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회계기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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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업계의 끈질긴 설득 끝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보험회계표준(IFRS4) 2단계 기준안 일부를 변경키로 했다. 4년 앞으로 다가온 IFRS4 2단계 기준안에 국내 보험업계의 요구사항이 반영되면서 초안보다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감독·회계 기준 이원화… 보험사 숨통 트이나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16일 ‘IFRS4(보험회계기준) 2단계: 한국의 제안에 대한 IASB 결정사항 설명회’를 열고 “IASB가 한국 측의 제안을 수용함에 따라 개별 계약의 미래이익과 미래손실을 통합할 수 있도록 회계단위가 확대됐다”며 “보험사의 2단계 전환시점에 부채 증가 폭이 줄어들고 전환 후에는 재무변동성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IASB는 보험사가 미래의 손실에 대비해 준비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의 기준을 각 계약단위별로 산정하라고 보험사들에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들은 “부채가 과대 계상되고 재무변동성도 심화된다”며 기준 변경을 거듭 요청했다. 

IASB는 이 같은 보험사들의 요구를 반영해 연금성·저축성 등 유사계약을 묶어 이익과 손실을 상계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또 미래이익을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IFRS4 2단계 도입 시 부채에 일정 할인율을 적용하고 이때 생기는 금리변동 효과를 모두 이익잉여금에 반영토록 했다.

앞서 생보업계는 IFRS4 2단계 도입 시 42조원의 추가적립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해지면서 RBC(Risk Based Capital)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IFRS4 2단계 기준안에 국내 보험업계의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되면서 그간 준비금을 마련하지 못해 긴장했던 보험사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장지인 회계기준원장은 “보험사의 적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업계의 요구사항들을 제안했다”며 “한국회계기준원과 보험업계가 다방면으로 노력한 결과 제안 사항들이 최종안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영향은?… 일부 "영향 제한적" 의견도 


이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우선 이번 수정안을 통해 보험사들의 부담이 큰 폭으로 경감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채 증가폭이 상당부분 감소할 전망”이라며 “IFRS4 2단계 적용은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회계단위 확대로 상품 간 이익 및 손실 상계 금지에 대한 부채 증가 영향이 최소화됐으며 전환 이후 재무변동성 또한 완화될 것”이라며 “또 전환시점의 현행 할인율 적용으로 자본변동성이 줄어들고 이자비용 계산 시 과거의 높은 이자율이 아닌 전환시점의 이자율이 적용돼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위험과 손익의 속성에 따라 일정한 단위로 묶어서 이익과 손실을 상계 처리할 수 있도록 원칙을 정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확정금리’, ‘연동금리’ 등 특정상품을 언급해서 이뤄진 게 아니라 그야말로 회계단위(Group of contracts) 적용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부채의 공정가치 평가로 인해 부채부족금액이 얼마나 인식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금리는 여전히 지난해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IASB는 이르면 올해 말 IFRS4 2단계 회계기준을 공표할 예정이다. IFRS4 2단계 회계기준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0년부터 전면 도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