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과 ‘파리 기후변화협약’이다. 각각 배출가스 조작,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환경’과 관련된 이슈였다. ‘친환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략과 리더십 분야의 세계석학 중 한명인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올해 주요 경제키워드로 ‘친환경에너지’를 꼽았다. 


◆자동차·배터리, ‘친환경차’ 보급에 주력

‘친환경’에 가장 적극적인 산업군은 자동차분야다. 폭스바겐 사태와 파리협약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하이브리드자동차가 상용화되며 이미 친환경차시장은 태동기를 넘어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국내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친환경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다. 2020년까지 세계적 친환경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 아래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


현대차는 지난 1월 친환경차 전용모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출시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22개 이상의 친환경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오는 6월부터는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양산에 돌입하며 전기차업체로의 전환을 꾀한다.


국내 최초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사진제공=현대차
국내 최초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사진제공=현대차

기아차는 지난 3월1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국제전기차엑스포’에 쏘울 EV, 레이 EV 등 전기차 10대를 선보였다. 상반기 중에는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SUV 니로도 선보일 예정이며 전기차의 다음 단계 기술이라고 평가받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친환경기술 개발은 그룹의 역점사업 중 하나”라며 “앞으로 친환경이 가미되지 않는 제조업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분야 세계 1위 기업인 LG화학은 현대차와 손잡고 친환경차 보급에 나섰다. LG화학은 전세계적으로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친환경차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부터 우수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한번 충전 시 320㎞ 이상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해 수년 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완성차업체와의 협업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와 LG화학은 지난 3월2일 ‘친환경차 보급확대 및 에코-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현 LG화학 부사장은 “친환경 선두기업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현대차와 함께하는 친환경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S산전이 설비를 공급한 일본 미토 뉴타운 메가솔라 태양광 발전 설비. /사진제공=LS그룹
LS산전이 설비를 공급한 일본 미토 뉴타운 메가솔라 태양광 발전 설비. /사진제공=LS그룹

태양광에너지, 미래 성장 위한 필수 선택

LS그룹은 급속한 산업화·도시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절감하는 에너지 효율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했다.


관련 계열사인 LS산전은 기존의 단방향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국내 스마트그리드사업을 주도하며 태양광발전과 EES(전기저장장치) 등의 토털 솔루션도 확보했다.

LS전선은 지난달 초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전기차용 하네스(자동차 전자제어장치와 통신모듈을 연결해 전원을 공급하고 각종 센서를 제어하는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친환경차 부품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국내 최초 태양광기업으로서 일찍이 해외로 눈길을 돌려 일본·불가리아 등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첨단산업분야에서 세계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OCI는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과 태양광발전을 중심으로 친환경사업에 속도를 낸다. 특히 OCI는 2020년까지 태양광발전분야를 포함한 에너지분야에서 전체 매출의 20%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래 먹거리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의 해외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2012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서 수주한 4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는 올해 말 완공 예정이며 중국, 멕시코, 캐나다, 인도 등 세계 최적의 태양광발전 입지를 갖춘 시장에도 문을 두드린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등 기존 주력사업을 유지하는 한편 태양광발전 등 신성장동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사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이끄는 한화큐셀은 올해 충북 진천·음성군에 1.5GW규모의 셀공장과 500㎿ 규모의 모듈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셀·모듈공장을 충북지역에 구축해 충남(사업화)-충북(생산기지)-대전(R&D)을 잇는 태양광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게 한화큐셀의 구상이다.

또한 미국(넥스트레라·오스틴에너지), 인도(리뉴파워·아다니그룹) 등에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계약을 체결하며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양광산업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 구축을 위해 3월부터 본사사옥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그룹 본사사옥을 건물 전면부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친환경빌딩으로 바꾸는 것이다.

SK그룹도 차세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에너지분야를 선정하고 그룹과 각 계열사의 역량을 모으는 중이다. 그룹 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설치한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은 신에너지분야 진출을 위한 싱크탱크로서 중장기 계획과 전략을 수립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정부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목표를 설정하며 저탄소사회로의 이행을 추진 중”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제한에 따라 석탄·가스발전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 친환경·신재생에너지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