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메일처럼 'e북의 e' 뗄 날 올까
책 읽지 않는 사회 (2)
정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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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다. 읽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 1인당 월평균 독서량은 0.76권에 불과하다. 이처럼 멸종의 위기에 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머니위크>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출판산업을 살펴봤다. 조금씩 꿈틀대는 전자책시장과 새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의 변화, 출판사들의 자생전략을 알아봤다.
# 오전 7시. 출근길에 오른 김인혜씨(28·여)가 포털사이트에서 유명작가의 신작을 검색한다. 회사까지 이동시간만 총 1시간30분. 처음에는 게임을 하거나 포털의 뉴스를 읽는 데 시간을 할애했지만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9월부터 독서를 하기로 결심했다. 김씨가 고른 책의 정보란에는 ‘도서 1만3050원, e북 8700원’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e북 구매를 클릭한 김씨. 총 4곳의 유통점 중 적립금을 가장 많이 주는 곳을 택했다. 10% 쿠폰까지 적용해 7830원에 구매를 완료했다. 종이책보다 반값이나 저렴한데 책을 구매해서 펼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5분이 안됐다.
e북(전자책)시장이 스마트폰의 급성장과 함께 다시 붐을 일으킬 조짐이다. 애초 종이책을 집어삼킬 것이란 우려와 달리 미미한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찻잔 속 파도에 그쳤던 전자책은 최근 스마트폰 보급의 확산으로 극적인 성장세를 예고했다. 매년 뚜렷하게 나타나는 독서인구 감소현상에 도서정가제 시행까지 겹쳐 책을 사는 인구가 급격히 줄었지만 전자책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 종이책이 지는 시대, 출판업계는 전자책시장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e북, 종이책 매출 하락 상쇄?
◆유통점, 전자책서비스 만개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402호·제4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북(전자책)시장이 스마트폰의 급성장과 함께 다시 붐을 일으킬 조짐이다. 애초 종이책을 집어삼킬 것이란 우려와 달리 미미한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찻잔 속 파도에 그쳤던 전자책은 최근 스마트폰 보급의 확산으로 극적인 성장세를 예고했다. 매년 뚜렷하게 나타나는 독서인구 감소현상에 도서정가제 시행까지 겹쳐 책을 사는 인구가 급격히 줄었지만 전자책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 종이책이 지는 시대, 출판업계는 전자책시장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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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허경 기자 |
◆e북, 종이책 매출 하락 상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1만3330원으로 지난해 2분기 1만5300원에 비해 2000원가량(13.1%) 줄었다. 월평균 서적구입비가 1만5000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으로 전체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저치다.
반면 전자책의 매출은 늘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지난 한해의 출판산업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4년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출판사의 지난 2013년 매출액 평균은 8160만원으로 전년 평균 1920만원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업계 종사자들은 전자책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지난 2013년을 기준(100%)으로 했을 때 앞으로 5년 후 종이책시장은 71.4%로 급락하는 반면 전자책시장은 104.1%로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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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리디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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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이커브 |
업계 관계자는 “여가활동의 범위와 방식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각종 전자매체 보급 등으로 기존 종이책을 통한 독서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며 “대신 전자책을 읽는 독서방식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책 매출이 점차 줄어드는 종이책 매출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주요한 원인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을 꼽았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4000만명에 육박하면서 전자책이 새로운 콘텐츠로 급부상했다는 것. 기존에는 전용 단말기나 태블릿PC 등으로 전자책을 접했지만 최근 들어 보다 작고 사용이 간편한 스마트폰에서 전자책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닐슨이 올 1분기 전자책 구입자의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전용 단말기로 책을 읽는 사람은 32%로 3년 전인 2012년 50%에서 큰 폭으로 낮아졌다. 반면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사람은 같은 기간 9%에서 14%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공포’의 도서정가제도 전자책의 매출확대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전자책 출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문에 업계 관계자 52.0%가 ‘보통’, 36.6%가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부정적’ 응답은 11.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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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점, 전자책서비스 만개
자연스레 시장의 눈도 전자책을 좇는다. 최근 전자책 유통사들은 각사별로 앱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자책 단말기를 신규 출시해 시장 활성화에 열심이다. 전자책 단말기는 스마트폰과 달리 별도 구입해야 해 비용부담이 있지만, 종이책과 흡사한 화질로 눈의 피로도를 낮춰 전통강자로 군림한다.
지난 14일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도서유통 3사 및 출판사는 전자책 전문기업인 한국이퍼브를 통해 공동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카르타’(Crema Carta)를 출시했다. 앱 하나로 여러 곳에서 구입한 책을 한곳에서 볼 수 있어 효율적이다. 문학·경제경영·인문·장르소설·만화 등 국내 최대 25만종의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한 것도 장점. 이 단말은 종이책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종이책 인쇄품질인 300PPI 고해상도를 적용했다. 무게는 182g으로 책 한권보다 가볍고 두께는 8mm로 국내 단말 중 가장 얇다.
도서유통의 강자인 교보문고는 전자책 단말기 ‘샘’(SAM)을 통해 전자책시장 확대에 나섰다. 샘 단말기는 최대 3000권을 저장할 수 있으며 두께 9.6mm, 무게 202g이다. 지난달 말부터 저렴한 가격에 전자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사와 제휴해 ‘샘포유플러스’(sam for U+)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교보문고의 회원제 전자책서비스가 연간제인 것과 달리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월 4400~6600원 정액제로 이용할 수 있다.
37만권의 전자책을 보유한 리디북스는 다음달 5일 전용 단말기 '리디북스 페이퍼'를 출시한다. 300ppi급 고해상도 모델로 출고가는 14만9000원이다. 일각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성능 좋은 단말이라며 아마존의 '킨들'에 비유하기도 한다.
도서유통의 강자인 교보문고는 전자책 단말기 ‘샘’(SAM)을 통해 전자책시장 확대에 나섰다. 샘 단말기는 최대 3000권을 저장할 수 있으며 두께 9.6mm, 무게 202g이다. 지난달 말부터 저렴한 가격에 전자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사와 제휴해 ‘샘포유플러스’(sam for U+)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교보문고의 회원제 전자책서비스가 연간제인 것과 달리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월 4400~6600원 정액제로 이용할 수 있다.
37만권의 전자책을 보유한 리디북스는 다음달 5일 전용 단말기 '리디북스 페이퍼'를 출시한다. 300ppi급 고해상도 모델로 출고가는 14만9000원이다. 일각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성능 좋은 단말이라며 아마존의 '킨들'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자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읽을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고 독자의 인식도 낮아 어려움이 있다는 것. 도서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전자책에 대한 인식이 종이책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지만 유통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출판인회의는 전자책시장의 성장을 이메일에 비유한 바 있다. “종이편지가 사라진 시대에 이메일(e-mail)에서 e를 삭제하고 ‘메일’이라고 말하듯 언젠가는 전자책에서 ‘전자’라는 촌스러운 수식어는 사라지고 그 모든 것이 책으로 통칭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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