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KEB하나은행의 '마지막 퍼즐'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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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9월 1일 KEB하나은행 출범 후 조직문화 융합을 위해 변화추진본부를 신설, 조직결합에 몰두하고 있다.
함 행장의 첫과제는 각기 다른 조직문화를 지닌 임직원 간의 융합이다. 옛 하나은행은 지난 1971년 소규모 금융회사인 한국투자금융에서 출발했고 외환은행은 1967년 국책은행에서 떨어져 나와 임직원 간 다른 분위기의 기업문화가 공존한다.
법인은 합쳤지만 전산을 따로 사용하고 앞으로 2년 간 투트랙으로 인사·임금체계를 운영하는 등 아직까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통’으로 불리는 함 행장은 영업력을 내세워 KEB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끌 초석을 닦고 있다. 4분기 실적은 합병 후 첫 성적으로 비용절감 시너지와 수익증대 시너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규모와 내실 경쟁력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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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원 PB화… 영업중심 조직으로
함 행장의 성적표를 살펴보자. 일단 실적부문에서 합격점이다. 월 평균 활동고객 수는 약 4만명으로 3개월 새 1만명 이상 늘었고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은 출시 16일 만에 5만좌를 돌파했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자산 285조원, 해외 24개의 네트워크를 지니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9월 말 기준 직원 수는 1만6208명이며 지점 수는 945곳에 달한다. 함 행장은 출범 직후 전직원을 PB화하고 영업력 극대화를 추진했다. 조직도 영업제일주의 기업문화를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 행복파트너(Branch PB) 1700여명을 선발해 영업점에 배치하고 PB자산관리시스템을 전 영업점에 확대 오픈하는 등 자산관리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PB자산관리시스템은 고객의 자산 및 투자성과 분석, 상속, 부동산, 금융종합소득과세 등 개인 재무설계 및 포트폴리오 설계를 돕는다.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국환분야도 특화하기 위해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외국환 전문가 양성과정 마련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스마트금융, 핀테크 활성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핀테크기업 육성프로그램인 ‘1Q랩’을 운영한다. 1Q랩은 은행이 제공한 사무공간에 핀테크기업이 입주해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종의 협력공간으로 입주사는 사업 타당성 검토 및 법률 상담 관련 1대 1 멘토링, 하나금융그룹 내 관계사와 업무연계, 기술금융 및 IT 관련 협력 등 종합적인 업무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KEB하나은행은 핀테크 4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보안솔루션, 블록체인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서비스 등의 핀테크기술을 개발해 금융서비스에 접목할 예정이다.
함 행장은 영업중심주의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본점조직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품개발팀과 마찬가지로 타부서에도 영업조직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출범 이후 3개월 만에 은행이 영업중심 조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함 행장을 중심으로 매주 긴급회의가 소집될 만큼 본점에서도 영업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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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전산통합 추진, 대규모 구조조정 예고
최근 KEB하나은행은 카드사에 파견한 IT인력을 은행에 복귀시켜 전산통합작업에 착수했다. 은행 전산통합이 끝나는 대로 영업점 통폐합도 추진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은행권이 영업점·출장소를 축소하는 데 발맞춰 영업권역이 겹치는 옛 하나·외환은행 지점의 통폐합을 추진할 예정이다. 점포수가 많으면 영업력이 높다는 전통적인 공식이 깨지면서 점포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한다.
함 행장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마지막 과제는 전산통합 시 일어날 수 있는 외환노조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다. 지난달 외환은행 노조는 올해 급여 인상분 전액인 132억원(2.4%)을 반납하면서 직원들의 복지·인사 유지 등의 내용을 전달했다.
외환노조는 외환은행 근로자의 지위, 근무조건, 복리후생 등 고용보장 조건을 요구했고 전산통합시 발생할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비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경영진과 노조가 비생산적 논쟁을 자제하는 내용을 도출했다”며 “현재 임금, 인사체계와 관련해 불만은 없지만 영업점 통폐합에 따라 직원들의 고용보장이 우려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임금체계를 따로 관리한다. 통합 후 KEB하나은행 임직원의 평균급여는 6500만원이다. 지난 6월 기준 옛 하나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액(무기계약직·계약직 포함)은 3400만원인 반면 옛 외환은행은 4300만원으로 900만원가량 많다.
통합지출로 인한 은행의 실적저하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옛 외환은행 직원들의 임금삭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환노조에 소속된 직원 수는 약 7000명. 이들의 급여조율작업이 관건인 셈이다.
은경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올 4분기 18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통합비용 지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실적둔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전산통합, 오는 6월 함 행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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