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라는 제목, 우리 국민에게 무척 익숙하다. 2006년에 출간된 이정명 작가의 소설부터 2011년 TV 드라마와 2014년 창작가무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꾸준히 변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70만 독자가 읽은 베스트셀러이자 25.4%의 시청률을 기록한 국민 드라마로 대중들에게 그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창작가무극 '뿌리깊은 나무', 음악과 춤 무대미술의 조화


<사진=창작가무극 '뿌리깊은 나무' 포스터>


전 국민에게 익숙한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기에 허구의 미스터리 추리 서사를 추가해 신선한 재미는 물론 역사적 사실 이상의 감동을 전한 것이 이 작품들의 인기 요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서울예술단이 제작한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는 더욱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매력으로 원작의 인기를 이어나간다. 원작의 재미는 그래도 이어가되, 원작에 없는 세종의 전사를 추가하고 가무극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



'뿌리 깊은 나무'는 겸사복 채윤이 집현전 내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추리 서사를 기본으로 긴장감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데, 수사 과정에서 더욱 부각되는 인물은 세종이다. 위로부터의 혁명을 꿈꾸며 고뇌하는, 인간적인 세종. 세종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역사 속 결과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종이 왜 한글을 창제하게 되었는지에 집중한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바는 무엇인지,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는 세종의 업적을 머리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세종과 무휼의 전사를 보여주는 ‘떠나가네’는 초연 당시 관객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장면이다.



방대한 원작은 효율적으로 압축하고 추리 구조의 난해함을 줄인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는 관객들이 한결 쉽게 추리극으로 빠져들도록 유도한다. 간결하고 현대적인 무대 위로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들은 긴장감을 높이면서도 사건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이해와 몰입을 돕는다. 


더불어 연이어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사건 당시의 상황이나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굉장히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몸짓으로 표현해 가무극만의 독특한 매력을 드러낸다. 특히 무용 중심으로 구성된 훈련 장면과 격구 장면 등은 서울예술단 특유의 분위기를 선사하며 다른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초연에 이어 2015년 공연에도 세종 역의 서범석과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호흡을 맞춘다. 채윤 역의 김도빈과 무휼 역의 최정수, 소이 역의 박혜정 등은 한층 깊어진 캐릭터 해석을 보여줄 것이며, 지난해 연기했던 무휼에서 성삼문으로 역할을 바꾼 박영수는 캐릭터 변신으로 새로움을 줄 듯하다. 남성적이면서도 순박한 매력의 채윤 역으로 새로이 합류한 송용진은 재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창작가무극 '뿌리깊은 나무'는 국립극장박물관 극장 용에서 10월 9일부터 18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