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이 조선업의 부활을 부른다. 세계석유시장의 구조와 경쟁변화가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성장기회로 다가왔다. 석유 공급경쟁은 탱커와 LPG선 발주량 증가로 이어진다. 증권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수주량이 늘어나는 기업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 공급경쟁에 웃는 한국 조선사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늘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중 한곳인 미국의 지난해 자동차 운행거리는 2014년보다 월 평균 4.3% 증가했다.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중국과 인도 등의 휘발유 수요도 늘었다. 낮아진 휘발유 가격으로 자동차 운행거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휘발유 수요는 월 평균 270만배럴/일로 전년 대비 11.5% 뛰었다. 2006년보다는 121.4% 늘었다. 인도의 휘발유 수요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인도의 휘발유 수요는 월 평균 41만6000배럴/일이다. 2014년과 비교해 14.9% 늘었다. 2004년 대비 155.6% 증가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사진제공=현대중공업

저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소비량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석유정제플랜트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입찰과정이 반복되던 대규모 정유플랜트 발주소식도 들린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쿠웨이트 Al Zour 정유공장 NRP(New Refinery Project)의 발주소식이 대표적이다. NRP는 총 사업비가 14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다. NRP는 하루 생산량이 61.5만배럴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정유공장이며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석유공급경쟁은 탱커와 LPG선 발주량을 늘린다. 특히 유가하락과 석유정제 수요증가로 인한 석유화학제품 운반선과 LPG선의 수요증가는 한국 조선사들의 수혜로 한정될 전망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탱커 건조경험 부족과 인도지연 심화, 60~70개월에 달하는 탱커 건조기간으로 한국 조선사에 밀린다.

일본 조선사들의 위상도 낮아졌다. 한국 조선사들이 2000년대 초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과 LPG선 건조를 시작하면서 인도점유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 오쉬마조선, 미쓰이조선, 쯔네이시조선, 나무라조선은 주로 66K급 이하 중형 벌크선분야가 주력이다. 또 자국 선사로부터의 수주가 전체의 40~50%를 차지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2~3년이 지나면 중국 조선업의 위상이 더욱 낮아질 것이고 일본 조선업의 한계도 분명해질 것”이라며 “사실상 한국 조선사가 전세계 인도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TOCK] '조선은 한국', 다시 뱃고동

◆현대미포조선, LPG선 수요증가 수혜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경쟁과 미국 셰일에너지 혁명의 최대수혜는 MR탱커(중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와 LPG선이다. 석유정제수요 증가에 따른 MR탱커 수요증가와 부산물로 생산되는 LPG의 증가로 LPG선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현대미포조선은 MR탱커와 중형 LPG선 분야 세계 1위 조선사로 현재 에너지시장 변화의 중심에 선 셈이다.

MR탱커의 발주환경은 긍정적이다. 2018년 이후 인도되는 MR탱커의 수주잔고는 34척에 불과하다. 선령 15년을 초과하는 노후선박은 매년 100척씩 늘고 있다. 선박 부족현상으로 운임이 상승해 MR탱커 선가회수기간은 7.1년으로 떨어졌다. MR탱커 발주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현대미포조선의 MR탱커 인도점유율도 매년 높아진다.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전망이 긍정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현대미포조선은 5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나타내며 조선업체 중 가장 앞선 이익회복세를 보였다. 2014년 수주한 선박들이 매출로 반영되는 올해 하반기 현대미포조선의 영업이익률은 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현대미포조선의 2016년 실적을 연결기준 매출액 4조7152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 영업이익률 3.3%로 전망했다. 또 이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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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

현대중공업 수주잔고에서 해양프로젝트 수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달에 4기의 해양프로젝트가 인도되면 수주잔고의 대부분은 탱커와 LPG선 등 상선으로 채워진다. 현대미포조선이 마지막 해양프로젝트를 인도하면서 영업이익이 흑자전환된 것을 고려할 때 현대중공업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도 머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올해와 2017년 선박 인도량은 LPG선과 탱커로 집중됐다. 주력선박의 인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영업실적의 개선 폭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야드에서도 인도량은 탱커와 LPG선으로 모아진다. VL탱커(초대형 원유운반선)와 VLGC(초대형 가스운반선)는 연간 100척과 30척씩의 발주량이 예상되며 현대중공업의 수주점유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령 15년을 초과하는 선박의 수도 증가세라 교체발주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현대중공업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44조3347억원, 영업이익 5513억원, 영업이익률 1.2%로 전망된다. 해양 수주잔고가 줄고 상선건조량이 늘면서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원/달러 환율도 여전히 상승세여서 후판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점도 선박 건조수익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각각 ‘매수’와 15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박무현 애널리스트는 “탱커 및 LPG선 중심의 상선건조량이 늘고 해양 수주잔고가 줄면서 현대중공업의 올해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또 그는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한국 조선사들은 해양의 감소 및 상선 건조량이 늘어나는 올해가 영업실적 턴어라운드의 해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부진했던 조선업 주가 움직임도 점진적으로 상승탄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