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위원장' '한상균 조계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9일 극한으로 치달았던 서울 관철동 조계사는 10일 오전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 이후 다시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 위원장은 9일부터 조계사 화쟁위원회 도법스님 등 조계사 스님들과 면담을 통해 10일 오전 경찰에 자진 출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은신한지 25일째 만이다.

10일 오전 10시25분쯤 모습을 드러낸 한 위원장은 법복을 벗다시 평상복차림이었다. 그동안의 은신 생활과 거취 고민에 대한 흔적이 얼굴에 역력했다. 그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 띠를 두른 200명의 조계사 신도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투쟁의 손짓도 지어보였다.

대웅전으로 향해 삼보일배와 자승스님과 면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비정규직 철폐'라는 머리띠를 둘렀다.

[한상균 기자회견] 국민의 눈 쏠린 '퇴거부터 체포까지'(종합)

한 위원장은 "다시 투쟁의 머리띠를 동여맸다"며 "노동개혁에 관심을 갖고 오셨는지,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을 가지고 왔는지 모르겠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어 "그동안 조계사는 2000만 노동자의 아픔을 품어주셨다"며 "자승스님이 '종단이 그동안 전체 노동자의 문제에 전면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오늘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일반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을 멈추고 민중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읽으며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해고 노동자"라며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포기해야 하고, 단란했던 가정은 파탄 났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은신과 투쟁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는 저임금 체계를 만들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며 "노동자가 죽어야 기업이 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법이고 정책입니까? 저는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악을 막겠다며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앞서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앞서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의 '민주노총은 귀족노조를 대변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노총이 귀족노동자 조직에 불과하다면 왜 비정규직 악법을 막기 위해 온갖 탄압과 피해를 감수하며 총궐기 총파업을 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980만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글의 세상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며 희망없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와 새누리당의 비정규직 악법은 그나마 2년 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과 기회마저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없는 파견확대로 합법적인 사람장사인 파견노동으로 좋은 일자리를 뺏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나이 50이 넘으면 당연히 파견노동을 해야하는 법안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진행된 '민중총궐기' 당시 폭력 시위에 대해서도 '폭력진압은 왜 이야기하지 않느냐', '백남기 농민에게는 사과 번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부여당을 향해 '노동개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한편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동개악법안 처리 중단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10분 남짓 기자회견을 가진 후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감사를 표한 후 도법스님과 함께 일주문 밖으로 향했다. 조계사 주위에는 수백명의 경찰이 에워싸며 만일의 충돌에 대비했다.


조계사 퇴거 이후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수갑을 차는 과정에서 잠시 실랑이가 있기도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한 위원장에 경찰이 수갑을 채우자 '수갑을 풀어라'며 외치기도 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조계사를 퇴거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조계사를 퇴거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현재 남대문경찰서에 압송된 한 위원장에 대해 경찰은 집시법 위반 혐의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와 관련해 '소요법'을 적용할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소요법이 적용되면 한 위원장에 대한 형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경찰은 한 위원장이 8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자, 지난 6월23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바 있다. 체포영장에는 4월16일 서울광장 집회 뒤 도로를 점거한 혐의(일반교통방해)와 4월18일 세월호 추모집회를 마친 뒤 도로를 점거한 혐의(해산명령불응·일반교통방해), 4월24일 서울광장에서 연 총파업 결의대회 뒤 전 차로를 점거한 혐의(주최자 준수사항위반·일반교통방해), 5월1일 노동절 당시 미신고 행진을 하다가 전 차로를 점거한 혐의(집회자준수사항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일반교통방해)가 적용됐다.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내일(11일)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