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1일 목요일 오후, 경기도 평촌신도시의 한 지식산업센터에 입주기업 대표들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었다. 이곳은 2014년 세워진 35층 높이의 복합업무빌딩으로 제조업과 지식사업, 정보통신사업체가 입주해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하고 오성제지가 시행을 맡은 이 빌딩은 현재 80%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으나 관리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리단과 입주기업이 긴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수원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첨단산업의 메카 지식산업센터, 관리비 비리 오명


지식산업센터는 정부가 첨단산업 활성화를 위해 과거의 아파트형공장을 변경한 건출물로 대우건설, 현대건설, SK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들이 시공에 참여했다.

하지만 행정감독이 느슨하고 관리가 허술해 관리비 관련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 빌딩에서 많게는 10건 이상의 관리비 관련 비리가 적발되고 있다.


평촌 O타워의 입주기업들은 관리비 1억3400만원을 횡령 및 유용한 혐의로 관리소장을 고발해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새 관리인이 관리를 맡고 있다. 입주기업 대표자 박모씨는 "입주기업들이 부당한 관리비와 시스템을 문제 삼아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성제지 및 관리업체 관계자는 "일부 입주기업의 주장으로 인해 다른 입주기업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성제지 관계자는 "검찰 수사 중인 상항이라 결과가 나오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H지식산업센터와 마포구의 A오피스텔도 입주기업이 관리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하면서 법정 다툼을 벌였다. H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입주기업이 공개입찰을 통해 새 관리업체를 선정, 관리비를 3분의1 수준으로 줄였으나 기존 관리업체가 분양회사와의 계약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회사가 관리업체를 임의로 선정하거나 가족에게 관리권을 넘겨주는 관행이 빈번하게 이뤄지지만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빌딩 관리비 민원 속출… 정부도 문제 인식

정부나 지자체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관리비 외부감사를 강화한 후 업무용 빌딩의 관리비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비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인근 비슷한 규모의 빌딩이라도 관리비가 많게는 2~3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재를 받는 관련 규정이 없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가나 오피스텔 관리 비리가 심각하다는 것에 국회와 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접수한 민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서는 면적이 달라도 똑같은 관리비를 부과하는 곳도 있다.

이뿐 아니라 주차장 주차비 수입과 공용공간 사용료 등 잡수입을 빼돌리고 각종 보수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현금으로 돌려받는 리베이트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경기도 분당에서는 8년 동안 오피스텔 관리비 1억5900만원을 자기 돈처럼 사용해온 입주민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된 후 현장조사를 나가도 관리비와 용역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토로했다.