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증권사의 경영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중소형증권사는 주식위탁매매 수수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거래대금이 대폭 줄었다. 또 파생결합증권 발행 증가로 신용도가 낮은 채권비중이 급증했다. 수년간 우발채무도 늘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투자업 제도개선 방향이 중소형증권사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소형사 ‘위기론’ 등장 배경

올해 증시는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중소형증권사가 받는 타격도 커진다. 중소형증권사는 대형증권사보다 주식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증시에 민감하다. 증권사의 3분기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9조5211원으로 전분기보다 7880억원(7.6%) 줄었다. 중소형증권사의 리스크 현실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메리츠종금증권 본사. /사진제공=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본사. /사진제공=메리츠종금증권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이 늘어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증권사는 ELS(주가연계증권), DLS(기타파생결합증권) 등 파생결합증권을 운용하면서 투자자에게 제시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저신용등급 채권규모를 늘렸다. 증권사가 보유한 AA등급 이하 채권비중은 지난 2010년 말 31.4%에서 올 3월 말 47.7%로 증가했다. 특히 중소형증권사가 보유한 AA등급 이하 채권은 같은 기간 41.3%에서 65.0%로 비중이 커졌다. 신용도가 낮은 채권비중이 증가하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의 우발채무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이로 인한 신용·유동성 위험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증권사 우발채무 중 신용공여와 유동성 지원을 모두 부담하는 기타채무보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우발채무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비중이 과다하면 업황 급락과 금융환경이 위축될 경우 대규모 자금 부담이 집중된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의 금융투자업 규제개선 방향도 중소형증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내년부터는 대형증권사 신용공여확대, 새 NCR(영업용순자본비율)비율 적용 등 자본력을 갖춘 증권사에 우호적인 정책이 늘어난다. 새로 바뀌는 NCR은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높게 산출돼 대형증권사에 유리하다. 예컨대 새 NCR이 적용되면 대형증권사는 위험자산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증권사에 불리한 정책이다.

◆위탁매매 줄이고 IB분야 특화


중소형증권사가 위기론에 휩싸이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차별화된 생존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일부 중소형증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기본적인 업무마저 접는 결단을 내렸다. 최근 토러스투자증권은 영업실적 악화로 인해 리서치센터를 폐쇄하기로 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지난해 6억8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으나 올 들어 수익악화로 고전 중이다. 이 회사는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감소로 더는 비용이 투입되는 조직을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위탁매매 쏠림현상을 해소하거나 IB(투자금융), 리테일사업 등의 분야를 특화해 수익성 개선방안을 찾는 중소형증권사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대형증권사를 압도하는 3분기 실적을 냈다. 이 회사는 위탁매매 쏠림현상과 ELS 판매의존도를 낮췄다. 또 기업금융부문에 집중해 높은 성과를 거뒀다. 중소형증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키움증권 본사. /사진제공=키움증권
키움증권 본사. /사진제공=키움증권

또 키움증권은 리테일사업부문을 특화해 좋은 실적을 거뒀다. 키움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41% 증가한 5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순이익은 3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41% 증가했다. BNK투자증권은 영남권기업과의 높은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기업금융과 IB업무를 특화해 증권업계에 몰아친 위기에서 벗어날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기업 IB업무 특화에 관심을 갖는 중소형증권사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지정제도’를 도입키로 했기 때문.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지정제도는 중소기업 IB업무에 특화한 중소형증권사를 육성하는 제도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지정되면 신기술사업금융업 겸영과 성장사다리펀드 등을 통한 정책자금 지원, 증권금융을 통한 운용자금 조달 때 한도 상향조정과 금리우대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M&A·중국진출로 탈출구 모색

M&A(인수합병)를 통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탈출구를 찾는 중소형증권사도 눈에 띈다. M&A로 덩치를 키우거나 든든한 모기업을 두면 그만큼 다양한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대만 유안타금융지주에 인수된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은 범중화권 특화상품을 도입하는 등 중화권 투자자본 유치를 핵심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모기업을 통한 긍정적인 시너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리딩투자증권과 LIG투자증권은 현재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리딩투자증권과 LIG투자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각각 AJ인베스트먼트와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됐다. AJ인베스트먼트는 리딩투자증권을 IB전문증권사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도 LIG투자증권을 IB특화증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중소형증권사도 있다. 중국 주식시장은 높은 변동성이 우려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매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KB투자증권은 중국 5위 증권사인 국신증권과 손잡고 위탁매매사업 강화에 나선다. 이 회사는 이달 중으로 중국 국신증권 홍콩법인과 중국 주식거래를 위한 위탁매매사업 배타적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한다. KB투자증권은 국신증권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위탁매매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진투자증권도 12월 중 후강퉁(상하이·홍콩증시 간 교차매매) 서비스를 시행한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8월 중국 10위권 증권사인 광대증권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광대증권은 위탁매매, 고객자산관리, IB부문에서 강점을 보인다. 김영선 유진투자증권 해외사업본부장은 “중국은 내수시장 성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부양 의지로 금융시장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