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12월이나 돼야 들릴 법한 캐롤송이 미국에서는 11월 초부터 들리기 시작한다. 밤이 되면 도심 곳곳에선 불빛장식들이 설치돼 크리스마스 느낌을 물씬 풍긴다. 캐롤송과 화려운 불빛으로 흥겨운 연말 분위기를 내면서 일년 내내 닫혔던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길 바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던 터라 이제 미국의 대규모 연말 소비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익숙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은 11월 네번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부터 연말까지 이어지지만 최근에는 11월 초부터 연말 세일 분위기가 형성된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어원은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1년 내내 적자였던 기업이 이때를 기점으로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를 기재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또 대규모 세일로 인해 도심의 교통이 마비되고 쇼핑몰이 북적이면서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는데 경찰들에게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과 그 다음날이 각각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블랙새러데이’(Black Saturday)와 같다고 표현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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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온라인 경쟁… 비중 25%

쇼핑이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첫번째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가 더 주목받기도 한다. 지금은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쇼핑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무선인터넷환경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휴가 끝나고 월요일에 출근한 후 회사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쇼핑을 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추수감사절에서 받은 용돈을 온라인쇼핑으로 썼다는 이야기부터 어머니들이 추수감사절 스트레스를 온라인쇼핑으로 풀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제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는 연말이 되면 회자되는 단골소재다. 올해 미국 연말 소비시즌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전망과 낙관론이 섞여 있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연말 쇼핑시즌매출이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예상치는 4.1%였고 실제로 지난해 연말쇼핑시즌 매출이 4% 상승했던 데 비하면 부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10년 평균 2.5%의 매출성장을 보인 점과 비교하면 아직 연말소 기대감을 접을 수 없다.

특히 연말 소비시즌에 온라인매출의 성장이 눈에 띄게 늘면서 블랙프라이데이도 온라인에서의 경쟁이 뜨겁다. 인터넷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연말소비 증가를 5.7%, 온라인매출 증가를 13.9%로 예측했다. 온라인매출 규모의 증가가 전체 매출 증가의 두배 이상이라고 본 것이다.


‘실용적 이커머스’(Practical Ecommerce)가 올해 연말 소비시즌의 온라인소비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첫째, 연말소비는 할로윈 이전에 시작될 전망이다. 이르면 연말소비자의 25%가량이 할로윈 전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할로윈이 10월 넷째주 금요일인 만큼 적어도 11월부터는 본격 연말 쇼핑기간으로 돌입하는 셈이다.

둘째, 연말소비 중 모바일소비는 전체 온라인소비의 25%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블랙프라이데이 전자상거래(e-commerce) 매출 중 모바일비중이 거의 28%에 달했다. 올해도 비중 25%가 무난해 보인다. 더욱 많은 온라인업체가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고 소비자의 휴대폰 화면도 점점 커지면서 모바일쇼핑환경이 더 좋아졌다.

414만명 해외직구사이트 방문

국내 소비자들도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직접 쇼핑하는 해외직구(직접구매)족이 크게 늘 전망이다. 국내 온라인쇼핑 이용자 중 해외직구사이트나 서비스 방문자는 414만명으로 약 16%를 차지하며 꾸준한 증가세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가 속한 11월 한달간 해외직구사이트 방문자 수를 보면 해외쇼핑몰 중에서는 아마존(162만명)과 알리익스프레스(72만명)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 쇼핑몰 중 해외직구서비스는 위메이크프라이스(67만명), 옥션(35만명) 등이 높은 방문자수를 보였다.


연말에 해외직구로 어떤 품목을 사는지 살펴봤더니 의류·신발(21.8%), 의약건강보조식품(20.7%), 전자가전(12.1%), 가방·잡화·액세서리(12/1%)로 나타났다. 연말 선물용으로 소비하기보단 자신을 위해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다면 올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무엇일까. 해외직구를 노리는 소비자의 관심은 가격파괴 IT제품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와 비교해 반값에 팔리는 최신형 TV를 사기 위해 해외직구를 했다는 소비자가 많을 정도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IT기기의 대규모 할인은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품목을 선정한다면 크게 네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웨어러블기기다. 핏빗과 조본으로 대표되는 헬스케어 관련 웨어러블제품이나 애플워치를 비롯한 스마트워치가 대세로 떠오를 전망이다. 둘째, 스마트홈기기를 빼놓을 수 없다.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아마존 에코를 비롯한 사물인터넷 허브 및 홈 비서장치 등 가격대가 있는 스마트홈기기를 이번 기회에 장만하고자 할 것이다.

셋째, 크롬북이다. 크롬북은 가격대비 높은 성능을 자랑하며 이미 미국시장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특히 기존 노트북이나 맥북과 대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클라우드의 활용도를 높여 저장공간의 취약점도 보완했다. 넷째, UHD스마트TV다. 전통적인 직구제품으로 인기가 높은 TV 중에서도 50인치 대형TV가 600달러 수준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것이다.

이제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를 투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앞서 연말 소비시즌의 흐름 중 핵심키워드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해외직구에 강한 온라인쇼핑몰을 주목해야 할 것이고 IT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웨어러블기기와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은 빼놓을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유망한 종목을 소개하자면 웨어러블 헬스케어인 인바디, 사물인터넷을 선도하는 통신사인 LG유플러스·SKT, 시스코와 지능형 네트워크를 개발·추진하는 엔텔스 등을 꼽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