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홈쇼핑업계 1, 2위를 다투던 GS홈쇼핑이 시장 진출 21년 만에 불황의 늪에 빠졌다. 한때 잘나가던 홈쇼핑업체가 모두 죽을 맛이라고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GS홈쇼핑의 실적 하락은 눈에 띄는 수준이기 때문. 덩달아 고민에 빠진 인물은 GS홈쇼핑을 이끄는 허태수 부회장이다.


◆ 영업전략 실패…티커머스 등장에 고전

실제 GS홈쇼핑은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78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9%가 줄었다. 업계에서는 GS홈쇼핑의 영업이익이 30% 줄어든 991억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GS홈쇼핑의 추락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야기됐다. 우선은 내부 영업전략 측면. 허 부회장이 힘을 실었던 모바일채널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GS홈쇼핑은 모바일 전용 물류센터를 오픈하면서 쇼핑 카피 활용, 독자적 상품 소싱 등을 통해 성장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으나, 모바일채널 성장률은 갈수록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엔 전년 동기대비 100%, 2분기엔 58%, 3분기엔 26%로 떨어졌다. 상품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는 소셜커머스업체들과 오픈마켓과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포커스] '우물 안 제왕' GS홈쇼핑의 굴욕



이런 상황에서 전통채널인 TV취급고는 지난해 3분기 6.2% 감소했다. TV채널은 모바일채널에 비해 수익성이 뛰어나다. 특히 GS홈쇼핑의 TV판매 수수료율은 37.9%로 업계 최고 수준. 반면 모바일판매 수수료는 10% 수준으로, TV 수수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TV채널의 매출 감소가 수익성의 악화로 이어진 셈이다.

두번째는 외부 시장에서 본질적인 상품 경쟁력을 갖지 못한 점이다. 차별화된 상품 발굴은 홈쇼핑이 갖춰야 할 핵심 경쟁력. 천편일률적이고 뻔한 상품은 더 이상 소비자에게 소구되지 못한다. 경쟁사는 물론 다른 유통채널들과도 차별화된 우수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GS홈쇼핑은 유통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GS홈쇼핑만의 경쟁력 있는 제품 판매 구성, 소비자들을 급하게 끌어당겨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판매 경쟁력의 악화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제7홈쇼핑인 아임쇼핑이 개국했고, 유사홈쇼핑인 티커머스가 본격적으로 출현하면서 시청률마저 하락세다. 티커머스는 TV홈쇼핑과 온라인몰이 결합된 형태의 쇼핑채널형태로 텔레비전에서 리모컨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신세계티비쇼핑 등 국내 TV홈쇼핑 사업자를 포함해 총 10곳이 티커머스사업을 승인받고 방송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과열 경쟁 속에서 홈쇼핑산업이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업이 구조적 성장 한계에 직면한 데다 티커머스채널의 시장 참여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상품 구성의 차별화가 소비자 선택을 받겠지만 결국은 새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 눈길 돌려 해외로… 갈 길은 멀어

허 부회장은 국내 매출 하락에 대한 최선의 방안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꼽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세울 정도로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GS홈쇼핑이 해외에 진출한 지는 올해로 6년째. 지난 2009년 인도에 진출했고 2011년 태국, 2012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2013년 터키, 2014년 말레이시아에 각각 진출했다. 올 하반기에는 러시아에 본격적으로 방송을 띄울 계획이다.

해외 홈쇼핑 취급액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하고는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는 실정. 전문가들은 특정국가에 대한 매출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신수요 창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비중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GS뿐 아니라 홈쇼핑 업계 모두 동남아를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해외사업 확대로 시장 자체를 키워 불황을 넘겠다는 전략인데,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 허 부회장의 돌파구, 효과 나올까

GS홈쇼핑이 처한 국내외 상황은 허 부회장의 굴욕으로도 대변된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과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업계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다. 2009년 유통 컨버전스 모델로 전환할 당시 “국내 홈쇼핑산업이 앞으로도 뻔한 판매방식에 머문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홈쇼핑업계를 넘어 유통업계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GS홈쇼핑은 시장 변화에 대한 초기대응 실패로 크고 작은 오점을 남겼다. 초창기 모바일 시장 경쟁에서 CJ오쇼핑에 크게 밀리면서 급기야 업계 전체 취급액 순위가 뒤바뀌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수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CJ오쇼핑에 내주고 말았다. 그가 미래 먹거리라 여기고 수년간 상품 발굴에 매진해 온 ‘패션’ 부문도 현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름의 돌파구는 마련한 모양새다. 최근 ‘지속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면서 글로벌 전략 및 차별화된 브랜드와 상품을 소싱하고 개발하는 한편 ▲TV홈쇼핑 ▲모바일·인터넷 ▲데이터홈쇼핑 ▲N스크린 등 다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던 GS홈쇼핑이 변화를 선도하고 글로벌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의 눈이 다시 허 부회장에 쏠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