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순했다. 새 사옥을 지으며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하나둘씩 덧붙여졌다. 그랬더니 집 부럽지 않은 수면실과 샤워실 그리고 넓디넓은 거실과 정원이 생겼다. 여기에 전문 피트니스센터 못지않은 헬스장과 직원전용 병원까지. 이게 다가 아니다. 편하게 누워서 볼 수 있는 만화방과 책방은 기본이고 게임을 좋아하는 직원들을 위한 386세대의 오락기부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가 들어선 오락실도 사옥에 들어섰다.


상상을 초월하는 직원 복지시설. 구글의 얘기가 아니다. 판교에 입주한 IT(정보통신)기업 넥슨의 사옥이다. 구글이 "형님" 하고 고개를 숙일 정도다. 이처럼 화려한 사옥에 출근하는 이들은 어떻게 근무할까. 지난 5일 판교에 위치한 넥슨 사옥을 찾았다.

/사진=임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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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형보다 내실 다진 사옥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에 위치한 연면적 1만8800평(6만5400㎡)에 달하는 신사옥 앞에 섰다. 넥슨 사옥은 최근에 지었다는 느낌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정육면체의 평범한 건물이다.

정문 회전문을 통과했다. 확 트인 넓직한 공간에 블랙과 화이트 색상이 어우러진 로비. 그리고 우측으로 초록색 풀잎과 갖가지 화려한 색깔을 품은 꽃들이, 좌측으로는 독특한 디자인의 미니 책방과 회사의 영문 조형물 ‘NEXON’이 고개를 바쁘게 움직이게 만든다.


로비 곳곳에 설치된 편안해 보이는 소파에서 삼삼오오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독특한 디자인의 미니 도서관에는 반쯤 누운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 시선을 사로잡는 로비에서부터 이 사옥이 범상치 않음을 느낀다.

본격적인 사옥 탐방을 위해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 복도를 지나자 조그만 공간에 흰색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발걸음을 옮겨 테이블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아~’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좁아 보였던 공간이 좌측으로 확 펼쳐지며 48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식당으로 변신한다. 전면이 유리로 돼 시원한 개방감과 따사로운 햇살이 하모니를 이루는 식당의 느낌은 고급 레스토랑 못지 않다.

◆ 사옥 곳곳이 직원을 위한 공간

넥슨의 3층은 대부분 직원들의 휴식시설로 꾸며져 있다. ‘넥슨 다방’이라는 이름의 직원 전용 카페테리아에선 직원들이 편안히 앉아 음료와 다과를 즐기며 대화를 나눈다. 여기에 일부 직원들은 한켠에 마련된 만화방에서 편안히 누워 만화책을 읽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옆 공간 오락실에서 오락을 즐기는 젊은 직원들도 보인다. 당시 시간이 오후 4시쯤. 다른 기업이라면 한창 업무에 매진할 시간에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꿈의 직장] 사무실을 내집처럼 만든 회사

이때 만난 한 직원은 “이렇게 쉬는 것도 업무의 일부”라며 “게임 개발에 있어 가장 필요한 창의력을 위해 쉴 땐 제대로 쉬고 일할 땐 제대로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3층에는 남녀 수면실(총 44개 침상)과 수유실, 직원 도우미 공간, 책방, 사내보건소(간호사 2인 상주), 피트니스센터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원 도우미 공간. 직원들의 민원과 고충 그리고 업무 편의 등을 처리해 주는 곳이다. 

/사진=임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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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4층부터 10층의 사무공간을 둘러봤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까닭에 서둘러 돌아봤지만 널찍널찍한 업무공간이 눈에 띄었다. 또 각층마다 8~10인 규모의 업무용 회의실이 14개소 마련된 점도 흥미로웠다.

다 둘러봤나 싶을 찰나 옥상이 궁금해졌다. 넥슨 사옥의 가장 꼭대기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 사옥의 절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사옥들이 흡연구역 또는 야외정원 정도로만 활용하는 옥상을 넥슨은 정원과 야외 운동장으로 꾸며놨다. 여기엔 농구, 배드민턴 등 구기 종목이 가능한 코트에다 조깅트랙까지 설치돼 있었다. 옥상 트랙 한 바퀴 길이가 무려 280m에 달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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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탐방을 마치고 떠나려는데 1층 로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사내 보육시설 ‘도토리소풍’ 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총 99명의 미취학아동을 돌보는 시설로 야근하는 직원을 감안해 오후 9시30분까지 운영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최고의 시설이 아닐까 싶었다.

탐방을 마친 후 회사로 복귀하는 차안. 사옥을 둘러본 풍경을 곰곰이 되새겨 보니 이상한 점 두가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나는 넥타이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청바지를 입고 티셔츠를 걸친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또 다른 하나는 20~30대 직원들밖에 못 봤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넥슨 직원의 평균 연령이 32살이기 때문이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