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인 새해는 음력으로 1월1일인 2월8일 시작한다.

10간(天干)과 12지(地支)가 순차적으로 결합해 만든 간지상의 해는 양력이 아닌 음력으로 구분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여러 행사와 세시풍속 등은 으레 음력을 기준으로 한다. 다만 세차(연의 간지)가 음력 1월부터 바뀌더라도 양력(그레고리력)으로 새해가 되면 간지상 새해가 한달 남짓 남았더라도 미리 사용하는 것이 관습이다.


따라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양력과 음력 모두 주고 받는다. 1년에 새해를 두번 맞는 것 같은 이상한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는 셈이다.

한해의 시작은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양력과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 외에 절기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동양역학의 명리학에서는 만물이 생동하고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입춘을 새해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주역에서는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었다가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가 음에서 양이 생겨나는 시점이기에 새로운 해, 즉 새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여겼다.

하늘의 운행으로 봤을 때 동지가 한해의 출발 시점이어서 옛날에는 동지를 지나면 나이가 한살 더 먹는다고 봤다. 동지를 새해 첫날로 여기는 정신은 조선 초기까지 이어졌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동지에 태조, 정종, 태종, 문종, 단종, 세조 등이 직접 주관해 하례행사를 거행한 기록이 남아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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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돌아온 원숭이해

육십간지의 33번째 해인 병신년, 원숭이해는 1956년에 이어 60년 만에 돌아왔다. 1956년 병신년에 태어난 대표적인 인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스포츠스타 박철순 등을 꼽을 수 있다. 병신년이 아닌 다른 원숭이해에 태어난 인물로는 재계 최고의 거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무신년 무오월 갑자일, 1968년 6월23일생), 한국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배우 김태희 (경신년 기묘월 신축일, 1980년 3월29일생) 등이 있다.


원숭이띠는 예전부터 동작이 빠르고 민첩하다는 의미에서 잔나비띠라고 불렀다.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도 꾀가 많고 하늘과 땅을 오가며 신통력과 영민한 특성을 가졌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지 동물 중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인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지혜롭고 판단력이 좋다.

협동심이 강해 자식을 잘 보살피며 부부간 애정도 지극하다. 원숭이 지능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엔 3~4세 어린이 지능과 비슷하다. DNA가 사람과 93%나 유사한 경우도 있다.


동서양 모두 원숭이를 귀한 동물로 여겼다. 중국에서는 원숭이를 건강, 성공, 수호를 나타내는 길한 동물로 취급하고 인도의 신화 하누마트에는 원숭이가 신성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이집트에서는 지성과 창의력을 지닌 동물로서 서기관들의 신 토드를 상징한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 그려진 원숭이도 그렇게 표현됐다.

10간에서 갑을(甲乙)은 푸른색, 병정(丙丁)은 붉은색, 무기(戊己)는 노란색, 경신(庚辛)은 흰색, 임계(壬癸)는 검은색을 상징한다. 화(火)에 속해 붉은색을 상징하는 병(丙)과 원숭이의 신(申)이 만난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가 된다.


음양오행 중 병(丙)은 열정적인 도전과 큰 성공, 기운이 뻗어나는 생명과 창조 및 새로운 개혁을 뜻한다. 따라서 병신년이 의미하는 바를 붉은 원숭이가 뻗어나간다는,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광개토대왕 대승·후삼국 통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병신년에 국내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많았다. 396년 병신년에 고구려의 광개토왕이 백제를 공격해 대승했고 936년 병신년에는 고려의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 새로운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1236년 병신년에 강화도에서 팔만대장경 조판이 시작됐으며 1536년엔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 율곡 이이와 송강 정철이 탄생했다.

1596년은 선조의 왕명으로 허준이 <동의보감>의 편찬작업을 착수한 해다. 1776년 병신년에 정조가 즉위했고 규장각을 설치,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외국에서는 1776년 7월4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메리카합중국이 대내외적으로 독립을 선언해 오늘의 미국이라는 국가의 출발을 알렸다.

1896년 병신년에는 서재필, 윤치호 등이 독립협회를 결성하고 독립신문을 창간했으며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제1회 근대올림픽이 개최됐다. 1956년에는 제네바에서 노예제도 폐지를 위한 국제조약 조인, 대한민국과 미국 사이 한미우호통상조약 체결이 이뤄졌다.

따라서 2016년 병신년에도 의미 있는 일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에는 남북관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역술인도 있다. 물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남북관계가 진전될 만한 내용이 없었고 더욱이 연초에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한 파장이 발생했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두고 볼 일이다.

붉은색은 악귀를 몰아내고 부귀영화를 의미하는 색깔로도 여겨진다. 최근 몇년 동안 세월호·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힘든 일이 많았던 것과 달리 2016년 붉은 원숭이 해는 나쁜 일이 물러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며 부가 늘어나는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은행 39곳에서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평균 2.9%에 불과하지만 전망보다 잘 나올지도 모른다. 국내 주요 기간산업의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올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빛을 보는 시작지점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