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COEX)는 과거 마이스(MICE)산업의 메카였다. 그러나 현재의 코엑스는 예전의 명성이 퇴색된 지 오래다. 마이스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이목을 끌면서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그야말로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


마이스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신조어다. 굴뚝없는 산업의 대명사였던 관광과 서비스산업이 진화한 고부가가치종합서비스산업을 뜻한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비즈니스 관광객이 일반관광객보다 3배 이상 지출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그 파급력이 막강하다. 이는 지자체가 마이스산업을 추진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총 100만㎡에 이르는 면적에 5조9000억원을 투입, 일산 킨텍스(KINTEX)를 중심으로 마이스복합단지를 만들고 한류문화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인천시도 송도컨벤시아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 역시 제2·3 벡스코(BEXCO)를 건립하는 '교통거점별 전시컨벤션 인프라 확충사업'을 추진한다. 따라서 코엑스는 전국 11곳에 이르는 1만㎡ 이상 대형 전시컨벤션센터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전문가 "코엑스, 태생적으로 경쟁력 낮아"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도심권·동남권·서남권 3대 지역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마이스산업 관련 시설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8만㎡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선결하지 않는다면 코엑스의 성장세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특임교수는 "코엑스는 애초 국제규모의 전시회를 열 수 없는 규모여서 일산에 킨텍스가 들어선 것"이라며 "전시공간을 확장할 만한 공간도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쇼핑 외에는 특별히 즐길 거리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마이스산업과 연계된 문화콘텐츠·오락시설 등이 많다. 국내도 점차 이런 식으로 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킨텍스의 경우 애니멀 테마파크, 신세계이마트 타운, 현대백화점, 롯데빅마켓 등 특색 있고 고객에게 재미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을 점점 확충하는 중이다. 이에 외국바이어들은 코엑스보다 킨텍스를 더 선호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으로 최 교수는 한전부지와 코엑스 사이의 14차선 도로 지하 전체를 전시공간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앞서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이미 논의된 바 있으나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무산됐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마이스산업의 서비스 품질은 결국 인력이 좌우한다. 마이스산업군에서 일할 인재 양성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시와 코엑스 측에선 우선순위를 따져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수요 나눠 먹기 '한계'… 출혈경쟁 심각

대형 전시컨벤션센터가 늘면서 지자체 간 출혈경쟁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해 10월 창원에서 열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대표적이다. 당시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덤핑 공세라는 극단적인 전략이 동원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해양관련 국제회의를 벡스코가 유치하는 듯 보였다. 실제 유치 직전 단계까지 갔으나 경쟁을 벌이던 경쟁 지자체에서 10배가 넘는 유치지원금을 제시하는 바람에 결과가 갑자기 뒤집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각 지방자치단체 간 과당경쟁이 더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울과 부산, 경기 등을 중심으로 마이스산업 육성계획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됨에 따라 지자체 간 경쟁구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전국에 전시컨벤션센터가 14개로 늘어날 예정이어서 시장점유율 경쟁과 과도한 지원을 통한 국제행사 유치 등 과당경쟁으로 물적·인적 낭비가 불가피하다"며 "상생발전을 끌어낼 수 있는 정책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마이스산업단지의 최근 경영실적이 신통치 않은 형국이다. 킨텍스는 지난해 11억95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국고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출자금이 많은 벡스코와 엑스코(EXCO), 김대중센터 등도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코엑스도 매출액이 2012년 590억원에서 2013년 431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544억8500만원으로 다시 증가했지만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고작 7900만원으로 희망적인 관측을 어렵게 했다.


COEX-잠실운동장 일대 국제교류 복합지구 예시도. /사진=뉴시스 윤정아 기자
COEX-잠실운동장 일대 국제교류 복합지구 예시도. /사진=뉴시스 윤정아 기자

◆차별화 통해 활로 찾기 나선 코엑스

코엑스 관계자는 일련의 우려에 대해 "차별화 전략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코엑스 일대에서 즐길거리를 찾기가 어려웠지만 관광특구지정 이후 활로가 열렸다는 것.

코엑스는 한국무역협회와 인터컨티넨탈호텔, SM엔터테인먼트, 롯데면세점, 오크우드호텔, 파르나스호텔, 세븐럭 카지노. 현대백화점, 한국도심공항, SK네트웍스 등 총 12개사와 무역센터 마이스 클러스터를 구축, 지난 5월 씨페스티벌(C-Festival)을 진행했다.

외국인 바이어 등 비즈니스 차원의 행사도 계획됐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대만 등 6개국의 문화콘텐츠를 한자리에 모은 컨벤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를 개척, 국내 벤처기업들의 새로운 마켓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코엑스가 전시컨벤션센터로서의 과거 명성을 되찾을지 경쟁업체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을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