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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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급락을 거듭하며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겼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다시 9000선을 넘나들었다. 이에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다시 투자자들이 몰린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에 막혀 HSCEI ELS 발행 규모가 줄어 투자자들의 속을 태운다.

지난달 31일 HSCEI는 전 거래일보다 23.84포인트(0.27%) 상승한 9003.25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 1월6일 이후 처음 9000선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2월 중순 7500선까지 붕괴되며 간담을 서늘케한 이후 20%가량 반등했다.


최근 HSCEI는 중국증시의 훈풍에 힘입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자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았다. 중국의 지난 2월 공업기업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이에 따라 HSCEI를 기초로 하는 ELS에 다시 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HSCEI 기초 ELS는 약 900억원 발행됐다. 지난해 6월 한달간 5조8000억원이 발행된 것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는 HSCEI 급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오른 것도 있지만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발행액을 제한하도록 당국이 규제안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과도한 HSCEI ELS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상환물량의 90%만 재발행하라고 증권사에 요구했다.

하지만 규제 이후 급감했던 ELS 발행 횟수는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증시가 회복되며 조기상환이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130개가 조기상환되는데 그쳤던 ELS는 2월 197개, 3월 424개로 점차 증가했다.


설태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정책공조를 바탕으로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완화돼 HSCEI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HSCEI의 직전 고점까지 회복 가능성은 낮지만 지수가 바닥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ELS 시장 환경이 좋아지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되는데 아직 이를 충족시켜줄 ELS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PB는 “HSCEI ELS가 나오면 얼마 안 돼 한도가 마감된다”며 “고객들 중에는 HSCEI ELS가 나오면 예약해 줄 것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HSCEI ELS의 발행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이 줄었고 증권사의 헤지 손실 위험도 우려했던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HSCEI 급락이라는 테일리스크 발생 이후 증권사들의 운용실적을 분석한 결과 우려됐던 것만큼 실제 손익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리스크 관리 역량이 제고된 만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도 충격이 덜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투자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HSCEI ELS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HSCEI가 많이 내려갔지만 앞서 발행된 물량의 상환이 많이 남아 여전히 쏠림 현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