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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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은 ‘시골촌놈’. 충남 부여군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교 2학년 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었다. 어려운 집안환경 탓에 상고를 나와 은행에 취직했다.
그로부터 35년. 시골촌놈이 국내 최대은행의 수장이 됐다. 함영주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이 국내 은행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열었다.


9월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친 ‘KEB하나은행’이 함 행장을 선장으로 닻을 올렸다. KEB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으로 ‘학력·출신’의 벽을 깨고 함영주 부행장이 발탁된 것에 대해 하나·외환은행 직원들은 상고출신의 함 부행장이 초대 은행장으로 내정된 것에 대해 “희망과 용기를 준 인사”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함 행장은 ‘큰 은행보다 강한 은행’의 꿈을 꾼다. 통합과정에서 난 생채기를 보듬고 단단한 ‘하나 되기’로 시너지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낮은 자세’로 화학적 통합


KEB하나은행의 자산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299조 원으로, 국내 은행 가운데 1위이며 국내 지점과 직원 수는 국민은행에 이은 2위이다.
함영주 초대 행장의 취임은 금융권에서 매우 파격적인 실험으로 평가된다. 하나금융이 지난 7월 조기통합에 합의한 후 행장 후보를 물색할 때만 해도 하나은행 부행장이었던 그는 ‘페이스메이커’(경주 등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당시 양행의 현직 행장(김한조 외환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중 어느 쪽의 선택도 모범답안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나금융 내부에선 김정태 회장이 통합은행장을 겸임하는 방안이 대두됐으나 결국 함 행장이 깜짝 발탁됐다.


첫 출발은 순조롭다. KEB하나은행 임직원들은 “희망과 용기를 준 인사”라며 함 행장의 취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함 행장이 학력이나 출신에 무관하게 은행장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함 행장은 말단 은행원에서 통합은행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며 피인수은행이었던 서울은행 출신이다. 외환은행 출신의 한 직원은 “함 행장 역시 서울은행 출신으로 피인수은행 직원으로서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적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각별한 직원 사랑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함 행장의 좌우명은 ‘낮은 자세로 섬김과 배려’다. 충청영업그룹을 이끌 때는 1000여명 전직원의 이름과 생일, 신상과 애로사항을 기억할 정도로 직원을 보듬는 정성이 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직원들과 야간 산행을 가진 뒤 직접 직원들의 발을 닦아줘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영업 달인’, 영업력 확대 진두지휘


함 행장은 취임 직후 ‘영업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기존 4개의 영업그룹(채널1·2, 영남, 충청)이 6개 그룹(서울 동·서, 경기, 호남, 영남, 충청)으로 확대됐다. 또 혁신전문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그룹 산하의 자산관리분야를 따로 떼어내 자산관리그룹으로 키우고 행복노하우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PB(프라이빗뱅킹)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은퇴설계를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핀테크를 전담하는 미래금융사업본부는 미래금융그룹으로 격상했다.


대신 당초 도입이 검토됐던 영업부문장직은 신설하지 않았다. “영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함 행장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함 행장은 지난 2013년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맡았던 때 연간 경영평가에서 하나은행 영업그룹 중 1등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2등을 기록했다.


이제는 학벌·지연 등 라인에 얽매이지 않은 그의 발탁이 오로지 실력에 의한 것임을 이제 함 행장이 입증해야 한다. 함 행장은 취임식에서 “출신과 학력, 나이 그 어떤 차별도 없이 공정평가를 통해 모두가 평등한 조건 속에서 누구라도 도전 가능한 은행으로 만들 것”이라며 “오직 성과로 승부하는 기업문화를 반드시 정착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