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2개 규모의 거대한 전산실이 심 한복판에 들어섰다. 오는 8월 초 완공을 눈앞에 둔 LG유플러스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유플러스 평촌 메가센터’의 등장이다. IDC란 기업이 인터넷서비스에 필요한 서버, 전용회선, 네트워크 관리를 대행해 주는 곳으로 이른바 ‘인터넷서버호텔’로 불린다. 대규모 공간 안에 기업의 서버를 입주시켜 관리와 운영을 도맡는 점이 호텔과 유사하다는 의미에서다. 지난 1999년 국내 최초로 IDC를 오픈한 LG유플러스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고밀도·고집적 IDC 평촌 메가센터를 통해 아태지역의 IT 거점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평촌메가센터 조감도
평촌메가센터 조감도

◆전기 먹는 하마? 외기냉방만 7개월


“전산실을 건물로 형상화 했어요. 서버가 까맣다는 점에 주목해 건물 색상도 어두운 진회색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지난 2일 평촌 메가센터에서 만난 최영범 LG유플러스 평촌센터 신축TF 팀장은 건물의 디자인 설명으로 포문을 열었다. 한 눈에 봐도 IDC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메가센터를 전산실화 했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규모도 눈에 띄었다. 평촌메가센터는 대지 면적 1만7282제곱미터에 지하3층, 지상7층 구조물로 완공 시 연면적 8만5547제곱미터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12개를 합친 규모로, 순수 전산 상면 면적(2만7768제곱미터)만 놓고 봐도 아시아 최대 규모다. 덩치에 걸맞게 전력용량 역시 165메가와트(MW)로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이날 최 팀장은 평촌메가센터의 경우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고밀도·고집적 서버 랙을 갖춰 입주기업의 비용을 효율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랙당 평균 전력이 10kW에 달해 기존 IDC의 평균 2.2kW~3.3kW 수준보다 월등하다는 것. 랙당 평균 전력이 높으면 클라우드 컴퓨팅 등 고전력을 요구하는 블레이드 서버 장비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기존 IDC의 한계로 꼽혀왔던 ‘전기 먹는 하마’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PUE(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 1에 가까울수록 좋다)도 최대한 낮췄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연간 PUE 1.8~2.0인 데 반해 LG유플러스는 평촌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연간 PUE를 1.4 이하로 유지키로 한 것.

낮은 수준의 PUE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IT설비 소모전력 외에 냉방전력의 효율화가 특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구글 등 글로벌기업의 경우 산간지역에 위치한 수력발전소 근처에 IDC를 설립한다. 차가운 바깥 공기를 내부로 끌어와 전력소모 없이 장비의 발열을 식혀주는 외기냉방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특성상 산간지역에 설립 시 전력수급이 힘들뿐더러 환경파괴에 따른 주민반대에 부딪힐 우려가 높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서울도심 대비 청정지역으로 관악산과 청계산, 백운산이 인접하고 있는 평촌을 선택했다. 관악산으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청정기류를 유입해 외기냉방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평촌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가 연간 2~3개월 간 외기냉방이 가능한 것과 비교해 7개월 이상 외기냉방이 가능하다. 최 팀장은 “외국과 같은 환경을 추구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국내에서 찾기는 어렵다”며 “IDC의 경우 전력수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선 일단 도심 인프라 근처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기업에 비해 지리적으로 불리한 부분은 특허기술로 채웠다. 이번 센터에는 IDC 사업자 중 최초로 데이터센터의 공조제어 정확성을 높이는 빌트업(건물일체형) 공기조화장치와 냉각센터의 제어기술을 향상시키는 공기조화시스템 등 2종의 특허가 적용됐다.
평촌메가센터 전산실 내부
평촌메가센터 전산실 내부

◆정전·화재·지진·도난 걱정 ‘뚝’

IDC는 무엇보다 365일 내내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1분1초, 단 하루라도 작동중지 시 고객사의 매출에 현격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이에 평촌데이터센터는 국내 최초로 ‘티어3(Tier-Ⅲ)’ 인증을 확보해 입주기업에게 100% 무중단 전산환경서비스를 제공한다. 티어3란 데이터센터 평가 기관인 미국 업타임이 객관적인 안정성 평가 검증을 통해 24시간 365일 무 중단 전산환경서비스가 가능함을 검증받는 것을 말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진도 7수준의 강진에도 문제없는 내진 설계와 최고 수준의 피뢰 설비 등을 적용했으며, 정전에 대비해 한국전력의 예비전력이 일정수준 미만으로 감소하는 경우 IDC 내 자가발전기로 자체 전력수요를 충당해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능형 수요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의 예비전력 규모는 3000kW다.

또 급증한 서버의 과부하로 내부온도가 400도 이상 올라간다 하더라도, 외벽과의 거리를 1미터 이상 떨어뜨림으로써 화재로부터 안전한 센터를 설립했다고 최 팀장은 설명했다.

또한 사무동과 전산동을 분리해 보안성을 확보했다. 센터 출입구부터 전산실에 이르기까지 맨트랩 기능의 회전 게이트, 홍채인증 등 총 5단계에 이르는 보안시스템을 구성했다. 최 팀장은 “이같은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안전체계를 정밀하게 이뤄냈다”고 말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평촌메가센터의 8월 초 오픈을 앞두고 현장에서 전산실 환경을 갖춰 실물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