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의 구청급 지방정부에서 서열 2위(부구청장)로 근무하다 지난 2013년 7월 관복을 벗은 짜오광화씨는 이제 퇴근 후 휴대폰이 울려도 놀라지 않는다. 공무원 신분일 때 그는 공휴일이나 일과가 끝난 후 휴대폰이 울리면 극도로 예민해졌다. 큰 사건이 터졌거나 상관이 사무실로 급히 나오라는 전화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짜오씨를 이직하게 만든 사건도 한통의 전화에서 출발한다. 지난 2013년 2월 그는 퇴근 후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관할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11명이 사망했다는 보고였다. 즉시 차를 몰아 현장에 도착한 그는 버스 기사의 운전 실수가 사고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들었다. 하지만 당시 그가 부구청장으로 교통업무를 총괄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했다. 근신하던 짜오씨는 5개월 후 공무원 신분을 던져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이 교통사고가 아니었더라도 짜오씨는 늘 공무원 신분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40세에 부구청장에 올라 이직할 때까지 2년간 16개가 넘는 공책에 깨알같이 업무를 적어야 했다. 모두 관할구역 내 생산시설과 교통의 안전, 환경 보호 등 그의 지휘 아래 있는 7개 업무와 연관된 내용이었다. 그는 “이직하기 전 2개월 동안 단 한번도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책임자로 변신한 짜오씨는 이제 휴대폰 벨소리가 어느 때보다 반갑다고 한다. 그는 “이직 후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계약과 관련된 것”이라며 “공무원 신분일 때는 큰 비가 내리면 또 어떤 도로가 미끄럽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무원들의 이직 열기가 연일 화제다.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구직·구인 사이트인 쯔리엔자오핀이 발표한 ‘2015년 봄 인재 이동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 비영리기구 등의 직원이 이직한 사례는 지난해보다 34% 늘었다. 특히 올해 춘절 연휴가 끝난 2월 말부터 3주간 전국적으로 1만명이 넘는 공무원이 쯔리엔자오핀에 다른 직업을 구하는 이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기 식은 공무원, ‘이직 열풍’

사실 지난 2006년 개정한 중화인민공화국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이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공무원이 사직하거나 퇴직한 후 간부급 공무원은 3년 이내, 기타 공무원은 2년 이내 자신들이 맡았던 공무와 연관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법조차 공무원들의 이직 열풍을 잠재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예전만 못하다. 해외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며 중국 남서부 개발의 전략 기지로 꼽히는 충칭시는 지난 2012년 이후 83대1에 달했던 경쟁률이 이듬해 41대1로 낮아졌다. 응시생 수도 2010년 4만5000명을 훌쩍 넘었지만 최근에는 간신히 3만명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올해 공무원 국가고시에 응시한 사람의 평균 경쟁률이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머니투데이DB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머니투데이DB

◆ 박봉과 과중한 업무 탓… 이직하면 연봉 4~5배

이처럼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박봉과 과중한 업무 탓으로 보인다. 중국 공무원은 부처를 막론하고 초임 월급이 3000위안(55만원) 정도로 10년 경력의 법관 연봉이 7만 위안(1200만원) 수준이다. 특히 법원 민사심판청 법관은 매일 평균 1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해 식사를 거르기가 일쑤라는 지적이다. 반면 법관이 변호사로 이직하면 수임료의 70%를 본인이 가져갈 수 있는데 능력에 따라 연봉이 법관 시절의 4~5년치 소득을 합한 금액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래 강력하게 시행 중인 ‘반부패’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시진핑 정부는 지난 2012년 11월 집권 이후 '호랑이'(부패 고급 관료)와 '파리'(부패 하급 관료)를 구분하지 않고 부패만큼은 잡겠다며 대청소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지난해 반부패 혐의로 조사를 벌인 공무원만 400명이 넘을 정도다. 이 중 성·시 당 위원회 서기나 성·시장, 청장, 동사장, 총장 등 호랑이들도 40%(160명)를 차지한다.

한때 중국 공무원들 사이에 ‘일할 맛’ 나는 이유로 꼽혔던 3공 경비가 크게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3공 경비는 공무 접대비와 관용차 운영비, 해외 출장비를 일컫는 말인데 박봉의 공무원들에게는 자금줄로 통했다. 지난 2012년만 해도 1조7600억원에 달했던 3공 경비는 공무원 사회의 확실한 특혜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3공 경비는 1조1000억원으로 더 낮아졌고, 그나마 접대 횟수와 참여 인원 등 그 내역이 정확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 '막강 권력'은 여전

공무원 이직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은 맞지만 아직 열기라고 부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대중망은 한 지방 공무원과 세무 공무원을 인용해 “공무원으로 일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주변에서 실제 사직서를 제출한 동료는 한명도 보지 못했다”며 “기업에 이력서를 보내고 채용 확답을 받더라도 실제 이직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특히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둥시 등 주요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지방 공무원은 자신들을 받아줄 더 좋은 기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무원의 이직률이 1%를 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일부 지방정부의 간부직 공무원 2~3명 정도가 이직하는 것을 열풍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런 이직자 수는 전체 간부급 공무원의 0.002% 정도에 그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민간기업의 지난해 평균 이직률은 17.4%에 달하며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이직률이 각각 20%를 넘는다. 결국 아직까지 수치만으로는 중국 공무원들이 막강한 권력과 안정적인 신분을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특파원 리포트] '옷 벗어던지는' 중국의 공무원

하지만 이전같은 철밥통으로서의 인기는 갈수록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 사이에서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하거나 직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은 이제 공무원을 지원하지 않는 풍조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중국의 공무원이라는 직업도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고 다른 선진국들처럼 360개 직업군 중의 하나로 여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