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LPG차, 풀지 못하는 이유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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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파워트레인 중 ‘대세’는 누가 뭐래도 ‘디젤’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신규 등록된 완성차 5사의 차량 89만8396대 중 51.9%인 46만6596대가 디젤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디젤 열풍은 중형세단 시장에도 불어오는 모양새다. 최근 현대차의 쏘나타, 기아차의 K5, 르노삼성의 SM5 등 국내시장을 대표하는 중형세단들이 다운사이징 터보가솔린을 비롯해 디젤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출시됐다. 업체들은 ‘주력’으로 점찍은 디젤모델을 비롯해 다운사이징으로 효율을 높인 가솔린 터보모델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럼에도 중형세단 시장에서만큼은 아직 ‘디젤이 대세’라고 말하기엔 민망하다. 판매량 순위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는 LPG차량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국산중형세단을 타다가 수입차로 이탈하는 비중이 높았던 상황에서 LPG차량은 국산차의 점유율 감소폭을 줄여줬다.
그렇다면 완성차 업체들은 이렇게 판매비중이 큰 LPG차량에 왜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홍보와 판촉의 주 대상인 일반개인구매자들은 LPG승용차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렌터카’로 점유율 지킨 LPG차
실제로 국내 중형세단은 LPG차량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내 중형세단을 대표하는 현대차의 쏘나타는 올 상반기 총 4만5403대가 팔렸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만705대가 LPG차였다. 1.6가솔린 터보와 1.7디젤 등 다양한 라인업을 추가해 2016년형 신모델을 발표한 이후 사전계약 물량의 30%도 LPG차량인 것으로 집계된다.
기아차의 K5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K5는 2만103대 팔렸는데 LPG차 비중은 역시 절반에 가까운 9987대를 차지했다. 신형 모델도 사전계약물량의 40%이상이 LPG차다.
SM5도 상반기 판매량 중 27.8%(3730대)가 올해 초 출시한 SM5 노바 LPLi 도넛모델이었다.
일반 개인구매자에게 판매되지 않는 LPG차량이 상반기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은 판매비중을 기록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장기렌터카의 활성화’가 큰 보탬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개인의 경우 LPG차량을 살 수는 없지만 장기렌트를 통해서는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시장 업계 1위인 롯데렌탈(구 KT렌탈)의 개인 장기렌터카 이용자 수는 지난 2010년 말 1689명에서 지난 3월 말 기준 2만5329명으로 집계돼 약 4년만에 14배나 늘었다.
이렇게 장기렌트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사실 법인 비용처리에 용이하다는 점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료비 소모를 줄이려는 개인 소비자들이 LPG차량을 타기 위해 장기렌트를 이용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또한 LPG차량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적극적인 개발투자도 LPG 점유율 수성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은 대한LPG협회와 손잡고 2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기존의 원통형 가스통을 대신하는 도넛형 LPG연료탱크를 개발해 SM5 노바 LPLi 도넛에 적용했다. 도넛형 LPG탱크는 기존 하단 예비 타이어 공간을 활용, 트렁크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르노삼성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이번달부터 준대형차급인 ‘SM7’에도 도넛탱크를 탑재한 LPG차를 출시해 고속 성장 중인 렌터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LPG협회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4세대 LPG직접분사(LPDi) 엔진을 개발 중이다. LPDi 엔진의 상용화 개발은 환경부 국책사업인 친환경차 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채택되면서 현대차 주관 아래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LPDi 엔진 탑재 차량인 '쏘나타 1.4ℓ 터보 LPDi'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차세대LPG 엔진은 기존 엔진과 비교해 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10% 이상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류세에 막힌 '사용제한 완화'
올 상반기 LPG자동차는 장기렌터카 증가에 힘입어 선전했지만 앞으로의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감은 자동차업체보다도 LPG업체들이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사실 자동차업체들의 입장에서는 LPG차량 시장이 침체될 경우 그 수요가 디젤 혹은 가솔린 모델로 전이될 것이므로 걱정할 일이 없지만 도시가스에 밀려 대부분의 수입을 수송용 LPG 수요에 목매고 있는 LPG업체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정부가 디젤 택시를 추진하며 수송용 LPG의 40%를 책임지는 택시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 업계는 사활을 걸고 LPG차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디젤 차량의 무시무시한 연비를 고려하면 디젤차의 비용대비 효율이 LPG차에 크게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PG업계는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LPG차 사용제한 완화'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달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정 기한(5년)이 경과한 LPG자동차를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장애인이 타던 중고 LPG차량에 한해서만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는 것을 중고차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1980년대 초반 '수급불안정'을 이유로 LPG사용제한을 실시했지만 현재는 셰일가스 생산에 따른 공급량 확대로 수급상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더이상 규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수문제 등이 얽혀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PG차가 활성화될 경우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 때문인데, 현재 LPG에 부과되는 세금은 현재 휘발유의 3분의 1, 경유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세수확보에 목마른 정부가 유류세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 것을 알면서 법안을 통과시킬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러한 디젤 열풍은 중형세단 시장에도 불어오는 모양새다. 최근 현대차의 쏘나타, 기아차의 K5, 르노삼성의 SM5 등 국내시장을 대표하는 중형세단들이 다운사이징 터보가솔린을 비롯해 디젤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출시됐다. 업체들은 ‘주력’으로 점찍은 디젤모델을 비롯해 다운사이징으로 효율을 높인 가솔린 터보모델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럼에도 중형세단 시장에서만큼은 아직 ‘디젤이 대세’라고 말하기엔 민망하다. 판매량 순위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는 LPG차량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국산중형세단을 타다가 수입차로 이탈하는 비중이 높았던 상황에서 LPG차량은 국산차의 점유율 감소폭을 줄여줬다.
그렇다면 완성차 업체들은 이렇게 판매비중이 큰 LPG차량에 왜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홍보와 판촉의 주 대상인 일반개인구매자들은 LPG승용차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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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전신 기자 |
◆‘장기렌터카’로 점유율 지킨 LPG차
실제로 국내 중형세단은 LPG차량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내 중형세단을 대표하는 현대차의 쏘나타는 올 상반기 총 4만5403대가 팔렸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만705대가 LPG차였다. 1.6가솔린 터보와 1.7디젤 등 다양한 라인업을 추가해 2016년형 신모델을 발표한 이후 사전계약 물량의 30%도 LPG차량인 것으로 집계된다.
기아차의 K5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K5는 2만103대 팔렸는데 LPG차 비중은 역시 절반에 가까운 9987대를 차지했다. 신형 모델도 사전계약물량의 40%이상이 LPG차다.
SM5도 상반기 판매량 중 27.8%(3730대)가 올해 초 출시한 SM5 노바 LPLi 도넛모델이었다.
일반 개인구매자에게 판매되지 않는 LPG차량이 상반기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은 판매비중을 기록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장기렌터카의 활성화’가 큰 보탬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개인의 경우 LPG차량을 살 수는 없지만 장기렌트를 통해서는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시장 업계 1위인 롯데렌탈(구 KT렌탈)의 개인 장기렌터카 이용자 수는 지난 2010년 말 1689명에서 지난 3월 말 기준 2만5329명으로 집계돼 약 4년만에 14배나 늘었다.
이렇게 장기렌트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사실 법인 비용처리에 용이하다는 점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료비 소모를 줄이려는 개인 소비자들이 LPG차량을 타기 위해 장기렌트를 이용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또한 LPG차량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적극적인 개발투자도 LPG 점유율 수성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은 대한LPG협회와 손잡고 2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기존의 원통형 가스통을 대신하는 도넛형 LPG연료탱크를 개발해 SM5 노바 LPLi 도넛에 적용했다. 도넛형 LPG탱크는 기존 하단 예비 타이어 공간을 활용, 트렁크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르노삼성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이번달부터 준대형차급인 ‘SM7’에도 도넛탱크를 탑재한 LPG차를 출시해 고속 성장 중인 렌터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LPG협회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4세대 LPG직접분사(LPDi) 엔진을 개발 중이다. LPDi 엔진의 상용화 개발은 환경부 국책사업인 친환경차 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채택되면서 현대차 주관 아래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LPDi 엔진 탑재 차량인 '쏘나타 1.4ℓ 터보 LPDi'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차세대LPG 엔진은 기존 엔진과 비교해 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10% 이상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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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
◆유류세에 막힌 '사용제한 완화'
올 상반기 LPG자동차는 장기렌터카 증가에 힘입어 선전했지만 앞으로의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감은 자동차업체보다도 LPG업체들이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사실 자동차업체들의 입장에서는 LPG차량 시장이 침체될 경우 그 수요가 디젤 혹은 가솔린 모델로 전이될 것이므로 걱정할 일이 없지만 도시가스에 밀려 대부분의 수입을 수송용 LPG 수요에 목매고 있는 LPG업체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정부가 디젤 택시를 추진하며 수송용 LPG의 40%를 책임지는 택시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 업계는 사활을 걸고 LPG차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디젤 차량의 무시무시한 연비를 고려하면 디젤차의 비용대비 효율이 LPG차에 크게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PG업계는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LPG차 사용제한 완화'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달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정 기한(5년)이 경과한 LPG자동차를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장애인이 타던 중고 LPG차량에 한해서만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는 것을 중고차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1980년대 초반 '수급불안정'을 이유로 LPG사용제한을 실시했지만 현재는 셰일가스 생산에 따른 공급량 확대로 수급상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더이상 규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수문제 등이 얽혀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PG차가 활성화될 경우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 때문인데, 현재 LPG에 부과되는 세금은 현재 휘발유의 3분의 1, 경유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세수확보에 목마른 정부가 유류세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 것을 알면서 법안을 통과시킬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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