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아직도 TV로 ‘무도’ 보니?
시크걸·쿨가이의 시시콜콜 / (60) OTT서비스
이항영 MTN 전문위원·백선아 경제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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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백선아 MTN 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하시죠.
20여년 전 아버지들을 칼퇴근시키고 젊은이들의 저녁약속도 취소시켰던 드라마가 있다. 이젠 전설처럼 느껴지는 최고시청률 64.5%를 기록한 드라마 <모래시계>다. 이후에도 60%대의 대박 시청률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드라마가 종종 있었다. <모래시계>와 같은 해인 95년에 방영된 <젊은이의 양지>, 97년 <첫사랑>, 98년 <그대 그리고 나> 등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드라마 <허준>과 <태조왕건>, 이영애의 대표작 <대장금> 등이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국민드라마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국민드라마일지라도 시청률이 30%를 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의 파급력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십여년 전에 비해 시청률은 반토막이지만 인기 드라마의 파워는 두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한국을 넘어 범아시아권에서 사랑을 받은 김수현, 전지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자체 최고시청률 28.1%를 기록했다. 10여년 전의 드라마와 시청률만 단순비교하면 아쉬운 수치지만 파급력은 더 컸다. 한류스타 김수현과 전지현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경제적 파급효과는 광고수익을 넘어 관광수입이나 치맥(치킨과 맥주), 라면 등의 관련상품으로 뻗어나갔다.
◆셋톱박스·케이블선 ‘굿바이’
이제 시청률 60%를 넘는 국민드라마는 만나기 힘들어졌지만 명작드라마는 오히려 예전보다 높은 파급력과 수익성을 내는 환경이 됐다. 인기 예능프로그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예능으로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한도전>은 현재 시청률이 20%에 못 미치지만 인기는 여전히 대단하다. 중화권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런닝맨>은 시청률이 10%에 못 미치지만 출연자가 모두 한류스타가 됐을 만큼 인기프로그램으로서의 몫을 다하고 있다.
따라서 시청률만 따져서 인기 프로그램 여부를 가르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전통적인 시청률 집계방식은 가구당 1대의 TV를 소유하고 그 TV를 통해서만 온전히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각종 VOD 시청은 제외된다.
하지만 미디어 사용환경은 변하고 있다. 첫째, 각 가족 구성원은 서로가 보고싶어하는 프로그램이 다르다. 아버지는 스포츠, 어머니는 드라마, 자녀는 예능을 원한다. 둘째, 전통적인 유선 TV 방식으로만 프로그램 시청이 이뤄지지 않는다. 바쁜 현대인들은 출퇴근 또는 등하교시간에 태블릿·휴대폰 등으로 어제 놓친 TV프로그램을 VOD로 시청한다.
예전에는 미디어콘텐츠를 TV선을 통해서만 수신할 수 있었지만 이젠 인터넷 동영상서비스가 보편화됐다. 전문용어로 OTT(Over The Top) 서비스라고 부른다. IPTV나 케이블, 위성방송을 수신하는 셋톱박스를 넘어선다는 의미다. 셋톱박스나 케이블선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한다. OTT서비스로 인해 TV선을 끊는다는 의미의 코드커터족이 등장했다. 인터넷으로 방송을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에 시청할 수 있으니 TV선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TV선을 끊는 것처럼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커터족이 증가했다. 미국은 전체 가구 수의 11%에 해당하는 1230만가구가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의무적으로 전송되는 지상파만 시청한다. 이 중에서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인터넷 기반의 OTT서비스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다.
◆미국 넷플릭스·훌루, 시장 선도
현재 OTT서비스는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와 훌루(Hulu)가 선도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서비스 제공업체로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결합해 이름을 지었다. 1997년 설립 초기엔 비디오와 DVD를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동네 비디오가게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감수해야 했다. 이후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느린 인터넷 속도와 부족한 콘텐츠로 고생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방송 흐름을 잘 탄 덕분에 시가총액 450억달러(약 50조원)로 성장했다. 지난 2013년 OTT서비스의 이름에 걸맞게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 HBO의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미국 VOD서비스 이용자 중 절반이 넷플릭스를 이용했다. 고객 차별화 마케팅, 빅데이터 활용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사람을 뜻하는 ‘넷플릭시안’(netflixian)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생산자로서의 역할도 해낸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제작 발표할 때만 해도 기대보단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더 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극찬에 이어 에미상 3관왕의 영광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성과 작품성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재는 드라마에 이어 영화제작에도 뛰어든 상태다.
물론 넷플릭스도 단점은 있다. 빠름을 추구하는 인터넷 생태계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생방송이 필요한데 이 생방송콘텐츠가 부족하다. 반면 경쟁자격인 훌루의 경우 생방송의 강자인 NBC, ANC, 폭스 등이 뭉쳐 눈길을 끌었다. 훌루는 콘텐츠 시청 전 7초간의 광고를 보기만 하면 무료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간편함으로 기본 이용자를 확보했다. 현재 훌루 플러스 가입자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푹·티빙 이어 포털로도 확장
국내에서도 OTT서비스의 성장이 눈부시다. 지난 2012년 5월 MBC와 SBS가 뭉쳐 탄생한 푹(poop)은 지상파콘텐츠의 힘으로 성장했고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 역시 200개 채널에 약 13만편의 VOD로 막강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국내의 전체 OTT 가입자 수는 재작년 기준 2000만명을 기록했는데 미국처럼 국내 코드커터족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넷플릭스가 이르면 내년 6월 국내에 상륙하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각사 포털에서 울트라고화질(UHD)방송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OTT서비스의 망 중립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미국에선 유선사업자뿐만 아니라 무선사업자에게도 망 중립성 의무를 부과하는 등 초강력 망 중립원칙을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OTT서비스가 확산될수록 논란이 거세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OTT서비스가 반갑다. 좀 더 경제적인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서다. 특히 주식투자자라면 국내 대표 OTT서비스인 티빙을 영위하는 CJ헬로비전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CJ헬로비전은 알뜰폰사업의 개선과 함께 OTT서비스 티빙이 또 하나의 투자 매력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드라마 <허준>과 <태조왕건>, 이영애의 대표작 <대장금> 등이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국민드라마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국민드라마일지라도 시청률이 30%를 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의 파급력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십여년 전에 비해 시청률은 반토막이지만 인기 드라마의 파워는 두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한국을 넘어 범아시아권에서 사랑을 받은 김수현, 전지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자체 최고시청률 28.1%를 기록했다. 10여년 전의 드라마와 시청률만 단순비교하면 아쉬운 수치지만 파급력은 더 컸다. 한류스타 김수현과 전지현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경제적 파급효과는 광고수익을 넘어 관광수입이나 치맥(치킨과 맥주), 라면 등의 관련상품으로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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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라이브TV. /사진=머니투데이 DB |
◆셋톱박스·케이블선 ‘굿바이’
이제 시청률 60%를 넘는 국민드라마는 만나기 힘들어졌지만 명작드라마는 오히려 예전보다 높은 파급력과 수익성을 내는 환경이 됐다. 인기 예능프로그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예능으로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한도전>은 현재 시청률이 20%에 못 미치지만 인기는 여전히 대단하다. 중화권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런닝맨>은 시청률이 10%에 못 미치지만 출연자가 모두 한류스타가 됐을 만큼 인기프로그램으로서의 몫을 다하고 있다.
따라서 시청률만 따져서 인기 프로그램 여부를 가르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전통적인 시청률 집계방식은 가구당 1대의 TV를 소유하고 그 TV를 통해서만 온전히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각종 VOD 시청은 제외된다.
하지만 미디어 사용환경은 변하고 있다. 첫째, 각 가족 구성원은 서로가 보고싶어하는 프로그램이 다르다. 아버지는 스포츠, 어머니는 드라마, 자녀는 예능을 원한다. 둘째, 전통적인 유선 TV 방식으로만 프로그램 시청이 이뤄지지 않는다. 바쁜 현대인들은 출퇴근 또는 등하교시간에 태블릿·휴대폰 등으로 어제 놓친 TV프로그램을 VOD로 시청한다.
예전에는 미디어콘텐츠를 TV선을 통해서만 수신할 수 있었지만 이젠 인터넷 동영상서비스가 보편화됐다. 전문용어로 OTT(Over The Top) 서비스라고 부른다. IPTV나 케이블, 위성방송을 수신하는 셋톱박스를 넘어선다는 의미다. 셋톱박스나 케이블선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한다. OTT서비스로 인해 TV선을 끊는다는 의미의 코드커터족이 등장했다. 인터넷으로 방송을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에 시청할 수 있으니 TV선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TV선을 끊는 것처럼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커터족이 증가했다. 미국은 전체 가구 수의 11%에 해당하는 1230만가구가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의무적으로 전송되는 지상파만 시청한다. 이 중에서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인터넷 기반의 OTT서비스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다.
◆미국 넷플릭스·훌루, 시장 선도
현재 OTT서비스는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와 훌루(Hulu)가 선도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서비스 제공업체로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결합해 이름을 지었다. 1997년 설립 초기엔 비디오와 DVD를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동네 비디오가게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감수해야 했다. 이후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느린 인터넷 속도와 부족한 콘텐츠로 고생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방송 흐름을 잘 탄 덕분에 시가총액 450억달러(약 50조원)로 성장했다. 지난 2013년 OTT서비스의 이름에 걸맞게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 HBO의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미국 VOD서비스 이용자 중 절반이 넷플릭스를 이용했다. 고객 차별화 마케팅, 빅데이터 활용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사람을 뜻하는 ‘넷플릭시안’(netflixian)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생산자로서의 역할도 해낸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제작 발표할 때만 해도 기대보단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더 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극찬에 이어 에미상 3관왕의 영광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성과 작품성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재는 드라마에 이어 영화제작에도 뛰어든 상태다.
물론 넷플릭스도 단점은 있다. 빠름을 추구하는 인터넷 생태계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생방송이 필요한데 이 생방송콘텐츠가 부족하다. 반면 경쟁자격인 훌루의 경우 생방송의 강자인 NBC, ANC, 폭스 등이 뭉쳐 눈길을 끌었다. 훌루는 콘텐츠 시청 전 7초간의 광고를 보기만 하면 무료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간편함으로 기본 이용자를 확보했다. 현재 훌루 플러스 가입자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푹·티빙 이어 포털로도 확장
국내에서도 OTT서비스의 성장이 눈부시다. 지난 2012년 5월 MBC와 SBS가 뭉쳐 탄생한 푹(poop)은 지상파콘텐츠의 힘으로 성장했고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 역시 200개 채널에 약 13만편의 VOD로 막강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국내의 전체 OTT 가입자 수는 재작년 기준 2000만명을 기록했는데 미국처럼 국내 코드커터족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넷플릭스가 이르면 내년 6월 국내에 상륙하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각사 포털에서 울트라고화질(UHD)방송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OTT서비스의 망 중립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미국에선 유선사업자뿐만 아니라 무선사업자에게도 망 중립성 의무를 부과하는 등 초강력 망 중립원칙을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OTT서비스가 확산될수록 논란이 거세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OTT서비스가 반갑다. 좀 더 경제적인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서다. 특히 주식투자자라면 국내 대표 OTT서비스인 티빙을 영위하는 CJ헬로비전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CJ헬로비전은 알뜰폰사업의 개선과 함께 OTT서비스 티빙이 또 하나의 투자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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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영 MTN 전문위원·백선아 경제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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