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환경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이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은 소매금융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나라별 인터넷전문은행의 현황과 성공 및 실패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알아봤다.

◆‘돈 먹는 거위’가 ‘황금알’을 낳기까지


(1) 미국 - 첫 포문 열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미국에서 탄생했다. 지난 1995년 10월 설립된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가 그 주인공.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황금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도입 초기 IT붐에 힘입어 새로운 금융거래의 주류를 형성할 것처럼 보였던 인터넷전문은행은 낮은 브랜드인지도와 자본력·기술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내 고꾸라졌다.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했고 30여곳이던 인터넷전문은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10여곳으로 줄어들었다. SFNB도 실적악화로 2002년 8월 로열뱅크오브캐나다에 인수돼 온라인뱅킹사업부로 통합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소비자들의 인터넷뱅킹 이용률 증가와 각 업체의 비즈니스모델 차별화 전략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실적이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포채널 중심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위축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가능성이 재차 부각됐다.

미국 최대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한 찰스슈왑뱅크(Charles Schwab Bank)는 모기업 증권사를 기반으로 고객자산을 직접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신규고객을 늘렸다. 자동차회사 GM의 금융계열사인 ‘앨리뱅크’는 오토론과 리스사업을 특화했다. 인터넷으로 예금을 유치한 뒤 자동차 할부금융과 딜러 대상의 대출상품을 출시해 돈을 굴리는 식이다.
현재 미국 인터넷전문은행 중 9개사가 증권·카드·보험 등 비은행 금융그룹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 중이다. 

[커버스토리] 인터넷은행, '국경' 넘어야 성공한다

(2) 일본 - 타업종과 협약으로 BM특화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잃어버린 10년’의 과정에서 약화된 금융중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했다. 일본 역시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설립된 지 4~5년 후 흑자전환했다.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증권·유통·통신과 같은 타업종과의 협약관계를 통해 비즈니스모델을 특화했다. 현재 SBI스미신, 다이와넥스트, 소니뱅크, 라쿠텐, 지분, 더재팬넷 등 6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중이다.

그중 ‘SBI 스미신 넷 뱅크’가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성장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SBI홀딩스와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SMTB)이 공동 설립한 이 은행은 SBI 시큐리티스(증권사)와 합작해 출시한 복합상품을 비롯 SMTB와 연계한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최근 5년간 예금규모가 5배 가까이 늘었다.

리쿠텐뱅크. /사진=홈페이지 캡처
리쿠텐뱅크. /사진=홈페이지 캡처

유통업체의 경우 자신만의 시장을 활용해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의 자회사 ‘라쿠텐뱅크’는 전자상거래, 해외송금, 전자화폐 등의 지급결제업무를 특화한 것이 강점이다. 일본 편의점업체 세븐일레븐의 계열사 ‘세븐뱅크’는 전국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은행 점포망처럼 활용해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3) 유럽 - 네덜란드·독일 등 성공적

유럽국가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회사 형태가 대부분이다. 미국과 비슷한 형태다. 유럽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영국보험사인 푸르덴셜이 1998년 설립한 에그뱅크다. 그러나 에그뱅크는 적자누적에 따른 경영압박으로 지난 2007년 미국 씨티그룹에 매각됐다.

유럽권에서는 네덜란드의 ‘ING다이렉트’가 성공사례로 꼽힌다. ING다이렉트는 인터넷은행을 통해 해외진출을 활성화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ING다이렉트는 1990년대 초중반 사전준비를 거쳐 1997년 캐나다에 첫 진출한 이후 호주, 스페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으로 진출지역을 확대했다. 특히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터넷·모바일서비스를 표준화해 새로운 국가 진출 시 비용 및 인프라 구축시간을 단축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독일의 인터넷전문은행 ‘피도르은행’은 출범 7년 만에 고객 30만명을 모았다. IT 자회사인 피도르텍스의 모듈러뱅킹 플랫폼을 활용해 ‘1분 안에 대출해준다’는 점이 핵심경쟁력이다. 예컨대 199유로를 6개월간 대출해주는 ‘이머전시론’의 대출절차는 60초 안에 끝난다.

이 밖에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이 만든 ‘헬로뱅크’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에서 모든 은행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해 편의성을 높였다. 앱 형태로 전체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100% 모바일은행이다. 

위뱅크 무담보 수액대출 '웨이리따이' . /자료제공=이베스트투자증권
위뱅크 무담보 수액대출 '웨이리따이' . /자료제공=이베스트투자증권

(4) 중국 - TI업체 속속 진출

중국에서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이 형성됐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IT(정보기술)업체들이 스마트폰 전용 인터넷은행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

올해 1월 출범한 텐센트의 위뱅크(WeBank)는 SNS, 상거래정보 등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리스크를 평가하고 낮은 신용도에 발이 묶인 금융소비자에게도 대출을 허용한다. 지난 6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알리바바의 ‘마이뱅크’는 대출·신용·보험결제시스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한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모두 회사가 지닌 장점을 고스란히 인터넷전문은행에 녹이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형 인터넷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


이처럼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기존 은행사업(인터넷뱅킹 등)과 경쟁하기보다는 온라인·모바일을 주요 영업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성공했다. 반대로 기존 은행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크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사례에서 보듯 기존은행과 같은 모형은 실패한 반면 참여하는 주주들의 영업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살아남았다”며 “금융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거래와 금융소비자의 사용행태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금융회사는 핀테크기업과 협력하고 아이디어 및 기술을 활용해 금융업권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과 파괴적인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