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카드’ ‘복지사각지대’

지난 2일부터 취약계층의 겨울철 난방비를 지원하는 ‘난방카드(에너지바우처 사업)’ 접수가 시작됐다. 난방카드는 내년 1월 말까지 석 달에 걸쳐 모두 10만원 내외 규모로 가구원 수를 고려해 차등 지급된다. 산업부는 에너지바우처 사업으로 약 70만 가구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3개월 동안 지원금액은 1인 가구의 경우 8만1000원, 2인 가구는 10만2000원, 3인 가구 이상은 11만4000원이다. 겨울철 난방비 지원은 생계급여나 의료급여 수급자로 만 65세 이상 노인이나 만 6세 미만 영유아 또는 장애인을 포함한 가구에 해당한다.


그러나 에너지바우처 사업이 취약계층 전반을 아우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에너지바우처 이용권을 지급하여 난방에너지(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연탄, LPG 등) 구입을 지원한다지만, ‘에너지 취약계층’의 적용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난방카드 지원대상' 에너지바우처 사업이 취약계층 전반을 아우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자료='에너지바우처' 홈페이지
'난방카드 지원대상' 에너지바우처 사업이 취약계층 전반을 아우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자료='에너지바우처' 홈페이지

정부는 이 사업의 지원대상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맞춤형급여의 생계급여 혹은 의료급여 수급자이면서 동시에 노인(만 65세이상)이나 영유아(만 6세미만) 또는 장애인이 포함된 가구로 한정했다. 중위소득 40%이하인 가구여도 노인이나 영유아 또는 장애인이 포함되지 않은 가구는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7월 발행한 ‘201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영유아기(0~5세)의 수급자 수는 2만5700명, 노년기(65세이상)의 수급자 수는 37만9048명이었다. 이외 학령기·청소년기·청년기·중년기 등 6~64세의 수급자수는 모두 83만2638명이었다.


생애주기별 일반수급자 현황 /자료=‘201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보건복지부, 2015)
생애주기별 일반수급자 현황 /자료=‘201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보건복지부, 2015)


물론 이들이 모두 에너지 바우처 신청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연령의 가구 내에 영유아기나 노년기 또는 장애인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통계자료상으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임에도 가구유형으로 인해 난방카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인구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영유아기 및 노년기의 수급자 수에 비해 6~64세의 수급자 수가 약 2배 가량 많다는 건 그만큼 난방카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가구가 많을 수 있음을 나타낸다.

문제는 40~64세에 해당하는 중년기의 경우다. 총인구수 대비 수급자 비율은 노년기(65세이상)가 5.8%로 가장 높았지만 수급자 수는 중년기가 가장 높았다. 중년기의 총인구수 대비 수급자 비율은 37.8%로 노년기 30.6%에 비해 7.2% 높았다. 물론 이들이 모두 난방카드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들 가구에 영유아기나 노년기 혹은 장애인이 포함될 수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임에도 가구 유형 조건에 맞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확률은 이들 중년기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생애주기별 일반수급자 분포 /자료=‘201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보건복지부, 2015)
생애주기별 일반수급자 분포 /자료=‘201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보건복지부, 2015)

실제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300여 가구 비수급 빈곤층의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70% 이상이 과거 기초보장 수급 신청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대다수의 비수급 빈곤층이 ‘몰라서’ 복지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에서 탈락한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청을 하였으나 탈락한 이유로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한 것이 54.5%로 절반이 넘었다. 생계를 위협받는 비수급 빈곤층이 신청을 하여도 수급요건이 엄격하여 탈락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바우처(난방카드)가 지향하는 ‘따뜻한 에너지의 행복한 전달’. 그러나 복지사각지대를 줄이지 않는 한 누군가는 올해도 잔인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다.


복지사각지대를 줄이지 않는 한 누군가는 올해도 잔인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복지사각지대를 줄이지 않는 한 누군가는 올해도 잔인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