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완다그룹의 대변신과 리스크
World News / 원종태 특파원의 China Report
베이징(중국)=원종태 머니투데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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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인 완다그룹과 중국 최대 전자제품 판매기업인 수닝그룹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것이 중국 대륙에서 화제다. 알리바바그룹이 지난달 수닝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수닝커머스의 지분 19.9%를 5조3000억원을 주고 매입해 2대 주주가 된 만큼 사실상 중국 최고 부자인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과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이 손을 맞잡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중국 재계의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이 두 회장의 관계는 좀 미묘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2월 열린 한 공개 토론회에서 느닷없이 1억 위안을 걸고 내기를 벌이며 갈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왕젠린 회장은 마윈 회장에게 만약 2020년까지 중국 온라인 쇼핑 거래금액이 중국 전체 소매판매액의 절반을 넘으면 1억 위안을 주겠다며 불을 당겼다. 반대로 온라인 쇼핑 거래금액이 소매판매액의 50%를 넘지 못하면 마윈 회장이 1억 위안을 주는 조건이다. 그러나 둘의 자존심 싸움은 이번 완다-수닝 간 전략적 협력으로 김이 샜다.
이는 완다그룹의 대변신을 알리는 것이어서 1억 위안 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가 크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실 부동산·유통·스포츠· 문화·레저 등을 아우르는 완다그룹은 이전까지 사업 행보가 ‘느리고 무겁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 중국기업 특유의 '문어발 확장'
그러나 올 들어 완다그룹은 이전까지 관심을 갖지 않던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가 하면 빠르게 사업을 다각화하며 마치 수십년 간 먹거리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 모습이다. 중국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완다의 이런 생존 본능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절실함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중국 기업 특유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중국 최고 부호 왕젠린이 이끄는 완다그룹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있는 것일까.
완다그룹은 우선 세계 스포츠산업의 큰 손이 되기 위해 중국에선 다소 생소한 분야에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말 세계 철인 3종 경기를 주관하는 세계트라이이애슬론(WTC)을 77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완다가 WTC의 새 주인이 된 이유는 철인 3종 경기의 성장성이 워낙 뛰어나다고 판단한 데 있다. 미국만 해도 연 간 48만명이 철인3종 대회에 참가하는 등 전 세계에서 매년 열리는 대회만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매년 WTC 매출이 2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순이익은 40%꼴로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철인 경기 동호회 인구가 급증세다. 완다그룹에 따르면 현재 철인3종 경기의 크고 작은 대회에는 평균 1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선수 1인당 3명 이상의 가족이나 친구 등을 동반한다. 철인 대회 성격 상 평균 3박4일간 머문다고 가정할 때 단순 계산만으로 대회 하나가 열릴 때마다 5000실 이상의 호텔 객실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완다는 지난 1월에는 스페인 축구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분 20%를 사들였고, 2월에는 월드컵 축구 중계권 독점 판매업체인 스위스 인프런트 지분 68%를 인수하며 세계 최대 스포츠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포츠산업의 부가가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완다의 행보는 전방위적인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고 있다.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완다상업부동산(완다광장으로 불리는 복합쇼핑몰의 사업 주체)은 올 초부터 보유 자산 최적화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불필요한 부동산은 내다 팔아 감량하는 한편 승산 높은 개발사업은 적극 유치하며 근육은 키우고 있다. 장사가 안 되는 백화점 40여 곳을 문 닫은 것도 이 일환이다.
완다그룹은 대신 고객층이 한층 두텁고 영화관, 레저 등의 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쇼핑몰 완다광창을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500개까지 가동한다는 전략이다. 왕젠린 회장은 지난 7월 한 인터뷰에서 “현재 완다광장 중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올해 연간 방문객이 2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완다광장 1곳당 연간 1억5000만명 이상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 순환출자 등 리스크 확산 '잠복'
바로 이 같은 완다광장의 성공을 위해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수닝은 물론 중국 최대 온라인 유아전문 쇼핑몰 하이즈왕 등과도 잇단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의 실력자와 손을 잡아 완다광장의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전략은 완다광장의 또 다른 핵심 시설인 완다시네마에서도 엿보인다. 완다시네마는 지난달 한국의 경쟁자인 CJ CGV의 270도 입체 스크린 기술 ‘스크린X’를 완다시네마 소속 1800개 스크린에 순차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CJ CGV가 중국 내 영화관 점유율 7위로 무섭게 성장한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적과의 동침이다.
완다그룹은 일명 ‘완다여유종합성’으로 불리는 잠실 롯데월드 같은 초대형 실내 레저시설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베이징 수도국제공항 터미널3와 맞먹는 규모인 길이 500m, 너비 300m 규모의 완다여유종합성을 전국 곳곳에 짓는다는 복안이다. 이미 장백산과 우한, 시솽반나 등의 완다여유종합성에는 연간 30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는데 이를 2020년까지 15개로 늘릴 방침이다.
왕젠린 회장은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위해 항공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올 연말까지 은행·증권·보험을 주축으로 하는 완다금융집단의 출범 준비도 끝낼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단 완다상업부동산의 구조조정은 일정 부분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완다상업부동산이 발표한 올 상반기 매출은 308억94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8% 늘었다. 순이익은 51억9400만위안으로 전년대비 4.6% 늘었는데 이중 핵심사업 순이익은 22억6400만위안으로 116.6%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완다그룹의 청사진은 좀 더 길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칫 문어발 식 확장이 그룹 전체에 역화살이 될 수 있어서다. 확장 과정에서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 출자와 지급 보증이 불가피해 어느 한 계열사의 경쟁력만 삐끗해도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는 관측도 있다. 완다그룹 사업은 대부분 큰 규모의 부동산을 껴안아야 해 사업 리스크가 유독 높은 편이다. 부동산투자신탁(리츠)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되레 이것이 완다 외부로의 리스크 확산을 낳을 수도 있다.
중국 최대 오프라인 기업인 완다그룹의 변신은 부동산과 IT를 뛰어 넘어 새 돌파구를 찾고 있는 중국 경제와 유난히 닮은 꼴이어서 그 다음 정착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실 중국 재계의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이 두 회장의 관계는 좀 미묘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2월 열린 한 공개 토론회에서 느닷없이 1억 위안을 걸고 내기를 벌이며 갈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왕젠린 회장은 마윈 회장에게 만약 2020년까지 중국 온라인 쇼핑 거래금액이 중국 전체 소매판매액의 절반을 넘으면 1억 위안을 주겠다며 불을 당겼다. 반대로 온라인 쇼핑 거래금액이 소매판매액의 50%를 넘지 못하면 마윈 회장이 1억 위안을 주는 조건이다. 그러나 둘의 자존심 싸움은 이번 완다-수닝 간 전략적 협력으로 김이 샜다.
이는 완다그룹의 대변신을 알리는 것이어서 1억 위안 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가 크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실 부동산·유통·스포츠· 문화·레저 등을 아우르는 완다그룹은 이전까지 사업 행보가 ‘느리고 무겁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 중국기업 특유의 '문어발 확장'
그러나 올 들어 완다그룹은 이전까지 관심을 갖지 않던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가 하면 빠르게 사업을 다각화하며 마치 수십년 간 먹거리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 모습이다. 중국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완다의 이런 생존 본능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절실함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중국 기업 특유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중국 최고 부호 왕젠린이 이끄는 완다그룹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있는 것일까.
완다그룹은 우선 세계 스포츠산업의 큰 손이 되기 위해 중국에선 다소 생소한 분야에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말 세계 철인 3종 경기를 주관하는 세계트라이이애슬론(WTC)을 77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완다가 WTC의 새 주인이 된 이유는 철인 3종 경기의 성장성이 워낙 뛰어나다고 판단한 데 있다. 미국만 해도 연 간 48만명이 철인3종 대회에 참가하는 등 전 세계에서 매년 열리는 대회만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매년 WTC 매출이 2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순이익은 40%꼴로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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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부적으로도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철인 경기 동호회 인구가 급증세다. 완다그룹에 따르면 현재 철인3종 경기의 크고 작은 대회에는 평균 1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선수 1인당 3명 이상의 가족이나 친구 등을 동반한다. 철인 대회 성격 상 평균 3박4일간 머문다고 가정할 때 단순 계산만으로 대회 하나가 열릴 때마다 5000실 이상의 호텔 객실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완다는 지난 1월에는 스페인 축구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분 20%를 사들였고, 2월에는 월드컵 축구 중계권 독점 판매업체인 스위스 인프런트 지분 68%를 인수하며 세계 최대 스포츠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포츠산업의 부가가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완다의 행보는 전방위적인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고 있다.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완다상업부동산(완다광장으로 불리는 복합쇼핑몰의 사업 주체)은 올 초부터 보유 자산 최적화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불필요한 부동산은 내다 팔아 감량하는 한편 승산 높은 개발사업은 적극 유치하며 근육은 키우고 있다. 장사가 안 되는 백화점 40여 곳을 문 닫은 것도 이 일환이다.
완다그룹은 대신 고객층이 한층 두텁고 영화관, 레저 등의 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쇼핑몰 완다광창을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500개까지 가동한다는 전략이다. 왕젠린 회장은 지난 7월 한 인터뷰에서 “현재 완다광장 중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올해 연간 방문객이 2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완다광장 1곳당 연간 1억5000만명 이상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 순환출자 등 리스크 확산 '잠복'
바로 이 같은 완다광장의 성공을 위해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수닝은 물론 중국 최대 온라인 유아전문 쇼핑몰 하이즈왕 등과도 잇단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의 실력자와 손을 잡아 완다광장의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전략은 완다광장의 또 다른 핵심 시설인 완다시네마에서도 엿보인다. 완다시네마는 지난달 한국의 경쟁자인 CJ CGV의 270도 입체 스크린 기술 ‘스크린X’를 완다시네마 소속 1800개 스크린에 순차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CJ CGV가 중국 내 영화관 점유율 7위로 무섭게 성장한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적과의 동침이다.
완다그룹은 일명 ‘완다여유종합성’으로 불리는 잠실 롯데월드 같은 초대형 실내 레저시설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베이징 수도국제공항 터미널3와 맞먹는 규모인 길이 500m, 너비 300m 규모의 완다여유종합성을 전국 곳곳에 짓는다는 복안이다. 이미 장백산과 우한, 시솽반나 등의 완다여유종합성에는 연간 30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는데 이를 2020년까지 15개로 늘릴 방침이다.
왕젠린 회장은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위해 항공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올 연말까지 은행·증권·보험을 주축으로 하는 완다금융집단의 출범 준비도 끝낼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단 완다상업부동산의 구조조정은 일정 부분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완다상업부동산이 발표한 올 상반기 매출은 308억94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8% 늘었다. 순이익은 51억9400만위안으로 전년대비 4.6% 늘었는데 이중 핵심사업 순이익은 22억6400만위안으로 116.6%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완다그룹의 청사진은 좀 더 길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칫 문어발 식 확장이 그룹 전체에 역화살이 될 수 있어서다. 확장 과정에서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 출자와 지급 보증이 불가피해 어느 한 계열사의 경쟁력만 삐끗해도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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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오프라인 기업인 완다그룹의 변신은 부동산과 IT를 뛰어 넘어 새 돌파구를 찾고 있는 중국 경제와 유난히 닮은 꼴이어서 그 다음 정착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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