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층 고층 아파트에 사는 A씨. 최근 무더위 속에 창문을 열다 화들짝 놀랐다. 무인비행장치 ‘드론’이 자신의 집 근처에서 비행하고 있던 것. 처음에는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불과 몇 분 뒤 께름칙한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촬영하고 있었던 거지?”


#. 지난 2013년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시골 마을. 상공에 날아드는 드론을 사냥(격추)하는 것을 허용토록 한 이른바 ‘반(反) 무인기 조례’가 추진됐다. 이 조례는 마을의회 표결에서 부결됐지만 수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드론 사냥 조례를 제안한 마을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사회가 ‘감시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싫습니다.”

무인비행장치 ‘드론’(DRONE)이 천덕꾸러기 신세다. 최근 한국인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적 상징물인 두오모 성당에서 드론으로 촬영을 하다 충돌사고를 낸 이후로 드론 사용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특히 무분별한 영상촬영으로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하늘 위 혼란,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 

/사진=뉴시스 DB
/사진=뉴시스 DB

◆드론시장 성장, 명과 암

항공안전기술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현재 무인비행장치 신고대수는 지난 2010년 144대에서 지난 3월 423대로 3배가량 늘었다. 조종 취득자 수는 더 크게 늘어 지난해 64명에서 지난 3월 726명으로 불과 1년 만에 11배 급증했다. 군수산업에서 시작된 드론이 간단한 조작법과 구매의 용이성을 바탕으로 최근 민간시장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 작은 비행물체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드론의 활용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틸그룹에 따르면 드론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8% 이상 성장해 114억달러 규모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드론시장의 성장은 그림자도 함께 불러왔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를 불순한 의도로 사용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


최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는 한편의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해외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이 영상은 아파트 외벽을 쭉 훑으며 비행하다 옥상에 멈춰 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던 여성을 집요하게 좇는다. 비행소리에 놀란 여성은 수건으로 몸을 가리며 긴 막대기를 들고 드론을 부수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사진 참조)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해변에서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던 남녀가 드론을 발견하고 신발을 집어 던지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뿐일까. 할리우드 스타를 좇는 파파라치는 자택 상공에 드론을 띄워 스타의 은밀한 모습을 촬영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처럼 드론이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도구로 이용되면서 드론에 반감을 갖는 이들도 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미국 콜로라도주의 디어트레일에서는 이 지역주민 필립 스틸이 “감시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싫다”며 드론을 공격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해 격추에 성공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드론 사냥 조례’를 마을 의회에 부치기도 했다. 해당 조례는 부결됐지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미국 연방항공국(FAA) 대변인은 “FAA는 미국 내 모든 영공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서 “(타인을) 촬영하는 것은 형사 또는 민사 책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옥상에서 일광욕 중인 한 여성이 드론을 통한 '도둑촬영'을 발견, 이를 내쫓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옥상에서 일광욕 중인 한 여성이 드론을 통한 '도둑촬영'을 발견, 이를 내쫓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법적장치 미비, 국토부 "검토중"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드론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법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드론 추락에 의한 물리적 피해 이외에 사생활 침해나 해킹과 같은 문제도 크다”며 “카메라가 탑재된 소형 드론이 주위에 늘어날수록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 연구원은 그러나 “아직까지 민간 드론 사용에 대한 체계적 제도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드론 등 무인항공기 운용으로 획득한 영상 및 위치정보 등 개인정보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제가 적용된다. 개인 식별이 가능한 영상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에, 해당 영상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옮겨질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당사자 동의 없는 대화 내용의 청취는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연관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무인항공기 및 비행장치에 기존의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보호법제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법 적용 및 해석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제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피력했다.

국회에서도 드론의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는 드론의 산업육성과 안전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드론 활성화의 쟁점과 입법과제’란 주제로 간담회가 개최됐다.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내에서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드론관련 입법과제가 현실화 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법령 정비를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무인비행장치에 대해 제도개선 필요성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론 안전수칙

▲비행금지 시간대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야간비행’ 금지

▲비행금지 장소(지방항공청 또는 국방부 허가 필요)
-비행장으로부터 반경 9.3km 이내인 곳 (‘관제권’으로 불림)
-비행금지구역 (휴전선 인근, 서울도심 상공 일부)
-150m 이상의 고도 (항공기 비행항로 설치된 공역)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상공 (스포츠 경기장, 각종 축제 등)

▲비행금지 행위
-비행 중 낙하물 투하 금지, 조종자 음주 상태에서 비행 금지
-조종자가 안개·황사 등 육안으로 장치를 직접 볼 수 없을 때 비행 금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