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이와 도깨비 소굴 가볼까
송세진의 On the Road - 곡성 도깨비마을·기차마을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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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아이와 어디로 갈까. 봄색이 완연해진 산으로 올라가 도깨비 소굴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도 듣다가 강가로 내려와 증기기관차를 타 보는 것은 어떨까. 주말의 1박2일이 순간처럼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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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 |
◆노래하고 춤추는 도깨비가 되는 곳
알라리오리 깔라리오리 휘리리리리리 오리
알라리오리 깔라리오리 휘리리리리리 왈왈왈
이게 무슨 소리야? 생소했던 노래가 입에 붙어 자꾸만 반복하게 된다. 하루 종일 이 ‘중독’에 빠져나올 수가 없다. 아이고 어른이고 구분 없이 신이 났다. 도깨비소굴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동안 봤던 조형물들이 다 도깨비라고 한다. 도깨비는 무서운 표정을 한, 뿔 달린 괴물인 줄 알았더니 웃음이 많아 눈가에 자글자글 주름이 졌다. 그러고 보니 심술궂은 도깨비는 일제시대의 이미지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닷푼만 달라고 손을 벌리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 녀석도 있다. 도깨비는 사람에게 돈을 꿔 가지만 머리가 나빠 자신이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빌려간 돈을 갚고 또 갚고…. 그러니까 도깨비에게 돈을 빌려줬다면 이제 한없이 받을 일만 남았다. 이런 멍청하고도 귀여운 녀석 같으니! 우리의 도깨비는 장난치기 좋아하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착한 도깨비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도깨비 하나하나 사연도 많다. 치우천왕은 ‘도깨비의 조상’답게 근엄하고 잘 생겼다. 우레와 비를 다스렸던 치우천왕은 배달국 14대 천왕으로 도깨비부대를 이끌던 용맹한 전사다. 홍두깨를 들고 얼굴이 동글동글하게 생긴 귀여운 도깨비는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에서 나왔다. 이 마을의 모든 도깨비상을 직접 만든 김성범 촌장이 석탑을 보고 복원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어떤 도깨비는 뱀처럼 똬리를 틀었고, 어떤 녀석은 부엉이를 닮았다. 이야기 속 ‘도깨비’하면 떠오르는 혹부리영감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상고시대부터 현재까지 도깨비 종류가 많기도 하다. 전시관에서 하나하나 둘러볼수록 귀엽고 정이 간다.
다시 공연장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곳에는 10여개의 인형극과 동요공연이 준비됐다. 숲 해설 선생님과 숲길 걷기, 인형 만들기, 도깨비방망이 만들기, 북아트 등 해볼 만한 것이 많아 하루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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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도깨비마을, 김성범 촌장 |
◆도깨비가 부른 사람, 김성범 촌장
김성범 촌장은 도깨비를 닮았다. 치우천왕 앞에서 홍두깨를 들고 도깨비 이야기에 신이 났는데, 마치 살아있는 도깨비를 보는 것 같다. 이게 무슨 도깨비 같은 소리인가. 도깨비 같이 생긴 사람이 도깨비상을 만들고 도깨비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도깨비 이야기를 쓰고 도깨비 연극을 한다. 이쯤 되면 사람이 도깨비고 도깨비가 사람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겠다.
촌장 스스로도 "도깨비가 나를 불렀다"고 말한다. 그 부름에 답이라도 하듯 그는 옛 문헌과 작품에 나타난 도깨비를 집요하게 추적·복원하는 일을 한다.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과 아동문학평론 및 광주일보 신춘문예에서 수상했을 뿐 아니라 그의 도깨비 이야기는 초등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뻔뻔한 칭찬통장>, <도깨비살>, <비밀로 가득 찬 세상> 등의 저서와 동요, 연극, 뮤지컬도 끊임없이 만들어 10집 음반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도깨비 노래는 주로 요들송으로 만들어졌는데 중독성이 있으면서 뭔가 주술적인 느낌도 든다.
촌장의 강의도 특이하다. 함께 전시관을 둘러보며 듣는 도깨비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강의 중에 한번씩 들려주는 동요로 지루할 틈이 없다. 김성범 촌장과 함께 도깨비에 빠져 있다가 이 ‘소굴’을 떠날 때쯤이면 이곳에 들어올 때 봤던 도깨비상들이 살아있는 도깨비로 보일지 모르겠다. 무서울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우리에게 도깨비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장난치고 도와주는 친근한 존재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빼놓기 아쉬운 기차마을
최근 들어 ‘곡성’하면 떠오르는 곳이 기차마을이다. 지금은 폐역이 된 이 곳, 곡성역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전라선 열차가 지나던 곳이다.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가까운 곳에 새 곡성역이 생겼고 폐역을 중심으로 기차마을이 조성됐다. 역사와 수화물창고에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경성스캔들>을 촬영했고 세트장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옛날 기차도 전시돼 있다.
촌장의 강의도 특이하다. 함께 전시관을 둘러보며 듣는 도깨비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강의 중에 한번씩 들려주는 동요로 지루할 틈이 없다. 김성범 촌장과 함께 도깨비에 빠져 있다가 이 ‘소굴’을 떠날 때쯤이면 이곳에 들어올 때 봤던 도깨비상들이 살아있는 도깨비로 보일지 모르겠다. 무서울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우리에게 도깨비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장난치고 도와주는 친근한 존재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빼놓기 아쉬운 기차마을
최근 들어 ‘곡성’하면 떠오르는 곳이 기차마을이다. 지금은 폐역이 된 이 곳, 곡성역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전라선 열차가 지나던 곳이다.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가까운 곳에 새 곡성역이 생겼고 폐역을 중심으로 기차마을이 조성됐다. 역사와 수화물창고에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경성스캔들>을 촬영했고 세트장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옛날 기차도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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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역 폐역 |
이곳의 인기 있는 체험거리는 증기기관차다.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칙칙폭폭 소리를 내는 진짜 증기기관차를 타볼 수 있다. 기차마을역에서 가정역까지 느린 기차를 타고 섬진강의 풍경을 감상하는 맛이 색다르다. 덜컹덜컹 일정하게 흔들리는 기차는 느긋한 리듬감이 있어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다.
레일바이크도 두가지가 있다. 우선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의 폐선로를 이용한다. 2인승이나 4인승이 있는데 팀워크가 중요하다. 함께 일정한 속도로 폐달을 밟으며 섬진강의 바람과 하늘, 피어나는 꽃들을 즐긴다.
한편 ‘기차마을 레일바이크’는 기차마을을 크게 한바퀴 돈다. 기차마을의 음악분수, 동물농장, 장미공원 등을 둘러보며 느릿느릿 간다. 보통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이용한다.
이밖에도 아이와 함께 해볼 만한 것이 많다. 요술랜드나 4D영상관, 동물농장, 놀이동산, 장미공원생태관 등에서 간단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동물들과 교감하기도 하고, 섬진강에 터를 잡고 살아온 동물과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4월에는 장미정원에 아름다운 꽃이 만발할 것이고 날씨가 더워지면 음악 분수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난을 칠 것이다.
[여행 정보]
섬진강 도깨비마을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익산포항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서남원IC교차로에서 ‘수지, 송동’ 방면으로 좌회전 - 용투산로 - ‘남원’ 방면으로 좌회전 - 물머리로 - 양평교차로에서 ‘순천, 곡성’ 방면으로 우회전 - 서부로 - ‘두계마을’ 방면으로 좌회전 - 두계길 - 호곡2길
[대중교통]
곡성역(전라선) - 영운공원 정류장에서 농어촌 [곡성-태평] 버스 승차 - 송정 정류장에서 하차 - 도보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도깨비마을: 검색어 ‘섬진강 도깨비마을’, ‘도깨비공원’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호곡도깨비길 119-97
섬진강기차마을: 검색어 ‘섬진강 기차마을’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섬진강도깨비마을
문의: 061-362-2954 / http://www.dokaebi.co.kr
이용시간: (동절기) 오전 10시 ~ 오후 5시 (하절기) 오전 10시 ~ 오후 6시
휴무일: 월요일, 화요일
전시관 및 공원 입장료: 아동, 성인 5,000원
체험비: 인형만들기, 탁본, 우드팬시 등 5,000원 / 인형극 꾸미기 15,000원 / 일일 인형극 체험 무료
섬진강기차마을
문의: 061-363-9900
이용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입장요금: (4~10월) 대인 3000원 / 소인, 경로우대자 2500원
(11~3월) 대인 2000원 / 소인·경로우대자 1000원
섬진강 레일바이크 요금: (2인승) 2만원 / (4인승) 3만원(일정 및 예약은 홈페이지 참고)
기차마을 레일바이크 요금: (4인승, 순환) 5000원(예약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 이용)
증기기관차 요금: 대인 왕복 좌석 7000원 / 소인 왕복 좌석 6500원(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고)
● 음식
별천지가든: 여러 음식경연대회 수상경력이 말해주듯 먹방 여행에 빠지지 않는 식당이다. 섬진강 참게탕이 대표메뉴이고, 아쉽지만 가격은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참게탕 3만 ~ 5만5000원 / 빠가사리탕 6만 ~ 8만원 / 다슬기탕백반 1만3000원
061-362-8746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로 1266
두바퀴쉼터(두가헌): 한옥카페인 이곳은 펜션,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섬진강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오래된 고택은 아니고 2012년 대한민국한옥건축대상을 수상한 잘 지어진 한옥이다.
커피 4,000원 ~ 6,000원 / 수제빙수 7,000원 ~ 12,000원 / 수제차 7,000원~10,000원
061-362-3430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계길 35
● 숙박
심청한옥마을: 심청 설화가 곡성의 효녀이야기에서 나왔다는 배경으로 조성된 한옥마을이다. 크고 작은 10여 채의 초가와 와가가 있으며 체험장과 교육관이 있다. 펜션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다.
061-363-9910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심청로 178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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