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갈림길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소비자의 선택장애 상황을 일컫는 ‘햄릿증후군’. 정보의 홍수 속에 햄릿증후군을 겪는 현대인이 늘면서 이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큐레이션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박진화 유닛장(왼쪽)와 윤혁우 에디터. /사진=티몬
박진화 유닛장(왼쪽)와 윤혁우 에디터. /사진=티몬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해 이용자에게 추천한다는 의미의 큐레이션은 현재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된다. 특히 온라인쇼핑분야에서 큐레이션시스템 활용이 가장 활발하다.



소셜커머스 티몬의 모바일 큐레이션서비스를 담당하는 브랜드컨텐츠기획 TF팀(이하 기획TF팀)의 박진화 유닛장과 윤혁유 에디터. 이들 역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업무는 단순한 상품판매에서 더 나아가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고 다양한 물품을 분석해 각각의 고객에 최적화된 제품을 추천하는 것. 두 사람을 만나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알아봤다.

◆시의성·트렌드 맞는 품목 추천


지난해 11월 설립된 티몬의 기획TF팀은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매일 3가지 테마의 배너를 통해 10~20개의 상품을 추천한다. 예컨대 ‘우리 아이가 아야했어요’라는 문구의 테마를 클릭하면 모서리 보호대나 코너 보호대, 침대 가드 등 유아용 안전용품이 소개되는 식이다.



이 팀은 매일 TV프로그램, 뉴스,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검색하며 어떤 품목에서 수요가 발생할지 예측하고 추천할 상품을 선정한다. 보통은 시의성과 트렌드에 맞는 품목을 선정한다.


/사진=사이먼도미닉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사이먼도미닉 인스타그램 캡처.


“11월에는 김장이나 빼빼로데이, 수능과 연관된 품목을 추천해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팀의 역할이죠. 우리는 성역없이 대부분의 품목을 다루는데 단순 홍보차원의 물품이나 인기 없는 상품은 절대 추천하지 않아요.” (박진화 유닛장)


회사가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정확한 판단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 같은 고객의 고민에 공감한 후 상품의 특징을 파악하고 어떤 상품이 고객에게 적합한지 방향을 제시해주죠.” (윤혁유 에디터)

◆재미는 덤, 판매상승 효과까지


티몬의 큐레이션서비스가 더욱 빛나는 것은 ‘유머코드’를 적절하게 삽입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고객에게 추천할 품목을 선정한 후 고객의 눈길을 끌 만한 재미있는 문구를 넣어 배너를 제작한다.


/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최근 가수 사이먼도미닉을 패러디한 ‘쌓이면 돈이닉’ 배너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누리꾼들에게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배너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돼지저금통. 이를 접한 사이먼도미닉은 자신의 SNS를 통해 ‘와, 인정’이라며 티몬의 ‘드립력’(애드리브 능력을 일컫는 유행어)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윤 에디터는 “우리가 소셜 큐레이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라며 “이런 요소 덕분에 해당 제품이 소비자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슈가 되고 홍보도 된다”고 전했다.


큐레이션서비스의 재미요소는 단순한 흥미유발 효과뿐 아니라 판매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티몬의 기획TF팀이 만든 배너는 다른 배너에 비해 클릭 수가 약 1.5배 더 많다.


고객의 클릭이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비율인 구매전환율 역시 보통의 배너가 5% 내외인 데 비해 이 팀의 배너는 7~10%에 달한다.


그렇다면 큐레이션 담당자들은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할까. 윤 에디터는 “큐레이터들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무엇이 유행하는지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과 소통·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관심있어 하는 부분을 잘 건드려야 제품의 판매량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단한 정보만을 모아 고객에게 보여준다면 단순한 상품소개의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며 “똑같은 제품을 소개하더라도 사람들이 좀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위트와 재미를 담아 구성한다면 바이럴 효과가 나타나고 브랜드의 이미지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어떤 플랫폼이든 큐레이션 확대될 것”


이들은 앞으로의 큐레이션서비스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상품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이를 정리해주는 큐레이터의 역할 역시 더 중요해진다는 것.

 
“제품의 수가 많아지고 양도 방대해지는 만큼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더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던 상품도 큐레이션서비스가 고객의 구매의욕을 자극해 판매량이 늘어난 경우가 있어요. 어느 플랫폼이든 큐레이션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 유닛장)


“소셜 큐레이션이 지금은 소비자가 상품을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고객의 취향과 특성에 맞춘 서비스로 고도화될 거예요. 티몬의 경우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 위주로 세분화된 카테고리를 제안하는 방법으로 발전할 것 같아요.” (윤 에디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