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청춘' 이야기] 말많고 탈많은 주거정책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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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임대료를 정부가 외면하는 동안 주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쾌적한 주거환경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고시원, 옥탑방, 반지하방 등으로 몰려들었다. 이마저도 청년들의 소득에 비하면 턱 없이 비싼 수준이다. <머니위크>는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현실을 살펴보고 정부정책을 진단해봤다. 나아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짚어봤다.
최근 '청년 주거난'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을 뿐 청년들의 고충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특히 대학생이 그렇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는 기성세대의 가시 돋친 말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기숙사는 재학생 10명 중 1~2명만 들어갈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고 대학 주변의 원룸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런 탓에 방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대학생들은 정부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정부의 '대학생 맞춤형 정책'은 이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많은 대학생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에는 대상자의 범위가 너무 좁은 데다 충족해야 하는 조건도 까다로워서다. 정책의 구조적 허점이야 조율한다 하더라도 뜻밖의 난제들이 산적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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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삼전지구 행복주택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DB |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응답 없는 행복주택
박근혜 정부의 대표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은 애초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수립된 정책이다. 사업이 추진된 지 벌써 4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곳곳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10월 첫 입주를 시작한 송파 삼전 행복주택 847가구(대학생 100가구)를 비롯해 올해 가좌지구, 가양지구 등 1200가구(대학생 400가구)가 입주한 게 고작이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큰 서울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매우 적은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2017년까지 사업승인을 받을 계획인 행복주택 14만가구가 앞으로 별 탈 없이 모두 공급된다면 전국적으로 대학생이 입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이 4만가구가량 들어선다. 하지만 국토부의 계획만 믿고 기다리기에는 그동안의 행보가 믿음직스럽지 않다.
지금의 행복주택은 도심 내 철도용지와 유수지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국토부의 밑그림과 거리가 멀다. 지역주민의 반발로 축소된 물량을 지방 주택사업을 이용해 채우고 재개발사업과 신규 택지개발사업에 끼워 넣는 등 바뀌지 않은 것은 사실상 사업명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행복주택이 대학생 주거난을 해결하는 데 큰 효과가 있는 만큼 사업추진이 더뎌 매우 안타깝다"며 "그동안 수백차례 주민설명회와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 부단히 노력했으나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다"고 해명했다.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선정돼도 '그림의 떡'
대학생이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 중인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가장 공급(올해 5000가구)이 많은 대학생 주거지원정책이지만 수요에 한참 못 미치고 조건이 까다로워 점차 외면받는 추세다.
실제 이 정책의 경쟁률은 최근 3년간 줄곧 하락했다. 2013년 4.9대1(공급 3713가구·신청 1만4605명), 2014년 4.3대1(공급 3650가구·신청 1만2876명), 2015년 3.6대1(공급 4923가구·신청 1만4258명)로 떨어졌다.
이 경쟁을 뚫고 대상자에 선정돼 집을 구해도 LH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전용면적 60㎡ 이하, 해당주택의 부채비율(집값에서 근저당과 보증금 등을 합산한 금액비율)이 90%를 넘지 않아야 하는 등 LH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제시한 탓이다.
이를테면 1억원의 주택이 전세보증금 7000만원, 집주인이 금융권으로부터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이 2000만원 이상이면 기준에 미달한다. 지난달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70.4%이고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많은 대출을 받는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보증금 5000만∼6000만원짜리 집을 LH 지원액 상한선인 7500만원에 맞추는 이른바 '업계약'과 전세 또는 올해부터 도입된 보증부월세를 재계약할 때 연 5% 이하로 제한되는 임대료 인상률을 임대인이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과거 전세만 지원할 당시에도 임대인이 입주 대학생들에게 따로 월세나 관리비를 추가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따라서 당첨자 중 60% 정도만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이면계약과 보증금 부풀리기 등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LH가 이를 적발하고 제재할 권한이 없어 안타깝게도 특별히 조처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를테면 1억원의 주택이 전세보증금 7000만원, 집주인이 금융권으로부터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이 2000만원 이상이면 기준에 미달한다. 지난달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70.4%이고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많은 대출을 받는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보증금 5000만∼6000만원짜리 집을 LH 지원액 상한선인 7500만원에 맞추는 이른바 '업계약'과 전세 또는 올해부터 도입된 보증부월세를 재계약할 때 연 5% 이하로 제한되는 임대료 인상률을 임대인이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과거 전세만 지원할 당시에도 임대인이 입주 대학생들에게 따로 월세나 관리비를 추가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따라서 당첨자 중 60% 정도만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이면계약과 보증금 부풀리기 등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LH가 이를 적발하고 제재할 권한이 없어 안타깝게도 특별히 조처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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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동 희망하우징. /사진제공=SH공사 |
◆희망하우징, 10집 중 1집 공실 '이름값 못해'
'희망하우징'은 다가구·기숙사형 대학생 임대주택으로 SH공사가 원룸이나 다가구·다세대주택을 사들인 후 공급하는 방식이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8만~10만원으로 매우 저렴하지만 주방과 거실, 화장실을 함께 사용해야 하고 관리자가 없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원룸형은 약 33㎡(10평)도 되지 않는 공간을 2명이 나눠 써야 하고 다가구형은 최대 3명이 입실하는 구조다. 개인생활에 익숙한 요즘 대학생들이 당첨되고도 입주 후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또 저렴한 임대료에 편리한 부대시설 등의 장점에도 공실이 꾸준히 발생한다. 희망하우징 총 1038실 중 30%인 327실(1월 기준)이 빈 상태다. 방학 등으로 일시적인 공실이 생기기도 하지만 학기 중 발생한 공실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 SH는 분기마다 한꺼번에 공실공고를 내는데 그 사이 공실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실적의 악화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공실이 발생할 때마다 자치구 등과 함께 공고를 내 공실률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SH 관계자는 "대학교 근처에 있는 다가구 등을 매입해 대학생에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학교 근처에는 매도 주택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대학과 다소 떨어진 주택을 매입해 공급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며 "공실의 주요 원인인 통학거리 단축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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