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전망을 날씨로 보면 ‘먹구름’보다 더 나쁜 ‘잔뜩 찌푸린 날씨’다.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희망 섞인 전망을 내 놓는 전문가가 거의 없을 정도다. 

자영업 시장 역시 불황의 늪을 빠져나가긴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새해 창업 시장의 틈새 희망을 키워드로 살펴본다.

◆ 가격파괴 업종 보다 가성비 높은 업종의 선전

지난해 하반기 창업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키워드는 가격파괴였다. 커피, 쥬스 전문점 등이 1000원 대의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줄서는 매장을 바라보는 창업희망자들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면서 너도나도 미투 브랜드 가격파괴 점포 창업을 많이 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는 값이 싸서 좋지만 과연 창업자의 수익성이 보장되는가이다. 

점포는 수요자가 원하는 가격과 공급자의 수익이 적절한 균형이 이뤄져야 오래 갈 수 있다. 수익률이 너무 낮으면 그 점포는 죽기 마련이다. 

창업전문가들은 “가격파괴 전문점은 단기간에 다수의 브랜드가 등장했다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향이 강하다”며, “트렌드가 1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창업자는 상투를 잡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날로 높아지는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우후죽순 생겨난 가격파괴 브랜드는 업종별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죄다 사라질 수 있다.

올해는 창업시장 전반에 걸쳐서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가 높은 업종이나 브랜드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특별히 새로운 업종의 등장이 없는 최근의 창업시장 추세를 보면 탄탄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이 포장보다 내용을 중시하면서, 가성비가 창업시장의 주요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특히 건강을 추구하면서도 간편하게 식사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면서, 가정식사 대용식에서 두드러질 전망이다. 기존 패스트푸드 햄버거나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은 힘을 잃고, 이를 대체하는 실속형 스테이크 전문점, 수제버거 카페, 베이글 카페 등이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30년맛집 영주나드리쫄면가게는 독특한 소스에 차별화된 면발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로 맛집의 틀을 벗어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전국에 유명지역에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아 올해 2016년 본격적인 가맹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초기 가맹점 진출시 다양한 혜택과 함께 가맹본부에서 집중하는 시기인 만큼 주목할만하다.
▲ 마미쿡
▲ 마미쿡

‘마미쿡’은 신선한 재료로 주문 즉시 갓 만들어낸 수제 버거를 3000~4000원대에 판매한다. ‘마미쿡’은 냉장육만을 사용하는 수제 버거 전문점이다. 

채소도 당일 들어온 신선한 것만 사용한다. 인기메뉴인 ‘마마통살버거’가 3200원이고, 수제 치킨도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에 나선지 5개월 만에 20개 점포를 오픈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총 50호점을 오픈하고, 올해 말까지 100호점이 무난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창업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를 고려하면 보기 드문 속도다. 

3,000원 대 베이글 샌드위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베네 126베이글’은 6개월만에 100호점을 돌파하고 올해 도약을 준비 중이고, ‘한솥도시락’도 후레쉬 즉석 도시락을 컨셉트로 3,000~4,000원 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인기를 더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부방, 맞춤정장 전문점 등 서비스 업종 주목

경쟁이 심한 외식업 대신 서비스 업종에서 주목할 만한 아이템이 있다. 최근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 재취업에 나서는 고학력 40대 여성층과 교육 경력이 있는 여성들이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시간 조절이 비교적 자유로운 업종을 찾으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공부방 창업이 부상하고 있는 것. 학원에서의 획일식 교육보다 개인별 맞춤식 교육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유다. 밤 10시 이후 학원수업을 할 수 없는 정부 정책도 공부방 창업 붐에 한 몫 한다. 

교육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공부방 창업은 대부분 가맹비가 없고 초도물품비도 적어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이 없는 점이 장점이다. 해법공부방은 가맹점이 2012년 3124개에서 2014년 3363개로 2년 만에 240여개 늘었다.

가성비 트렌드에 딱 맞는 맞춤 정장 전문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결혼식 예복을 저렴하게 빌리거나, 직접 사진촬영을 하는 등 결혼을 검소하게 하려는 ‘스몰웨딩’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정장 대신 가격거품을 뺀 정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제이진옴므’는 100여 가지 최고급 안감과 50여 가지 단추 등으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정장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 맞춤 예복이나 턱시도 대여를 원하는 예비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빠르게 가맹점을 오픈, 30여 곳 매장을 두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초보자도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창업할 수 있다.

◆위험 회피 현상으로 동네상권 부상

불황기 창업시장의 화두는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 창업자는 적은 투자비용’이다. 이러한 특성에 맞게 최근까지 스몰비어, 밥버거 전문점 등이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창업자들의 수익성. 새해는 스몰에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업종이 동네상권으로 중심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삼각김밥·규동 전문점 ‘오니기리와 이규동’은 한국인 취향에 맞는 따끈따끈한 밥으로 즉석에서 만든 삼각김밥과 규동(일본식 쇠고기 덮밥)을 판매한다. 가격은 삼각김밥이 1,000~2,000원 대, 규동이 5,000원 대로 저렴한 편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한국형 일식 메뉴들을 적절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창업비용 1억 원을 투자하면 월평균 순이익이 500만 원 선으로 생계형 창업자들에게 적합한 업종이다. 

'오땅비어' '아리가또맘마' ‘오징어와 친구들’, ‘본초불닭발’ 등도 동네상권에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데 비교적 경쟁이 덜한 업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당경쟁을 하는 점포의 업종전환 아이템으로 주목할 만하다.

◆똑소리 나는 창업자, 자율 프랜차이즈·점포 셰어링 선호

생계형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자율 프랜차이즈’와 ‘점포 셰어링’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의 계약관계가 기존 프랜차이즈보다 느슨한 것을 말한다. 

자율 프랜차이즈인 떡볶이 전문점 ‘버벅이네’는 최근 가족점이 크게 늘었다. 떡볶이 소스 전문기업 ‘강스푸드’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버벅이네’는 창업 초기에는 교육과 지원 등 가맹본부의 기능을 하고, 가맹점 운영을 시작하면 철저하게 자율성이 보장되는 방식이다. 

인테리어나 다른 디자인 사용에 관한 권리도 자유롭다. 창업자가 본사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독창적으로 해도 상관없다. 점포 운영도 소스와 식자재만 공급받고 점포 운영에 관한 사항은 점주의 재량에 맡겨진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의점 ‘위드미’도 자율 프랜차이즈에 속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가맹점주가 인테리어와 시설집기 구입, 영업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가게 셰어링도 늘 것으로 보인다. 셰어링은 실패의 위험과 초기투자비가 낮기 때문에 예비 창업자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 주로 이용해왔다. 밤에 운영을 시작하는 주점, 호프집, 이자카야 등에 점심 1~2시간에 뷔페나 백반, 국수 등 다른 메뉴를 판매한다. 하루에 단 몇 시간을 운영하므로 매출규모는 한정되어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매칭해주는 플랫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마이샵온샵은 2013년 시작한 시간제 매장 공유 서비스를 알선해주는 회사다. 창업 시 아이템선정과 매장 추천, 실물 점검, 부동산 법률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많은 매출부진 점포들이 시간제 공유를 원하는 추세다.

◆맛집정보 앱을 활용한 마케팅 활발

스마트폰 맛집 정보 앱이 자영업자들에게 인기를 끌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일반화되면서 실시간으로 지역 맛집 정보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단지와 상가책자 등 기존 마케팅 방법이 비용 대비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어, 나름대로 맛에 대해 자신이 있는 점포들은 적극적으로 맛집 정보 앱을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 이처럼 새해는 맛집 정보 앱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마케팅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자영업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식신e식권’ 등 모바일 식권이다. 식사 후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식사값을 계산할 수 있는 모바일 식권은 기업에게는 식권을 발행하고 장부관리, 정산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시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또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등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점으로 지난해 기업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속속 도입됐다. 자영업자들은 홍보와 매출 둘 다 잡을 수 있는 셈. 올해는 외식 창업자들이 배달과 홍보, 예약과 결제 등을 넘어 또 다른 큰 매출처로 모바일 식권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맛집정보 앱 식신의 안병익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각종 외식 정보를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새해에는 O2O를 기반으로 하는 푸드테크 산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