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가장 어려운 일은? (1)보물찾기 (2)서울대 가기 (3)취업하기
청년창업, 뭐가 문제인가 / 취업 vs 창업, 기로에 선 청춘들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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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 신화를 만든 스티브 잡스. 이들은 ‘취업’이 아닌 ‘창업’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 이에 많은 청년들이 ‘제2의 게이츠와 잡스’를 꿈꾸며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이 쉽지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나라 청년 창업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Q. 다음 중 가장 어려운 일은?
1) 모래알 속에서 진주 찾기 2) 아들, 딸 서울대 보내기 3) 이태백시대, 취업 성공하기
이미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이라면 답이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취업전선에 뛰어든 대학생(취준생) 입장에서는 3번으로 대동단결할 문제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시대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이 남보다 경쟁력 있는 스펙을 쌓는 것이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취업에 성공하는 일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생존투쟁. 취준생들은 이를 피부로 실감한다. 실제로 올 초 청년취업 성적표는 최악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청년실업률은 11.1%로 지난 199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가 IMF 외환위기 직후로 수많은 회사가 무너지고 실업자가 양산되던 때인 걸 감안하면 현재의 실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은 ‘청년창업’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냈다. 과연 창업이 청년실업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여기 두명의 사례자가 있다. 윤백수씨(가명·31)는 수년째 취업을 향해, 김사장씨(가명·36)는 취준생 신분을 벗고 5년 전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윤백수씨 “취업준비, 빚이 쌓이는 시간들”
‘대학 졸업장을 받고 빚을 얻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상경계열을 졸업한 윤씨는 말 그대로 대학 졸업장을 받는 대신 빚을 얻었다. 평범한 환경에서 공부를 썩 잘해 웬만큼 괜찮은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은 그림의 떡. 일찌감치 공무원시험 전선에 뛰어들어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기도 했지만 도전 2년 만에 다시 취업의 세계로 돌아왔다.
“10대엔 중상위권 대학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죠. 20대엔 연봉 4000만원 정도의 회사에 무리없이 들어가 자리를 잡을 줄 알았고, 30대엔 행복한 가정을 이룰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더군요. 이미 30대지만 모아둔 돈 한푼 없이 변변한 직장 명함 하나 없는 게 제 모습이니까요.”
윤씨에게 취업의 길은 그야말로 좌절의 연속이다. 서류전형에서 탈락해 면접조차 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무려 100곳이 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에 합격한 회사는 30곳이 채 되지 않는다. 가까스로 10여곳에 면접을 봤지만 ‘합격’이란 두 글자는 끝끝내 받아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빚은 쌓여갔다. 대학 4년간 받은 학자금대출에 졸업 후 하루하루 생활비까지 더해져 윤씨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가족과 친척을 만나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다. 탈락이 반복될수록 윤씨의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때 잘나가는 마케터를 꿈꿨던 그의 이상은 어느새 평범해졌다.
“점점 적성이 뭔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제 꿈이 뭔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더라고요. 이제는 나를 받아만 준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오기가 생겼죠. 그렇게 해서라도 이 길고 긴 취업의 과정을 끝내고만 싶습니다.”
◆김사장씨 “도전이 낳은 실패라는 꼬리표”
‘창업에서 답을 찾아라’. 5년 전 김씨를 혹하게 했던 문구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스펙을 가져도 취업이 어려운 시점에 내 사업을 하면서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 그 바람은 2년간 취준생이었던 김씨의 신분을 순식간에 사장으로 바꿔놨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인생의 쓴맛(?)을 톡톡히 느끼는 중이다.
“먹는 게 남는 장사라고 친구를 설득해 작은 치킨집을 시작했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 없어 1억원 가까운 돈을 대출받았어요. 당시만 해도 ‘스스로 제 갈길을 알아서 찾는 배포 큰 청년들’이라며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친구들과 대학 선후배 등이 많았던 터라 초반부터 대박은 아니더라도 쉽게 현상유지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죠.”
김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정과 의리로 찾아온 지인들 덕분에 초반 6개월 동안은 가게 월세와 재료비, 유지비 등을 지불하고도 여윳돈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1년이 지나자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친구들의 발길이 점차 뜸해졌고 주변에 치킨집이 하나둘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매상은 갈수록 떨어져 월세를 내기도 버거운 시점까지 갔다.
“사업을 하면서 왜 사람들이 월급쟁이의 삶을 동경하는 지 알게 됐어요. 무턱대고 시작했지만 창업과 동시에 수많은 짐을 떠안아야 했죠. 한때는 사장님소리를 들으며 우쭐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게 부담스러워졌어요. 월세를 메꾸느라 또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매출이 떨어질 무렵, 김씨는 동업하던 친구와도 이별했다. 불안정한 미래에 월 20만원씩 들어오는 적은 수입을 버티지 못한 탓이다. 친구에게 최초보증금을 떼주고 난 뒤 김씨는 더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쉬는 날도 없이 일하지만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김씨는 몸도 마음도 병들었지만 이제 와서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저 역시 아무 회사나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100번씩 해요. 하지만 이제 와서 취업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죠. 신입사원 나이도 아닌 데다 인턴 경험 하나 없는 저를 어느 회사가 받아주겠습니까. 5년 전 실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권장하던 사회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취업이냐 창업이냐 고민에 빠진 취준생들. 청년실업 200만명 시대가 빚어낸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1) 모래알 속에서 진주 찾기 2) 아들, 딸 서울대 보내기 3) 이태백시대, 취업 성공하기
이미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이라면 답이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취업전선에 뛰어든 대학생(취준생) 입장에서는 3번으로 대동단결할 문제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시대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이 남보다 경쟁력 있는 스펙을 쌓는 것이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취업에 성공하는 일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생존투쟁. 취준생들은 이를 피부로 실감한다. 실제로 올 초 청년취업 성적표는 최악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청년실업률은 11.1%로 지난 199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가 IMF 외환위기 직후로 수많은 회사가 무너지고 실업자가 양산되던 때인 걸 감안하면 현재의 실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은 ‘청년창업’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냈다. 과연 창업이 청년실업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여기 두명의 사례자가 있다. 윤백수씨(가명·31)는 수년째 취업을 향해, 김사장씨(가명·36)는 취준생 신분을 벗고 5년 전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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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백수씨 “취업준비, 빚이 쌓이는 시간들”
‘대학 졸업장을 받고 빚을 얻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상경계열을 졸업한 윤씨는 말 그대로 대학 졸업장을 받는 대신 빚을 얻었다. 평범한 환경에서 공부를 썩 잘해 웬만큼 괜찮은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은 그림의 떡. 일찌감치 공무원시험 전선에 뛰어들어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기도 했지만 도전 2년 만에 다시 취업의 세계로 돌아왔다.
“10대엔 중상위권 대학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죠. 20대엔 연봉 4000만원 정도의 회사에 무리없이 들어가 자리를 잡을 줄 알았고, 30대엔 행복한 가정을 이룰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더군요. 이미 30대지만 모아둔 돈 한푼 없이 변변한 직장 명함 하나 없는 게 제 모습이니까요.”
윤씨에게 취업의 길은 그야말로 좌절의 연속이다. 서류전형에서 탈락해 면접조차 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무려 100곳이 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에 합격한 회사는 30곳이 채 되지 않는다. 가까스로 10여곳에 면접을 봤지만 ‘합격’이란 두 글자는 끝끝내 받아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빚은 쌓여갔다. 대학 4년간 받은 학자금대출에 졸업 후 하루하루 생활비까지 더해져 윤씨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가족과 친척을 만나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다. 탈락이 반복될수록 윤씨의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때 잘나가는 마케터를 꿈꿨던 그의 이상은 어느새 평범해졌다.
“점점 적성이 뭔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제 꿈이 뭔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더라고요. 이제는 나를 받아만 준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오기가 생겼죠. 그렇게 해서라도 이 길고 긴 취업의 과정을 끝내고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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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김사장씨 “도전이 낳은 실패라는 꼬리표”
‘창업에서 답을 찾아라’. 5년 전 김씨를 혹하게 했던 문구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스펙을 가져도 취업이 어려운 시점에 내 사업을 하면서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 그 바람은 2년간 취준생이었던 김씨의 신분을 순식간에 사장으로 바꿔놨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인생의 쓴맛(?)을 톡톡히 느끼는 중이다.
“먹는 게 남는 장사라고 친구를 설득해 작은 치킨집을 시작했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 없어 1억원 가까운 돈을 대출받았어요. 당시만 해도 ‘스스로 제 갈길을 알아서 찾는 배포 큰 청년들’이라며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친구들과 대학 선후배 등이 많았던 터라 초반부터 대박은 아니더라도 쉽게 현상유지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죠.”
김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정과 의리로 찾아온 지인들 덕분에 초반 6개월 동안은 가게 월세와 재료비, 유지비 등을 지불하고도 여윳돈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1년이 지나자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친구들의 발길이 점차 뜸해졌고 주변에 치킨집이 하나둘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매상은 갈수록 떨어져 월세를 내기도 버거운 시점까지 갔다.
“사업을 하면서 왜 사람들이 월급쟁이의 삶을 동경하는 지 알게 됐어요. 무턱대고 시작했지만 창업과 동시에 수많은 짐을 떠안아야 했죠. 한때는 사장님소리를 들으며 우쭐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게 부담스러워졌어요. 월세를 메꾸느라 또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매출이 떨어질 무렵, 김씨는 동업하던 친구와도 이별했다. 불안정한 미래에 월 20만원씩 들어오는 적은 수입을 버티지 못한 탓이다. 친구에게 최초보증금을 떼주고 난 뒤 김씨는 더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쉬는 날도 없이 일하지만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김씨는 몸도 마음도 병들었지만 이제 와서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저 역시 아무 회사나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100번씩 해요. 하지만 이제 와서 취업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죠. 신입사원 나이도 아닌 데다 인턴 경험 하나 없는 저를 어느 회사가 받아주겠습니까. 5년 전 실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권장하던 사회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취업이냐 창업이냐 고민에 빠진 취준생들. 청년실업 200만명 시대가 빚어낸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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