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 미친 남자'를 만나러 가는 길. 자동차 라디오에서는 요즘 아이돌그룹의 활기찬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들리지 않는다. 어떤 질문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드디어 도착한 회사 앞. 인터뷰를 할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인터뷰가 진행될 회의실로 들어서며 느낀 회사의 분위기가 참 밝다. 흰색 배경에 빨간색 포인트가 군데군데 들어가 젊고 세련된, 진취적인 느낌이다.

자리에 앉아 인터뷰 진행 내용을 정리하는 순간. 문이 열리며 슈트가 잘 어울리는 세련된 남자가 들어왔다. 브랜드에 미쳤다는 문지훈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였다.

1972년생.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리서치 인터내셔널, 인터브랜드코리아 상무 등을 거쳐 현재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아시아권에서 단 2명뿐인 ‘세계 100대 브랜드’ 평가위원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브랜드전문가. 대학에서부터 사회에 나와 지금까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을 짜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를 만들며 브랜드에 미쳐 살아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살아있는 브랜드가 명품이 된다”

- 문 대표에게 브랜드는 어떤 의미인가.

“브랜드는 나에게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브랜드가 잘되고 오래 살기 위해선 사람처럼 관리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적인 명품을 생각해봐라. 정체성을 갖고 본질을 바꾸진 않지만 계속 라인을 변화시키면서 브랜드를 유지시킨다. 브랜드라는 존재는 기업을 살리는 심장이자, 고객을 맞이할 수 있는 친구 그리고 때로는 개성을 표현하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존재다.”

- 그렇다면 인터브랜드는 어떤 회사인가.

“인터브랜드는 세계 3대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로 가치평가, 브랜딩 전략, 네이밍, BI, CI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 26개국에 현지 사무실이 있으며 1250여 명의 브랜드전문가가 근무하고 있다.”

- 대표에 취임한 지 올해로 4년째다.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대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콘텐츠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지난해에 적용했던 콘텐츠는 이미 옛것이 됐다.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직원들의 팀워크와 콘텐츠 개발이 잘 융화될 때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직원들이 많이 고생했고 잘 따라와 줘 고맙게 생각한다.”

- 대표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다.

“이 회사에서 근무한 지 올해가 10년째다. 컨설턴트에서 시작해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일은 항상 즐겁게 즐기면서 했다. 물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내가 준비한 프로젝트가 발탁되고 브랜드화 돼 대중에게 인사를 하게 될 때면 힘들었던 것 모두가 사라진다.”

◆ “성장하는 국내 브랜드가 자랑스럽다”

- 인터브랜드 코리아에서 선정하는 브랜드 순위가 화재인데….

“올해가 세번째 발표다. 글로벌시장에서 국내 브랜드의 위상이 달라졌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은 이미 글로벌시장에서도 상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런 브랜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다른 브랜드의 순위는 어느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지, 글로벌시장의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 글로벌시장에서 우리나라 브랜드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삼성전자는 이미 한국 아니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가 됐고,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위상도 대단하다. 100위권에 든 10개의 아시아 브랜드 중 7개가 일본, 나머지가 한국이다. 중국이 경제대국이고, 그 밖에 중화권 나라들에도 브랜드가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브랜드 위상의 제고를 실감한다.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를 평가하는 위원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임이 자랑스럽다.”

-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다음을 이을 브랜드는 어떤 게 있을까.

“사실 이런 얘기를 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고 한편으론 대부분 우리의 고객사이기 때문에 소신 있게 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말하자면, 아모레퍼시픽을 꼽고 싶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서브브랜드의 전략이 워낙 인상적이고 잘 구축해 놨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 브랜드 가치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 가치의 절반 이상을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것이 현실인데 무형자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브랜드다. 부동의 글로벌 브랜드 1위인 코카콜라의 경우 매년 기업 가치가 달라지긴 하지만 50% 이상이 브랜드 가치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일 코카콜라가 매각된다고 한다면 전세계 공장을 다 팔아도 브랜드 하나 파는 것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코카콜라 사장도 브랜드 가치는 절대 팔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 사람도 하나의 브랜드 개발이 필요한 시대다.

“당연히 사람도 기업과 같다. 그리고 자기발전이 있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며 말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는.

“‘세계 100대 브랜드’에 오른 우리나라 브랜드가 현재 3개다. 앞으로 이러한 브랜드가 5~6개가 될 때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물론 여기에 내가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도 섞여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