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신용카드 '유이자 할부', 알고 긁나요
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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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김씨는 TV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대형마트로 향했다. 자신이 원하는 TV를 찾았지만 일시불로 결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차선책으로 김씨는 매달 조금씩 결제할 수 있는 할부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12개월 무이자할부서비스가 가능한 카드사를 알아봤는데 안타깝게도 김씨가 사용하는 신용카드 2장 모두 3~5개월만 무이자할부서비스가 가능했다. 결국 김씨는 12개월 유이자할부 결제로 TV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 김씨가 지불해야 할 이자는 얼마일까. 정확한 이자율이 궁금했던 김씨는 집으로 돌아와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이자율을 확인했다. 그리고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가 보유한 신용카드 이자율이 각각 12.7%와 18%로 무시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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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200만원 상당의 TV를 12개월 할부로 구입할 때 12.7%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면 총 납부이자(결제일에 따라 근소한 차이가 있음)는 12만8240원이지만 18%의 수수요율이 적용되면 17만9828원으로 부담이 커진다. 김씨가 어떤 카드로 결제하느냐에 따라 5만1588원의 할부수수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일반적으로 9.5~20% 범위에서 할부수수료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결제금액과 할부기간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지만 수수료율은 금액과 기간 외에도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대해 A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의 신용등급이 중요하고 해당 카드사와의 거래실적, 과거 연체 유무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진다”며 “따라서 수수료율 산정방식을 일괄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이 12개월 할부로 120만원을 결제한다면 그는 매달 10만원씩 열두달에 걸쳐 카드대금을 납부하지만 카드사는 그 즉시 가맹점에 1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1년간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고객이 카드결제금액을 미납 또는 연체할 경우의 리스크도 떠안아야 한다”고 할부수수료율의 산정배경을 설명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주로 사용하는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적용되는 할부수수료율을 사전에 알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합리적 소비를 위해서는 할부정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권익 위한 할부가격 고지
이런 불편함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김씨가 TV 대금을 결제할 때 현장에서 할부가격을 바로 알 수 있었다면 두장의 카드 중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카드로 결제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발의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관심이 쏠린다. 할부거래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은 할부거래 시 카드사가 할부가격(신용카드 회원이 신용카드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할부금의 총 합계액)을 알리지 않아 소비자가 비용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할부거래 시 서면에 적어야 할 항목에서 현재 예외항목으로 빠져있는 ‘할부가격’을 서면에 기재토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유이자 할부거래 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인식하고 결제방법 등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 법안은 지난 2013년 발의됐는데 이달 17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며 “심의에서 통과되면 정무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할부결제 시 이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큰 차이가 없을 거라며 유이자 할부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소비자에게 카드이자금액을 알려주고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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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위치한 여신금융협회.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
◆득보다 실, 소비자 정보 악용 우려
반면 결제현장에서 카드소비자에게 할부가격을 고지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카드사가 소비자정보를 가맹점에 공개하면 소비자의 신용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것.
C카드사 관계자는 “각 카드사가 관리하는 고객의 신용정보 및 과거 거래실적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가맹점에 넘겨주는 건 무리가 있다”며 “공유자가 많을수록 그만큼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고 전했다. 소비자 권익을 위한 좋은 취지이긴 하지만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자료를 통해 “할부가격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의 단말기 성능개선, 각 카드사의 시스템 개발 등 상당한 비용발생이 예상된다”며 “전국 220만개 단말기 업그레이드 비용만 66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스템 개발비용은 산출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여신금융협회는 “할부거래 중 70~80%가 무이자할부거래”라며 “유이자 할부거래 비중이 훨씬 적은 상황에서 효과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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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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