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에는 커피를, 오른손에는 가방을 들고 바삐 걷는데 가방 속 휴대폰이 문자가 왔음을 알린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을 수도 없고 커피를 버릴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 옆에 친구가 있다면 커피를 잠시 맡기고 가방을 열어 휴대폰을 꺼내면 되지만 매번 그럴 수도 없는 노릇. 이런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스마트패션’이다.


이제는 양손에 짐이 한가득이어도 가방을 열지 않은 채 문자를 확인할 수 있다. 가방 안에 있는 스마트폰에 문자나 전화가 오면 꺼낼 필요없이 가방 외부로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기능이 개발돼서다. 

특히 여성의 뜨거운 반응이 예상되는 스마트패션 중 하나가 스마트백이다. 가방브랜드 쿠론이 선보인 스마트백은 휴대폰을 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어두면 NFC(근거리 무선 호출)기능을 통해 스마트백 외부에 장착된 엠블럼에 불빛이 들어온다. 게다가 휴대폰과 스마트백이 멀리 떨어지면 앰블럼에서 경고 불빛이 나오는 분실방지기능도 탑재했다. 

스마트백.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스마트백.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스마트패션은 의류와 스마트기기인 IT의 만남을 의미한다. 스마트패션 외에도 스마트의류, 스마트슈트, 스마트웨어 등 다양한 용어로 쓰인다. 참고로 스마트슈트(smart suit)는 제일모직이 상표권을 등록해 오직 제일모직만 그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패션은 옷의 기능을 넘어선 기술력이 더해지고 있다. 일명 ‘손흥민 운동복’인 스마트웨어의 경우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쿨링 효과를 내는 소재 ‘클라이마칠 테크놀로지’를 사용했다. 이처럼 방수·방풍·보온·쿨링 등 섬유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기능성 의류도 스마트의류에 속한다. 하지만 필자는 주로 IT기술이 접목된 의류인 스마트패션으로 국한해 소개하겠다.

NFC 활용한 ‘스마트슈트’ 등장

지난 2008년 코오롱글로텍은 획기적인 섬유과학인섬유를 국내 최초로 내놓았다. 전자회로를 통해 섬유에 전류를 흐르게 한 전자섬유인 히텍스는 ‘라이프텍’ 재킷에 적용돼 35~50도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발열섬유가 개발되면서 섬유과학과 IT를 통한 스마트웨어의 진일보가 시작된 것이다.

아웃도어업계도 발 빠르게 스마트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심박수를 체크해주는 티셔츠가 등장하는가 하면 온도·습도 조절은 물론 야외활동 시 안전을 위한 위치확인까지 가능한 스마트웨어도 등장했다. 블랙야크의 스마트패딩 ‘야크온h’는 옷 안쪽에 발열부와 디바이스 연결 커넥터를 설치했고 휴대용장치를 통해 온도를 30~40도로 조절할 수 있다. 최대 2시간가량 발열이 가능한 배터리상의 단점만 보완한다면 발열의류는 의역사의 한획을 그을 만한 발견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여름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도 스마트의류가 눈길을 끌었다. 패션브랜드 랄프 로렌과 캐나다 벤처기업 옴시그널이 기술 개발에 참여해 사람의 심박수와 호흡수, 스트레스지수 등을 체크해주는 티셔츠를 볼보이에게 제공했다. 가격은 295달러(약 38만원) 수준으로 셔츠 중간부분에 특수섬유소재의 측정기를 부착했다.


남성복도 스마트해졌다. 사실 경기불황과 의복의 다양화와 함께 남성 정장은 침체기를 겪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 2004년 정장이 남성의류 중 매출의 절반(49.8%)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3분의 1수준(35.1%)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정장브랜드가 ‘스마트슈트’를 선보이는 등 경기침체의 동력을 마련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스마트슈트. /사진제공=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 스마트슈트. /사진제공=삼성물산

스마트슈트는 QR코드를 사용해 상황별 스타일링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지녔다.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슈트 2.0은 기존 QR코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NFC까지 활용한다. 슈트 포켓에 장착된 전자태그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명함을 전송하거나 회의 참석 에티켓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이외 생체 바이오리듬을 체크하거나 일일활동량을 표시해준다.

제일모직이 출시한 스마트슈트 라인은 판매량이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첫선을 보인 이래 지난해 가을·겨울시즌에는 매출이 300% 뛰었고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80% 신장됐다. 

제일모직의 로가디스 스마트슈트. /사진=머니투데이 최부석 기자
제일모직의 로가디스 스마트슈트. /사진=머니투데이 최부석 기자

제기능 넣은 스마트웨어

스마트웨어는 단순히 몸을 활용한 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결제기능을 꼽을 수 있다. 지난 9월 영국 패션브랜드 라일앤스콧(Lyle & Scott)과 신용카드사가 함께 ‘비접촉식 재킷’(contactless jacket)을 선보였다. 250달러(약 29만원)에 판매된 이 스마트재킷은 소매에 결제기능을 넣어 결제기에 소매를 갖다 대면 결제가 된다.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내야 하는 불편을 없앤 것이다. 스마트웨어 결제는 스마트폰 결제보다 더 간편한 기능이 아닌가 싶다.

패션기업들은 스마트웨어 연구개발팀을 신설해 제품비중을 늘릴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패션의 응용분야는 무한대라고 볼 수도 있다. 의류뿐만 아니라 가방, 시계, 액세서리 등의 제품군에서도 IT와 융합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도 IT와 손잡고 있다. 매년 상반기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열리는 최대 패션갈라쇼인 ‘패션 메트 갈라’(Fashion Met Gala)에서도 스마트패션이 중심으로 떠올랐다. 2016 메트 갈라의 화두는 ‘fashion in the age of technology’다. 메인스폰서를 애플이 독점했다는 것만으로도 IT와 패션의 만남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더아머·삼성물산, 주목할 만

헬스케어 웨어러블의 특성상 신체와 가장 밀접한 속옷 또는 운동복시장에서 확고한 강점을 가진 업체들이 스마트패션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심장박동 감지센서를 탑재한 스마트브래지어를 내놓은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즐겨 입는다는 ‘언더아머’(Under Armour)도 스마트패션시대에 주목받기는 마찬가지다. 빅토리아 시크릿 브랜드를 보유한 엘브랜드와 언더아머가 최근 주식시장에서 사상최고가에 다시 근접한 것도 스마트패션에 대한 성장성을 방증한다. 

최근 CNN머니는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매수할 만한 주식 16개를 발표했는데 구글, 페이스북, 세일즈포스닷컴에 이어 4위로 언더아머를 선정했다. 언더아머의 CEO 케빈 플랭크는 언더아머가 스마트 패션분야에서 애플과 구글을 압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국내기업 중에는 삼성물산이 스마트패션분야에서 제일 앞섰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의류나 액세서리업체도 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저성장에 시달려온 관련업체 중에서도 주가가 3~4배 이상 뛰는 대박주가 나올지 기대해보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