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 서유진씨.
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 서유진씨.

구름위에서 일하는 직업. 그 막연한 동경 때문일까. 어린시절 수많은 여자아이들은 장래희망란에 ‘스튜어디스’라는 글자를 채워 넣는다.

국내에서 아직 여권(女權)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 자유롭게 해외를 오가는 스튜어디스들은 뭇 여성이 가장 동경하는 직업으로 꼽혔다. 이러한 인식은 최근까지도 이어져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라면상무 사건과 지난해 땅콩회항 사건 등 항공기에서 발생한 많은 이슈로 승무원들의 고충이 대중들에게도 알려졌다.

그럼에도 많은 승무원들은 여전히 항공승무원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한다.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하는 캐빈 승무원 서유진 씨에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승무원의 일과와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서씨는 현재 사내 캐빈매거진인 ‘인더캐빈’에서 기자로 활동중이기도 하다.


◆서비스 만큼이나 중요한 ‘자기관리’

입사 6년차인 서씨, 수많은 고객을 만나봤을 그이지만 아직도 “비행 준비를 끝마치고 승객이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이 가장 떨린다”고 말한다. 자신은 물론 항공사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단거리 비행이건 중‧장거리 비행이건 항공기가 운항하는 중에는 항상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기내식을 준비해 서비스하고 서류와 면세품 등 챙겨야 할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고객들이 휴식을 취할 때도 긴장의 끈을 놓칠수는 없다. 환자를 체크하고 불편한 손님이 있는지, 온도나 시설 등에는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승무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일반 고객들이 볼 수 있는 승무원의 역할. 하지만 이것이 승무원이 하는 모든 일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체력관리 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흐트러짐 없는 모습만을 보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자신을 다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씨는 “메이크업부터 헤어와 옷 매무새 등 항상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한다”며 “많이 움직이는 직업인데 항상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서씨는 “일반적으로 단거리보다는 장거리 비행의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서비스가 단거리에 비해 다양하고 복잡하고, 목적지 공항이나 도시, 나라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스케줄은 한달 단위로 편성되는데 미주, 구주, 동남아, 일본, 중국 등 모든 취항지가 거리에 따라 다양하게 편성된다.

단거리는 당일 왕복비행이 대부분이고, 중거리는 도착지역에서 하루, 미주나 구주 등의 장거리 노선의 경우는 이틀을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다. 취항지에서는 자유시간이 주어지지만 이 시간은 주로 컨디션을 관리하는데 사용된다. 서씨는 “주어진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자두지 않으면 몸이 버텨내기 힘들다”며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승무원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무리하게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나는 어디서든 잘 자고 잘 먹는 편이라 덜 힘들어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시간이 뒤바뀌는 생활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녀는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등 일반 직장인과는 다른 패턴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가끔은 정서적으로 힘들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고객과의 설레는 동행’이 최고의 매력


이른바 ‘진상고객’ 때문에 힘든적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씨는 “승무원은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고 돌려 대답했다. 그는 “요즘들어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며 “왜 힘든 일이 없겠냐만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항상 즐겁다”고 했다.

승무원은 비행기가 좋아서 하는 직업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여행에 동행하는 데서 보람을 얻는 직업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여행을 떠나는, 혹은 가족을 만나러 가는 고객들의 설렘과 행복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항공승무원 최대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여행을 동행하는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굉장히 힘든일이 될 수 있다는 말 일 것이다.

그는 델리로 향하던 비행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말해줬다. 비행기 안에서 그에게 해 뜨는 방향을 물어보던 한 인도인 고객이 그가 알려준 방향에 절을 하는 모습을 본 이야기다. 그는 “알 수 없는 감정이지만 어떤 경외심을 느꼈다”며 “다양한 문화권의 고객들과 소통하며 항상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 직업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