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 갈까] '미국 금리인상'과 숨바꼭질
스페셜리포트 / 원·달러 환율전망 (상)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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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올 초부터 이어진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이 가까워짐에 따라 달러화의 가치가 급격하게 오른 탓이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의 통화정책 청문회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올해 안에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하기에 적절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서 연내 금리인상을 확실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달러가치 상승을 견인했다.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자 국내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상반기 국내증시를 들어 올렸던 유동성 장세도 막바지로 치닫는 모양새다. 환율의 변동은 국내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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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트 없는’ 7월 FOMC, 엇갈리는 전망
연준은 지난달 28~29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발표한 성명에서 연준위원들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0.25%인 현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과 성명서를 비교해 볼 때 달라진 점은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이번 FOMC 회의록에서 고용증가세 ‘둔화’라는 단어 대신 ‘견고’라는 말을 쓰며 고용시장에 대한 긍정적 분석을 내놨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나 원자재시장이 급등락 장세를 연출하자 에너지가격에 대한 ‘안정적’ 전망 문구를 삭제했다. 이는 하반기 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준은 금리인상 개시여부를 결정할 때 고용과 물가를 중요하게 반영한다. 따라서 정확한 금리인상 시기는 아직 미지수인 셈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여러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하반기 어느 시점에 금리를 올리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언제’에 대해서는 이번 FOMC에서 특별한 힌트를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9월과 12월로 의견이 나뉜다. 9월 인상론을 펴는 측은 이번 FOMC의 선제적 안내에서 금리인상 요건들이 ‘진전됐다’ 대신 ‘다소 진전됐다’는 표현을 사용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연준이 경제의 위험요인에 대해 거의 균형을 이뤘다는 진단을 유지한 것도 금리인상의 신호라는 의견이다.
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FOMC보다는 전반적인 미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분위기이고 2년물 단기금리의 완만한 상승이 전개되며 시장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준비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2월보다는 9월 금리인상이 더 가능성 있어 보인다”며 “9월 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25%로 고정시키고 12월에는 0.5%로 완만하게 올려 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12월 인상론을 주장하는 측은 이번 FOMC 회의 이후 연방기금 금리선물 동향을 들어 금리인상 시기를 예측했다. 선물트레이더들의 전망을 유추할 수 있는 연방기금 금리선물에 반영된 9월 FOMC 회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38.6%로 집계됐고 12월 FOMC 회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69.7%를 기록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고용시장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기존의 경기진단을 유지하며 명확한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신호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특별한 성명 문구의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의 키 트리거(핵심)인 물가회복이 수반되지 않는 한 9월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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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오르는 환율, 국내증시 영향은?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는 올해 초부터 지속됐다. 불과 몇달 전에는 6월이냐, 9월이냐를 두고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했다. 그때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FOMC가 다가올수록 금리인상 기대감에 따라 달러의 가치는 강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월 FOMC를 앞두고 보름 만에 93.18에서 4.6% 상승한 97.47을 기록했다가 회의가 종료된 후 다시 94.24로 떨어졌다. 이후 반등에 성공한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20일 또다시 98.16까지 치솟으며 지난 6월 FOMC 이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달러가치의 상승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의미한다. 1달러를 얻기 위해서 더 높은 가치, 즉 돈을 더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 논란은 오는 8월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될수록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가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7월 FOMC의 회의결과는 국내증시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FOMC 회의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이 호재다. 다만 중기적으로 봤을 때는 정확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달러자산을 선호하는 외국인의 이탈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6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3000억원의 누적순매도를 기록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번 FOMC 회의 이후 국내증시는 단기적인 반등기회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중기적으로 여전히 내재돼 있고 이번 FOMC 회의결과가 국내 기업이익 모멘텀 부진 등 다른 시장 우려 요인을 압도할 만큼의 모멘텀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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