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저축은행도 대부업 신용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오직 대부업체끼리만 공유했던 대부업 대출정보를 저축은행도 확인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대출심사 시 이를 적극 활용, 앞으로 관련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저축은행업계는 “소액대출시장의 리스크관리가 제고될 것”이라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대부업계는 “앞으로 (대부업) 영업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한층 심화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서로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대부업 대출정보 공유, 왜?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 7월29일과 8월5일 두차례에 걸쳐 소비자금융 고객신용정보(CB) 공개 관련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신용정보실무위원회를 개최했다. 이후 지난달 13일 이사회와 신용정보위원회를 열어 대부업 고객의 대출정보를 저축은행과도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단, 저축은행을 제외한 은행·보험 등 다른 금융권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올 하반기 내로 저축은행이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유대상은 대부업체들이 내년부터 신규취급하는 대출관련정보다. 신규대출 건부터 대출 총금액과 총건수에 한정해 공개된다. 다만 구체적인 거래업체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업 신용정보 열람'을 보는 두 시선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대부업 대출정보 공유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돼왔다. 현재 대부업체는 나이스평가정보(신용평가사)가 구축한 금융권 고객의 대출정보를 온라인에서 바로 조회할 수 있는 반면 다른 금융권은 대부업체 고객의 대출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 대신 대부업계는 대부업체들끼리 별도의 고객신용정보를 구축, 원하면 신청일로부터 2~3일 뒤 우편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따라서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지속적으로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부업계는 “‘익명성’이 대부업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공유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건히 했다. 이처럼 어렵사리 버텨오던 대부업계가 결국 백기를 든 이유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금융협회 측은 “대부업계는 그동안 저축은행과 대출정보 공유를 줄곧 거부해왔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만약 자율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경우 신용정보보호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금융업권 전체에 공유토록 하겠다고 엄포를 놔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대부업체 고객정보조회가 가능해지면 저축은행의 대출심사가 더 정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년부터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CB 공유가 이뤄지면 저축은행이 대출심사를 진행할 때 대부업 대출 실시 여부와 상환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영’ 저축은행, ‘난감’ 대부업계

양 업계 간 CB 공유와 관련 저축은행과 대부업계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부업계는 저축은행과 정보공유가 이뤄지면 결국 대부업 이용고객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저축은행은 그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부분이 이뤄져 리스크관리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대부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부업 이용자의 불이익 발생’과 ‘금융 소외 심화’ 현상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에 대한 인센티브나 조달자금 규제 등의 이슈는 뒤로 한 채 강압적으로 대출정보 공유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저축은행 편들기”라며 “양 업권 간 대출정보가 공유되는 시기에 맞춰 대부업계가 직면한 자금규제 등의 애로사항이 해소돼야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대부업체 관계자 역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우량고객 중에는 타 금융권과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장점 때문에 대출을 진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하지만 양 업권 간 정보공유가 이뤄질 경우 이미 대출을 받은 고객의 민원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영업환경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출정보 공유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업권 내 갈등이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대부업계 내에서는 아직까지 대출정보 공개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태”라며 “신용정보위원회와 대부협회 이사회에서 공유 여부를 결정짓는 과정에서 ‘나이스 CB에서 탈퇴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업 이용자의 대출정보가 공개된 이후 대부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대부업 우량고객을 표적으로 하는 대환대출 증가”라며 “또 대출거래 시 고객에게 대부업 거래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부정적 요인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저축은행업계는 제도개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대부업체와 대출정보 공유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 소액대출시장의 리스크관리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실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대부업체를 이용 중인 고객의 신용등급이 낮아지겠지만 정확한 리스크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 대출정보 공유로 인한 관련 리스크 감소로 조달금리 산정 등 대출금리 산출요인이 명확해지면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