
#. 최근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뒤따라오던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A씨 가족이 탄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만 해도 뒷좌석에 타고 있던 A씨는 약간의 충격을 느꼈지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A씨는 목과 허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었다. 병원에서는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가해자 B씨 측은 오히려 “당신들 수상해서 마디모 분석을 의뢰했다”며 A씨 가족을 보험 사기꾼으로 몰아갔다. A씨는 “차는 부서지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회사도 못 나갈 정도로 힘든데 오히려 가해자 측은 마디모 프로그램을 운운하며 너무나 당당하게 나와 어이없고 분통하다”고 토로했다.

‘나이롱 환자(가짜 환자)’ 여부를 판명하기 위해 도입된 ‘마디모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도대체 마디모가 무엇이길래 이렇듯 시끄러울까. 마디모 프로그램이 인정하지 않으면 정말 가짜 환자일까.

◆ 밑져야 본전… 일단 의뢰부터


마디모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탑승자의 부상 여부를 판별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네덜란드의 응용과학연구소(TNO)에서 만든 수리적 역학모델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나 차량 파손상태, 도로 흔적 등을 토대로 3D영상으로 사고 상황을 재연해낸다. 이를 통해 사고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인체가 부상을 입는 정도를 유추한다.

마디모는 지난 2009년 국내에 도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교통사고 분석에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마디모 프로그램을 통해 사고로 인한 상해의 인과 가능성을 검증하고, 교통사고를 빙자한 보험사기 등에 주로 활용된다. 경찰이 교통사고를 조사할 때 가해자와 피해자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할 경우 마디모 분석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마디모에 대한 의뢰건수가 폭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5건이던 의뢰건수는 2013년 1485건, 지난해 7399건에 달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마디모 의뢰를 남발한 결과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마디모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보험금 지급을 할 필요가 없는 가입자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디모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법적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소 200만~300만원 이상의 소송비용이 들다보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 진짜 피해자, 피해 입기도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고 피해 조사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마디모를 적용하도록 의뢰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심사역 소사이어티 관계자는 지난해 학술세미나에서 “사회적 비용인 보험금 누수를 차단하고, 다수의 선량한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마디모 분석프로그램의 활용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다만, 이에 앞서 보험범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의료계의 윤리의식 강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도 마디모 분석을 근거로 교통사고 피해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마디모가 교통사고 당시의 충격이 관절이나 목과 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후유증까지 짚어낼 순 없다”며 “마디모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유형별 입원 기준이나 보상 유무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