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정동영'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11일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비판에 나섰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개성공단은 경제적 가치와 안보적 가치를 뛰어 넘는다. 개성공단은 손에 잡히는 한국형 통일방안"이라며 "이것을 닫는 것은 미래로 가는 희망의 문을 닫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치행보를 재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장관은 2004년 8월 남북 교착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대표적 강경파인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콜린파월 국무장관을 만나 개성공단 가동을 설득해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북한 화력이 밀집한 개성지역에 2000만 평의 남측 공단을 설치하는 것은 조기 경보기능을 최소 24시간 이상 향상시키고 서울을 안전하게 하는 전략적 기능이 크다"며 개성공단이 경제적 의미보다 군사안보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를 언급하고 "이는 속도조절을 주문하며 개성공단을 북핵문제와 연계시켜왔던 미국이 방침을 바꿔 공단 건설에 협조하게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설득 논거였다"며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무지와 무능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성공단은 정권을 참 잘못 만났다"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두 번째다. 정권 초에 한 번, 정권 후반에 또 한 번"이라며 개탄했다. 이어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 만든 개성공단인데 그 실상도 의미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문을 닫았다"며 "한반도는 과거 냉전시대로 돌아가고 국가 리스크는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필 사진도 '개성공단 건들지 말아라'라는 손팻말을 든 모습으로 바꿨다. 자신의 트위터에도 개성공단 근로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프로필을 교체했다.

전북 순창에서 씨감자 농사를 짓던 정 전 장관은 이번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계기로 SNS 활동을 시작, 앞으로 지속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여름에는 빗소리에서 배웠고 가을에는 단풍 물오르는 소리에서 느꼈다. 겨울에는 강산에 흩날리는 눈발을 스승으로 삼았다. 그 사이 감자꽃은 피고 졌다"며 "세상을 먹여 살리는 종자를 기르고 싶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란 주권자에게 씨감자 하나씩을 나눠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을 전하고자 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중단' '정동영'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사진=정동영 페이스북
'개성공단 중단' '정동영'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사진=정동영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