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주말, 부모님을 모시고 백화점으로 향하는 차 안. 아버지가 도로 위를 가리키며 말씀하신다. “저 차가 좋다며, 이름이 뭐더라.” 도로를 꽉 메운 차량 때문에 정확히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 몰랐던 터라 기자는 앞서 있는 고급 수입차라 생각하고 답했다. “당연히 좋죠. 거의 1억원 가까이 할 거예요.” 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 그거 말고 저기 빨간색 조그만 거. 수입차 작은 거 닮은 우리나라 차.” 그때서야 알았다. 아버지가 가리킨 차량이 르노삼성자동차의 QM3라는 것을.


르노삼성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를 타봤다. 출시된 지 햇수로 3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과 선택을 받고 있고, 환갑을 훌쩍 넘긴 아버지도 좋다는 소문을 들은 차. 너무나 궁금했기에 늦었지만 QM3 시승에 나섰다.

[시승기] '세 번' 반한 르노삼성 QM3

◆ 톡톡 튀는 디자인 ‘귀엽고 깜찍’

아버지의 말씀처럼 QM3의 첫인상은 어느 한 수입차를 닮은 듯했다. 바로 BMW의 미니(MINI). 차량 전·후방에서 바라본 QM3의 전체적인 굴곡과 독특한 스타일이 귀엽고 깜찍한 미니와 비슷했다. SUV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QM3는 오히려 여성을 위한 차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우선 색상부터 기존 차량과 확연히 달랐다. 시승한 차는 검정과 오렌지 ‘투톤 디자인’이었다. 실외뿐 아니라 실내 전면부의 히터·에어컨, 라디오 등을 조작하는 곳도 두가지 색으로만 구성돼 일체감이 느껴졌다. 상당히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반면 실내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허를 받았다는 탈착식 시트커버는 가죽이 아닌 직물로 만들어져 세탁이 가능해 실용적으로 보이지만 지퍼가 달려 있어 약간 조잡해 보였다. 특히 시승 내내 사용이 불편했던 핸드브레이크의 위치는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차량의 공간 활용 때문일지는 몰라도 운전석 우측 팔걸이를 올려야만 조작이 가능한 핸드브레이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진 않지만 경차처럼 비좁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특히 조수석 수납공간을 서랍식으로 만든 공간 활용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시승기] '세 번' 반한 르노삼성 QM3

◆ 작지만 강한 힘에 부드러운 변속

차량을 둘러본 후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서울 종로 일대를 돌아 경기도 파주로 향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약간은 거친 엔진소리가 "나는 SUV"라고 일깨운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자 엔진소리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출발한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 변속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속도계 바늘이 부드럽게 올라간다. 달리는 성능 역시 만족스럽다. 디젤엔진 특유의 힘을 보여주면서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130~140㎞/h까지 속도가 올라갔다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엔진회전수가 급격히 늘지 않아도 충분히 속도가 붙는다.

반면 출발할 때부터 거슬렸던 엔진소음은 속도계 바늘이 올라갈수록 더 커지는데 무척 신경 쓰였다. 특히 고속주행에서의 엔진소음이나 풍절음은 차량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마저 톤 다운시켰다. 또 한가지 경사진 곳에 주차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차가 다소 밀리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 압도적 연비에 착한 가격

시승을 마치고 난 후 계기판을 본 뒤에야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 눈에 들어 왔다. 바로 동급 최고 수준에 달하는 연비. 서울 종로 일대를 돌아 경기도 파주까지 약 150여㎞를 다녀온 후 트립에 찍힌 연비는 ℓ당 21㎞를 넘겼다. 출발 당시 꽉 차있던 연료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2250만~245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 역시 QM3의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물론 연비 좋고 가격이 싸다고 해서 만점짜리 차는 아니다. 풍절음과 다소 불편한 조작법 등이 단점으로 다가 온다. 그러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실용성에 중점을 두는 운전자라면 QM3의 매력에 빠져도 무방하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