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중 경제] 미국발 블랙스완, 우습게 보지마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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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12월 미국은 금리를 인상했으며 '제로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은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물가 상승률 목표 2% 달성을 위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상황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함께 유의하면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흐름이 7년여 만에 바뀌는 대전환기에 직면한 만큼 한은으로서도 그 여파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한은이 이와 동떨어져 독자적으로 국내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더 현실적인 이유다. 보통 자본유출의 경계선은 한·미 간 금리 차이 1.5%포인트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현재 전세계가 무수한 난민 물결과 참혹한 테러 공격에 노출돼 있음을 감안하면 내년 금융시장은 '예견되지 않은 이벤트'를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선회한 가운데, 한국 금융시장은 '아랍의 봄'이나 '크림반도 전운'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완충막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발 블랙스완에 대한 국내의 대비책이 철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블랙스완이란?
내년 세계경제에 '블랙스완(Blackswan·흑조)'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블랙스완은 레바논 출신의 미국 투자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난 2001년 처음 사용한 말로, 기존의 경험을 깨는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나타나 경제와 사회 등에 큰 파장을 불러오는 사건을 일컫는다.
17세기 말까지 유럽인은 모든 고니가 희다고 생각해 백조라 불렀다. 하지만 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가 호주 남부에서 검은 고니를 발견하면서 통념이 깨졌다.
탈레브는 이 같은 검은 고니(흑조)의 존재처럼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 개인과 기업 운명을 지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2007년 월가의 허상을 통렬히 파헤친 저서 '블랙스완'을 통해 증시 대폭락과 국제 금융위기를 예측하면서 유명해졌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은 최근 발표한 '2016년 세계경제를 위협할 블랙스완 차트' 보고서에서 5가지 블랙스완을 꼽았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글로벌 경기침체 재연, 미국의 소비침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지연 등이다.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한번 터지면 대규모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초저유가의 등장도 글로벌 경제의 블랙스완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럴당 3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20달러대로 떨어져 저유가 기조가 고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오일머니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든 중동 등 산유국들이 그동안 투자한 해외 주식·채권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완화적인 금리 기조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한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놓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을 떠올리며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대형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른바 '블랙스완'의 공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미 예고된 '빅 이벤트'이기 때문에 그 대비책은 어느 정도 세웠지만, 진짜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중국 경기둔화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 테러사건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 산유국발 경제위기 가능성 등 다양한 대외변수가 혼재돼 있다.
과거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미국 금리 방향은 크게 두번 바뀌었다. 2004년 7월(인상기)과 2007년 9월(인하기)이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 방향과 동조화되기까지는 각각 1년 3개월, 1년 1개월이 걸렸다.
한은의 완화적 통화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지만 동시에 국내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미국 금리 흐름에서 이탈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 안팎에선 벌써부터 내년 초 '소비절벽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외의 경기흐름을 분석한 경제동향보고서로 기획재정부가 매월 1회 발행하는 '그린북'에 따르면 최근의 소비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수출부진으로 생산과 투자가 지체되고 있다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미국 금리 인상 랠리 속에서 국내 경기가 전망치를 크게 하회할 경우 한은으로선 '인하'와 '인상'의 갈림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스완에 대한 한국의 대비책은?
한은과 정부 당국은 한국 경제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1997년, 2008년 두 차례 위기 때와 비교해 단기외채 비중,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 3대 대외건전성 지표가 월등히 개선됐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기관리를 잘못하면 달러를 쌓아놓고도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순대외채권 규모는 3100억달러(약 363조5060억원)로 그 이면을 살펴봐야 한다. 한은의 외환보유액 약 3600억달러(약 422조1360억원)를 제외하면 오히려 500억달러(약 58조6300억원) 적자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외국에 진 빚은 되레 늘고 있으며 순채권국이라는 것만으로 반드시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바다.
위기 시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외화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도 관건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1월 말 기준 3685억달러(약 432조1031억원)이며 이는 세계 7위 수준이다. 외환위기 홍역을 치른 1997년 204억달러(약 23조9210억4000만원)보다 18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문제는 유동화다. 외환보유액 중 유동성 자산(미국 달러화 단기국채 및 단기예치)은 4.3%에 불과하고, 약 80.5%가 미국 등의 중장기 국채·정부기관채 등에 투자돼 있다.
또 다른 대외건전성 지표인 단기외채는 지난 3.4분기 기준 1196억달러(약 140조2429억6000만원)로 전분기에 비해 56억달러(약 6조5665억6000만 원) 줄었다. 단기외채 감소는 대외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연내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회수와 국내 기관들의 신규 차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로도 설명될 수 있다.
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물가 상승률 목표 2% 달성을 위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상황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함께 유의하면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흐름이 7년여 만에 바뀌는 대전환기에 직면한 만큼 한은으로서도 그 여파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한은이 이와 동떨어져 독자적으로 국내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더 현실적인 이유다. 보통 자본유출의 경계선은 한·미 간 금리 차이 1.5%포인트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현재 전세계가 무수한 난민 물결과 참혹한 테러 공격에 노출돼 있음을 감안하면 내년 금융시장은 '예견되지 않은 이벤트'를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선회한 가운데, 한국 금융시장은 '아랍의 봄'이나 '크림반도 전운'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완충막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발 블랙스완에 대한 국내의 대비책이 철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블랙스완이란?
내년 세계경제에 '블랙스완(Blackswan·흑조)'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블랙스완은 레바논 출신의 미국 투자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난 2001년 처음 사용한 말로, 기존의 경험을 깨는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나타나 경제와 사회 등에 큰 파장을 불러오는 사건을 일컫는다.
17세기 말까지 유럽인은 모든 고니가 희다고 생각해 백조라 불렀다. 하지만 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가 호주 남부에서 검은 고니를 발견하면서 통념이 깨졌다.
탈레브는 이 같은 검은 고니(흑조)의 존재처럼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 개인과 기업 운명을 지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2007년 월가의 허상을 통렬히 파헤친 저서 '블랙스완'을 통해 증시 대폭락과 국제 금융위기를 예측하면서 유명해졌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은 최근 발표한 '2016년 세계경제를 위협할 블랙스완 차트' 보고서에서 5가지 블랙스완을 꼽았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글로벌 경기침체 재연, 미국의 소비침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지연 등이다.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한번 터지면 대규모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초저유가의 등장도 글로벌 경제의 블랙스완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럴당 3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20달러대로 떨어져 저유가 기조가 고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오일머니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든 중동 등 산유국들이 그동안 투자한 해외 주식·채권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완화적인 금리 기조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한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놓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을 떠올리며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대형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른바 '블랙스완'의 공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미 예고된 '빅 이벤트'이기 때문에 그 대비책은 어느 정도 세웠지만, 진짜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중국 경기둔화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 테러사건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 산유국발 경제위기 가능성 등 다양한 대외변수가 혼재돼 있다.
과거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미국 금리 방향은 크게 두번 바뀌었다. 2004년 7월(인상기)과 2007년 9월(인하기)이다.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 방향과 동조화되기까지는 각각 1년 3개월, 1년 1개월이 걸렸다.
한은의 완화적 통화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지만 동시에 국내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미국 금리 흐름에서 이탈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 안팎에선 벌써부터 내년 초 '소비절벽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외의 경기흐름을 분석한 경제동향보고서로 기획재정부가 매월 1회 발행하는 '그린북'에 따르면 최근의 소비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수출부진으로 생산과 투자가 지체되고 있다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미국 금리 인상 랠리 속에서 국내 경기가 전망치를 크게 하회할 경우 한은으로선 '인하'와 '인상'의 갈림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스완에 대한 한국의 대비책은?
한은과 정부 당국은 한국 경제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1997년, 2008년 두 차례 위기 때와 비교해 단기외채 비중,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 3대 대외건전성 지표가 월등히 개선됐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기관리를 잘못하면 달러를 쌓아놓고도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순대외채권 규모는 3100억달러(약 363조5060억원)로 그 이면을 살펴봐야 한다. 한은의 외환보유액 약 3600억달러(약 422조1360억원)를 제외하면 오히려 500억달러(약 58조6300억원) 적자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외국에 진 빚은 되레 늘고 있으며 순채권국이라는 것만으로 반드시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바다.
위기 시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외화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도 관건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1월 말 기준 3685억달러(약 432조1031억원)이며 이는 세계 7위 수준이다. 외환위기 홍역을 치른 1997년 204억달러(약 23조9210억4000만원)보다 18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문제는 유동화다. 외환보유액 중 유동성 자산(미국 달러화 단기국채 및 단기예치)은 4.3%에 불과하고, 약 80.5%가 미국 등의 중장기 국채·정부기관채 등에 투자돼 있다.
또 다른 대외건전성 지표인 단기외채는 지난 3.4분기 기준 1196억달러(약 140조2429억6000만원)로 전분기에 비해 56억달러(약 6조5665억6000만 원) 줄었다. 단기외채 감소는 대외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연내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회수와 국내 기관들의 신규 차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로도 설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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