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흙 토(土)’를 풀어 나누면 ‘십일(十一)’이 된다. 지난 1996년 김영삼정부는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했다. ‘각종 기념일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법정기념일이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함이었다. 이날이면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이 되어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풍년 농사를 축하하고 농업인의 노고를 치하한다.


11월11일 '농업인의 날'이다.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1996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자료사진=뉴시스
11월11일 '농업인의 날'이다.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1996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자료사진=뉴시스

풍년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한숨은 매년 깊다.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재고량은 늘어 쌀값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생산량은 425만8000톤이다. 지난해 424만1000톤보다 0.4%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쌀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2014년 양곡소비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1인당 쌀 소비량은 65.1kg이다. 2014년에 비해 2.1kg 줄고 10년 전인 2005년에 비해서는 19.3% 감소한 것이다.

쌀 소비 부진은 쌀 재고 증가로 이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쌀 재고량은 136만톤이다. 2012년 29만7000톤, 2013년 74만6000톤, 2014년 83만8000톤에 이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늘어난 재고량으로 인해 쌀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현재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나 정미소 등의 주요 쌀 매입처에서는 40kg당 4만2000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만원이나 떨어졌다.


풍년은 계속되고 있지만 농민들의 한숨은 매년 깊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허울뿐인 정부의 쌀대책 규탄과 쌀 수입 중단 촉구 농민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뉴스1
풍년은 계속되고 있지만 농민들의 한숨은 매년 깊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허울뿐인 정부의 쌀대책 규탄과 쌀 수입 중단 촉구 농민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뉴스1

이러한 쌀값 폭락은 농가 소득 감소와 농가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는 지난달 ‘2015년 수확기 쌀 수급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쌀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2015년산 쌀 20만톤을 시장격리하는 등 총 59만톤을 매입키로한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확기 일시적 격리는 과잉 재고만 심화시켜 향후 더 큰 부담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11월11일. ‘농업인의 날’이라는 법정기념일이 무색할 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빼빼로’에 가있는 듯하다. 몇 해 전부터 이날이 되면 상점엔 이 과자를 찾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1997년 한 제과회사가 11월11일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난 풍경이다.

제안 한 가지. 이번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닌 ‘농업인의 날’로 새겨보는 건 어떨까. 하루만이라도 가래떡을 먹어보면 어떨까. 숯덩이같은 농심에도 황량함은 잠시나마 사라지지 않을는지. 작지만 아름다운 시민들의 동참에 농민들의 한숨이 잦아들기를.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열린 NH농협 '2015 가래떡데이'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가래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뉴스1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열린 NH농협 '2015 가래떡데이'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가래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