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 마르는 돈줄, 속타는 건설사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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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업계의 회사채 규모가 7조원이 넘는 상황인데도 차환 발행이 불가능할 만큼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어 자금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다수의 건설사는 차환발행 대신 현금상환이나 은행권 대출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여의치 않은 일부 건설사는 어쩔 수 없이 비싼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보유 부동산이나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회사채란 기업이 장기자금을 조달하고자 발행하는 채권이다. 기업은 투자자에게 정해진 금리에 따라 이자를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약속된 기일에 원금을 상환한다. 상환 만기일은 보통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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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스1 |
◆ 대형 건설사도 차환 어려워… 언젠간 부메랑으로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인 건설사 회사채는 7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중 10대 건설사(2015년 시공능력평가)가 갚아야 할 회사채만 2조9100억원에 이른다. 건설·리조트·패션 등이 합쳐진 통합 삼성물산을 제외해도 9개 건설사는 2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회사채는 통상 건설사가 차환 발행으로 빚을 상환한다. 차환 금리는 발행 직전일 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금리 평균에 가산금리를 더해 계산된다.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회사채를 상환하는 차환은 현금유출이 없어 건설업체가 자금조달에 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회사채 발행환경이 위축되며 건설업체들의 자금 부담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인상과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저유가 기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강화 등 악재가 잇달아 겹치면서 회사채 발행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GS건설은 이달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3200억원을 차환이 아닌 현금 상환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삼성동 파르나스 호텔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7550억원 중 거의 절반(42.3%)에 이르는 현금을 회사채 상환에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지난해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액 10조5726억원, 영업이익 1221억원, 순이익 299억원을 달성한 GS건설이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현금 유출이 지속되면 앞으로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달 20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롯데건설은 차환, 현금상환, 은행권 대출 3가지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월 25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대우건설도 아직 자금조달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건설사들은 차환 발행을 염두에 두고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 회사채시장을 고려하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환 발행이 성공하려면 전보다 높은 이율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은행권 대출을 받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다.
GS건설을 예로 들면 2월 만기 도래한 회사채 금리는 3.54%로 3년 만기 회사채 금리(2015년 말 기준) 2.18%보다 1.36% 높다. 이 금리는 GS건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전에 책정된 것으로 차환 발행을 한다면 금리를 높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의 은행권 대출금리(5~6%)와 큰 차이가 없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나마 대형 건설사들은 은행권 대출 등 다른 자금조달 방법을 강구할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은 중견건설사들은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회사채 만기 압박받는 중견 건설사들
기간을 올해 상반기로 넓혀서 살펴보면 한화건설이 3·4월 100억원과 1500억원, 한라와 삼성물산은 4월 각각 720억원·1500억원, 5~6월에는 동부건설(500억원)과 두산건설(500억원), 한양(200억원), 대림산업(2000억원), SK건설(500억원)도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올해 부동산시장이 지난해와 달리 침체기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문제가 불거진다면 국내 주택경기에 민감한 중견건설사들이 먼저 어려움에 처할 공산이 크다. 결국 신용등급 하락과 이자비용 증가, 재무 부담 등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중견건설사들로서는 선택할 카드가 많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한신공영은 사모 전환사채(200억원)로, 계룡건설산업(200억원)·반도건설(150억원)·이수건설(100억원) 등은 사모채를 발행해 회사채를 상환했다.
사모채와 사모전환사채 발행은 공모사채를 발행할 때와는 달리 발행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기업의 주요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지만 금리가 대출 수준만큼 높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칼을 빼 든 모양새여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견건설사들은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중견건설사들은 비주력 사업 매각이나 보유자산을 팔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회사채 상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일단 올해는 보유자산으로 어떻게든지 버틸 수 있겠으나 신규 투자는 물론 PF 보증 등 우발 채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불확실한 건설 업황으로 회사채 상환에 실패하는 중견건설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무구조개선과 현금 유동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중견건설사들이 자체적인 부채 상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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