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로 보이는 여성 십여명이 쉬지 않고 음식을 나른다. 한쪽 구석에는 일부 여성들이 벌이라도 서는 듯 일렬로 줄지어 차렷 자세로 서 있다.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빈소 식당에 들어서면 부리나케 음식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 여성들의 얼굴은 굳어 있다. 피곤한 기색도 역력하다.


이 풍경은 지난달 25일, 연매출 900억원대의 국내 S해운업체 사장의 부친상이 치러진 장례식장의 모습이다. 이 업체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사장의 부친상에 음식상을 차리거나 청소 등을 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다. 장례 이튿날 역시 마찬가지. 대부분의 여직원들은 이틀 연속 오전 10부터 새벽 1시까지 장례식장에서 손님 응대 및 음식 접대를 하느라 혹사를 당했다.

S해운업체에 근무하는 A직원과 얼마 전 퇴사한 B직원은 제보를 통해 “회사가 사장의 부친상에 여직원들을 강제적으로 동원했다”며 “조문객을 받은 이틀 동안 출근하자마자 장례식장으로 불려갔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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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월말이라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중간관리자이자 여성 최고참 급인 C차장과 D부장이 강제적으로 20명가량 되는 여직원들을 장례식장으로 불러 모았다”며 “이 일로 인해 장례가 끝난 다음부터 모든 여직원들이 야근을 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러한 문제가 회사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0년 치러진 사장의 모친상을 비롯해 기타 가족 경조사에 여직원들을 강제로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S해운업체 직원들은 오너 가족들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현재 회사에 들어온 지 2년도 채 안된 사장의 딸 김씨(27)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

한 직원은 “이번 장례 때도 사장의 딸은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며 “회사에서도 중간직급의 관리자들의 비 호아래 다른 여직원들이 업무를 대신 해주거나 허드렛일을 시키는 등 '갑질'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해운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한 것”이라며 “좋은 마음으로 사장 가족의 아픔을 함께 한 것을 두고 강제 동원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회사 측은 여직원들을 불러 놓고 “이게 무슨 망신이냐”며 “도대체 누가 회사 내부사정을 언론사에 찔렀는지 몰라도 입조심하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S해운회사는 어떤 회사?
S해운업체는 지난 1995년 수출입 물품 운송을 전문으로 시작해 현재는 복합운송주선, 해운대리, 항만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900억원대 규모로 해운회사로는 작은 기업이지만 선박 3척을 보유할 정도로 내실이 있는 기업이다. 또한 사장 김씨와 친동생인 부사장이 전체 지분의 87.5%를 보유하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경영 회사다. 사장의 딸 역시 현재 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