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101층 부산 랜드마크' 탄생할까
대형개발사업, 지금은 ②부산해운대 엘시티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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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훈풍이 분다. 이에 힙임어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답보상태에 빠졌던 대형 개발사업들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과거 호황이던 시절 덩치만 불려 주민 피해와 갈등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대형 개발사업들. 과연 '흑역사'를 딛고 진일보할 수 있을까. <머니위크>가 연속기획을 통해 주요 대형 개발사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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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조감도. /사진제공=엘시티PFV |
지난 2007년 11월 부산도시공사(이하 부산도공)가 해운대구 중1동 한국콘도 뒤편 옛 군부대 자리에 들어설 해운대 관광리조트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로 엘시티(구 트리플 스퀘어)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8년여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부산 뒤덮은 마천루의 꿈
엘시티사업은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시민단체와 학계, 주민으로부터 '관광휴양지 해운대를 기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반발에 부딪혔다.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건물의 높이가 대부분 20층 안팎이어서 117층짜리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일대 스카이라인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일각에선 부산시가 이 사업을 계기로 고도제한을 철폐, 50층 안팎의 초고층 건물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난개발 논란을 일으킨 수영만 매립지(마린시티) 형태가 되는 게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등의 반대에도 지난 2007년 12월 부산도공과 엘시티컨소시엄 간 사업시행협약이 체결됐고 엘시티사업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이 무렵 부산은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5개 이상 보유한 세계 유일 도시로 부상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마천루의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은 영향이 크다. 그해 4월 엘시티컨소시엄 측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했으나 토지대금 납부책임을 진 군인공제회가 중도금 납부유예를 요청, 중도금을 수개월 미납했다.
이후 엘시티를 비롯한 초고층 랜드마크사업이 투자유치 어려움으로 줄줄이 존폐의 기로에 섰고 지난 2009년 7월 사업성 확보를 위해 종전 오피스와 위락시설 대신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을 대거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변경이 추진됐다.
◆중국 큰손의 공습… 부산을 탐하다
지난 2013년 5월, 부산시가 엘시티 건설예정지를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이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같은해 10월 엘시티PFV는 매출(2012년 기준) 세계 1위의 건설회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이하 CSCEC)와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CSCEC는 오는 2018년 엘시티를 완공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한국판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인피니티 풀'로 불리는 등 장밋빛 전망으로 물들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7일 엘시티PFV는 CSCEC와 계약을 해지했고 엘시티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CSCEC가 세계 유명 건설회사지만 소비자들은 국내업체를 더 선호하는 데다 중국의 까다로운 절차 탓에 자금조달이 늦어져 시공사를 국내 건설업체로 교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결과다.
애초 엘시티PFV는 지난해 말까지 중국 현지은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엘시티PFV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국내 건설사들이 사업참여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 CSCEC에 계약해지를 요구했다"며 "CSCEC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엘시티사업, 자금조달이 분수령
엘시티PFV는 CSCEC와 계약을 해지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지난달 21일 포스코건설과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엘시티PFV는 책임준공 약정과 분양대금을 담보로 PF대출을 조달하기로 했다.
엘시티PFV 관계자는 "CSCEC과 시공계약을 해지하면서 공사가 다소 지연됐지만 국내 대표 건설기업인 포스코건설의 사업참여로 자금조달 여건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개선됐다"고 말했다.
엘시티사업의 순수 공사비는 1조5000억원으로 대출을 통해 약 8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금액은 호텔과 아파트 분양수익을 통해 충당할 방침이다. 포스코건설도 분양과 사업위험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책임준공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엘시티사업은 토목공사가 약 70% 진행된 상태며 올해 하반기 분양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자금조달의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CSCEC의 사업 참여 이후 중국투자자를 겨냥해 종전 사업계획보다 물량을 늘린 주거용 호텔의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아파트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미분양 위험이 증가하고 이 경우 은행권이 대출을 거부할 수도 있다"며 "중국 투자수요 역시 검증되지 않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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