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은행 문턱에 좌절하는 자영업자
대출 광풍시대 생존법 / 살인금리에 '하루살이 인생'
차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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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빚으로 살찐 사회다. 군살이 더덕더덕 붙은 것을 넘어 고도비만 위험이 임박했다. <머니위크>는 대출 광풍이 몰아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피할 수 없는 빚일 경우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알아봤다. 아울러 알짜대출 활용법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법을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황금빛깔 튀김옷을 입은 치킨의 고소한 맛과 톡 쏘는 맥주의 환상적인 조화, 여기에 주인장의 친절함까지. 친구들과 간단히 ‘치맥’을 먹기 위해 한달에 두세번가량 찾아갔던 단골 치킨집 주인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뀌었다. 메뉴는 그대로였지만 인테리어부터 맛, 가격까지 모든 게 달라져 낯설기만 했다.
주변 상인들은 “○○○사장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빌리다 결국 감당 못하고 가게를 넘겼대”, “얼마나 어려웠으면 식재료 대금이랑 전기세, 관리비를 못내 야반도주를 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수소문 끝에 그 치킨가게 사장이었던 이철호씨(38) 만나 영문을 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영세자영업자에게는 너무나 높은 은행의 ‘대출문턱’이 원인이었다.
<머니위크>는 이 사장의 사례를 통해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영세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돌아보고 이 사장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대출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은 없다
지난 2010년 6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독일)을 앞두고 이 사장은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와 계약을 맺고 가게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당초 본사에서 제시한 가게 오픈비용은 1억원선. 이 사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여윳돈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1억원의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공사가 진행될수록 본사가 요구하는 인테리어비용이 늘어났고 이것저것 잡다한 비용이 추가되면서 3000만원이 더 필요해졌다.
이 사장은 수소문 끝에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창업자금 3000만원을 마련했다. 이후 이 사장은 월드컵과 새 가게 오픈(오픈발)이라는 특수에 힘입어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3개월 후 월드컵 열기도 식고 ‘오픈발’도 다하자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주변에 우후죽순 들어선 식당과 술집, 타 브랜드의 치킨가게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 상태로 1년여가 흐르자 매출이 줄어 인건비와 임대료를 내기에도 버거워졌다. 결국 이 사장은 직원들의 월급과 임대료를 내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단번에 거절 당했다. 소득금액증명원으로는 대출한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아울러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자영업자인 까닭에 신용대출도 안된다는 통보 아닌 통보가 이어졌다.
이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인 00캐피탈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대출이 비교적 수월했다. 하지만 한도가 적었다. 영세자영업자인 이 사장이 최고한도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800만원. 급한 대로 이 돈을 받아 직원들의 월급과 임대료를 지불했다.
어쩔 수 없이 받은 대출이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거치기간 1년이 지나 분기마다 돌아오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원리금과 이자 80만원. 여기에 캐피털사에서 받은 대출의 원금과 이자 40만원. 매달 가게 운영비 외에 120만원의 추가지출이 발생한 것.
◆ 정부·1금융권 한도 ‘5000만원’
이 사장은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때 본사에서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회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지원과 상권분석을 통해 영업구역을 더 넓히는 방안을 고려할 테니 마케팅비용과 영업구역 확장에 대한 운영권비용을 마련해보라고 한 것이다. 본사에서 요구한 돈은 5000여만원.
이때부터 이 사장은 필사적으로 대출을 알아봤다. 이유는 다름 아닌 영업구역의 확장 때문. 매장과 배달을 같이 운영하는 이 사장으로서는 구역확장이 곧 매출증대로 이어지는 만큼 너무나 절박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금융권의 아는 사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대출상품을 알아봤다.
결론은 ‘햇살론’, ‘미소금융’, ‘희망홀씨’ 등과 같은 저소득·금융소외자를 위한 대출상품이었다. 그러나 햇살론과 미소금융을 통해 이 사장이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한도는 총 1200만원뿐이었다.
창업자금 및 운영자금 대출 총한도인 5000만원 중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캐피털사에서 받은 대출금을 제외한 금액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때 이 사장은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었다. 영세자영업자가 정부나 제1금융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최대 5000만원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1200만원 밖에 마련하지 못한 이 사장은 대출전문중개인을 통해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게를 살리는 데 필요한 나머지 금액 38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출전문중개인은 제2금융과 제3금융(대부업체)을 알선했다. 즉시 대출이 진행됐다.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400만원까지. 물론 금리가 법정한계인 39%에 이르렀지만 그에게는 상권이 더 중요했다. 이와 같은 우여곡절(?) 끝에 이 사장은 5000만원을 마련했다.
그는 이 돈으로 본사와 함께 대대적인 시식행사와 전단지 살포 등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고 배달 가능 구역도 넓혔다. 자연스레 매출도 늘었다. 하지만 결국 무리한 대출이 발목을 잡았다. 늘어난 매출로는 대출받은 곳에 이자내기도 빠듯했다. 여기에 하루라도 대출상환이 늦어지면 독촉전화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최악의 수를 뒀다. 가게 앞에 뿌려진 불법대출(일수) 전단지에 손을 댄 것이다.
일수는 돈을 빌리기가 더 편했다. 일수업체 직원이 가게로 와 확인하고 기본적인 서류만 있으면 곧바로 500만~1000만원을 빌려줬다. 이 사장은 이를 이용해 대출이자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1년 정도 이어진 돌려막기는 이자가 이자를 낳아 원금보다 더 커지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처분한 이 사장은 가게 투자금 1억3000만원을 몽땅 날렸다.
아울러 그에게는 ‘신용불량자’라는 주홍글씨도 새겨졌다. 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잘못 그은 선이 점점 나쁜 결과를 낳았다. 처음 자금이 모자라다 싶을 때 멈춰야 했다. 그리고 내가 너무 무지했다. 우리나라 영세자영업자가 정부나 제1금융권에서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5000만원이라는 것만 미리 알았어도 계획을 세웠을 텐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변 상인들은 “○○○사장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빌리다 결국 감당 못하고 가게를 넘겼대”, “얼마나 어려웠으면 식재료 대금이랑 전기세, 관리비를 못내 야반도주를 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수소문 끝에 그 치킨가게 사장이었던 이철호씨(38) 만나 영문을 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영세자영업자에게는 너무나 높은 은행의 ‘대출문턱’이 원인이었다.
<머니위크>는 이 사장의 사례를 통해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영세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돌아보고 이 사장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대출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은 없다
지난 2010년 6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독일)을 앞두고 이 사장은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와 계약을 맺고 가게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당초 본사에서 제시한 가게 오픈비용은 1억원선. 이 사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여윳돈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1억원의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공사가 진행될수록 본사가 요구하는 인테리어비용이 늘어났고 이것저것 잡다한 비용이 추가되면서 3000만원이 더 필요해졌다.
이 사장은 수소문 끝에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창업자금 3000만원을 마련했다. 이후 이 사장은 월드컵과 새 가게 오픈(오픈발)이라는 특수에 힘입어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3개월 후 월드컵 열기도 식고 ‘오픈발’도 다하자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주변에 우후죽순 들어선 식당과 술집, 타 브랜드의 치킨가게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 상태로 1년여가 흐르자 매출이 줄어 인건비와 임대료를 내기에도 버거워졌다. 결국 이 사장은 직원들의 월급과 임대료를 내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단번에 거절 당했다. 소득금액증명원으로는 대출한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아울러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자영업자인 까닭에 신용대출도 안된다는 통보 아닌 통보가 이어졌다.
이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인 00캐피탈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대출이 비교적 수월했다. 하지만 한도가 적었다. 영세자영업자인 이 사장이 최고한도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800만원. 급한 대로 이 돈을 받아 직원들의 월급과 임대료를 지불했다.
어쩔 수 없이 받은 대출이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거치기간 1년이 지나 분기마다 돌아오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원리금과 이자 80만원. 여기에 캐피털사에서 받은 대출의 원금과 이자 40만원. 매달 가게 운영비 외에 120만원의 추가지출이 발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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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1금융권 한도 ‘5000만원’
이 사장은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때 본사에서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회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지원과 상권분석을 통해 영업구역을 더 넓히는 방안을 고려할 테니 마케팅비용과 영업구역 확장에 대한 운영권비용을 마련해보라고 한 것이다. 본사에서 요구한 돈은 5000여만원.
이때부터 이 사장은 필사적으로 대출을 알아봤다. 이유는 다름 아닌 영업구역의 확장 때문. 매장과 배달을 같이 운영하는 이 사장으로서는 구역확장이 곧 매출증대로 이어지는 만큼 너무나 절박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금융권의 아는 사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대출상품을 알아봤다.
결론은 ‘햇살론’, ‘미소금융’, ‘희망홀씨’ 등과 같은 저소득·금융소외자를 위한 대출상품이었다. 그러나 햇살론과 미소금융을 통해 이 사장이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한도는 총 1200만원뿐이었다.
창업자금 및 운영자금 대출 총한도인 5000만원 중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캐피털사에서 받은 대출금을 제외한 금액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때 이 사장은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었다. 영세자영업자가 정부나 제1금융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최대 5000만원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1200만원 밖에 마련하지 못한 이 사장은 대출전문중개인을 통해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게를 살리는 데 필요한 나머지 금액 38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출전문중개인은 제2금융과 제3금융(대부업체)을 알선했다. 즉시 대출이 진행됐다.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400만원까지. 물론 금리가 법정한계인 39%에 이르렀지만 그에게는 상권이 더 중요했다. 이와 같은 우여곡절(?) 끝에 이 사장은 5000만원을 마련했다.
그는 이 돈으로 본사와 함께 대대적인 시식행사와 전단지 살포 등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고 배달 가능 구역도 넓혔다. 자연스레 매출도 늘었다. 하지만 결국 무리한 대출이 발목을 잡았다. 늘어난 매출로는 대출받은 곳에 이자내기도 빠듯했다. 여기에 하루라도 대출상환이 늦어지면 독촉전화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최악의 수를 뒀다. 가게 앞에 뿌려진 불법대출(일수) 전단지에 손을 댄 것이다.
일수는 돈을 빌리기가 더 편했다. 일수업체 직원이 가게로 와 확인하고 기본적인 서류만 있으면 곧바로 500만~1000만원을 빌려줬다. 이 사장은 이를 이용해 대출이자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1년 정도 이어진 돌려막기는 이자가 이자를 낳아 원금보다 더 커지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처분한 이 사장은 가게 투자금 1억3000만원을 몽땅 날렸다.
아울러 그에게는 ‘신용불량자’라는 주홍글씨도 새겨졌다. 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잘못 그은 선이 점점 나쁜 결과를 낳았다. 처음 자금이 모자라다 싶을 때 멈춰야 했다. 그리고 내가 너무 무지했다. 우리나라 영세자영업자가 정부나 제1금융권에서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5000만원이라는 것만 미리 알았어도 계획을 세웠을 텐데….”
☞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기본 대출은 이것!
① 창업자금대출·임차보증금 안심금융
창업할 때의 비용을 대출받고 싶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창업자금대출을,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업종전환이나 폐업을 고민 중이라면 임차보증금 안심금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최고 7000만원 이내로 거치기간 2년 포함해 5년 상환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 임차보증금 안심금융의 경우 임대인에게 보증을 받아야 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② 서울신용보증재단 특별보증
서울신용보증재단도 창업자금 및 사업장 임차자금 특별보증으로 업체당 최대 5000만원까지 책정, 대출해준다. 하지만 자격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문제다. 카드연체나 대부업 이용으로 신용상태가 나쁘거나 소득이 너무 적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③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들 상품은 취급은행별로 승인율, 자격요건 등이 다르므로 직접 방문해 상담 받는 것이 좋다.
① 창업자금대출·임차보증금 안심금융
창업할 때의 비용을 대출받고 싶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창업자금대출을,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업종전환이나 폐업을 고민 중이라면 임차보증금 안심금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최고 7000만원 이내로 거치기간 2년 포함해 5년 상환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 임차보증금 안심금융의 경우 임대인에게 보증을 받아야 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② 서울신용보증재단 특별보증
서울신용보증재단도 창업자금 및 사업장 임차자금 특별보증으로 업체당 최대 5000만원까지 책정, 대출해준다. 하지만 자격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문제다. 카드연체나 대부업 이용으로 신용상태가 나쁘거나 소득이 너무 적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③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들 상품은 취급은행별로 승인율, 자격요건 등이 다르므로 직접 방문해 상담 받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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